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경제적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현재 중앙은행들이 사용하는 경제 예측 모델이 노후화된 탓에 경제 위기를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버냉키 전 의장이 영국은행(BOE)에 제출한 경제 리뷰를 인용해 Fed가 경제 현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는 이번 경제 리뷰에서 "중앙은행의 경제전망 예측 정확도가 최근 몇 년간 크게 저하됐다"며 "시간이 갈수록 경제 예측이 어렵고 일련의 대규모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는 현재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경제 모델은 노후화된 점을 지적하며 예측 방법을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정한 금리를 상정한 시나리오 모델링 결과를 정기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2021년 시작된 인플레이션을 과소평가한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버냉키 의장에게 경제 리뷰를 맡겼다. 지난 202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버냉키 전 의장은 같은해 Fed가 인플레이션에 늑장 대응했다고 직격한 바 있다.
시장에선 Fed가 올해도 정확한 예측에 실패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예측도 빗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경제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며 물가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기 시작해서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가 분석한 무위험지표금리(SOFR) 옵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올해 Fed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동결할 확률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32.3%를 기록했다. 3회 이상 인하할 확률(20.8%)을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Fed의 애매한 태도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 2월까지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시사했다. 하지만 지난달 물가가 반등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그는 "데이터를 따라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사실상 중단기 경제 전망을 Fed가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라 저지 블룸버그인텔리전스 미국 금리 전략가는 "미국의 '경기 과열' 시나리오에서 Fed 위원들은 어떤 통화 정책을 결정할 지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방식은 시장의 변동성만 늘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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