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4만 2천 달러까지 치솟으며 랠리를 주도하다 한때 3만 달러 선이 붕괴됐던 비트코인이 조정을 끝내고 다시 4만 달러 회복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사상 최초로 1,700달러 벽을 뚫어내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다시 열기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장 열기가 쉽사리 식지 않는 건 기본적으로 시장 내 유동성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이겠지요.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종식까지 가야 할 길이 멀고, 유로존을 비롯한 일부 지역은 다시 경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돈 풀기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과 원자재, 비트코인 등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이 중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金)`으로서 유동성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를 일정 부분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러니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와 하단을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을 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한 유동성뿐 아니라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활성화라는 또 다른 호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디파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제공되는 금융서비스로, 은행과 같은 중개자 없이 가상자산 송금과 대출, 파생상품 거래 등이 가능합니다.

은행이 송금이나 대출을 해주기 위해서는 거래를 담보하기 위한 예금 자산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디파이에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예치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예치해 둔(=락업) 자산이 늘어나면 송금이나 대출을 중개할 수 있는 규모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최근 데이터 분석업체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를 위해 락업해 둔 자산규모가 무려 328억 달러(원화 약 36조 8,500억 원)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석 달 만에 197%나 급증했다고도 합니다.

디파이 수요가 늘어나니 락업 수요도 늘어나는 건 당연하고요. 최근에 많이 오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가격 조정을 우려해 이자 수익을 노리고 이를 락업하는 수요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업체인 웨이브파이낸셜의 콘스탄틴 코건 파트너는 "이더리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배경 중 하나는 디파이 수요가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디파이가 대부분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작동하고 있으니 디파이 수요 확대는 이더리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뜻이죠.

현재 월가를 대표하는 가상자산 전문운용사로 성장한 그레이스케일 역시 "이더리움이 새로운 화폐로서의 기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더리움 가치를 전망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이더리움을 화폐는 물론 소비재, 예금성 자산 등으로 간주하면 충분한 금전적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가상자산 거래소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들고 있으면 언제든 이를 내다 팔 수 있지만, 디파이에 락업해 둘 경우 이자 수익으로 인해 어느 정도 가격 하락을 감내할 수 있으니 이렇게 락업된 가상자산이 늘어날수록 가상자산의 가격 방어력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더리움을 보유하려는 쪽이 늘어나니 자연스럽게 가격을 헤지하기 위한 선물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이달 중에 이더리움 선물을 출시합니다. 선물 상품이 등장하면 단기적으로 투기적 매도가 늘어날 수도 있지만, 길게 보면 헤지가 편리해져 이더리움을 장기 보유하는 수요가 늘 수 있습니다. 이는 비트코인 선물 출시 이후에도 확인한 사실입니다.

다만 이더리움 사용이 늘어나면서 수수료가 치솟고 있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거래(트랜잭션)에 따른 평균 수수료(가스 비용)는 이미 역사상 처음으로 2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불과 1년도 안되는 기간 동안 수수료는 무려 2배 이상 증가한 것이죠. 수수료 부담은 이더리움 수요를 위축시키거나 채굴업자들의 공급을 늘릴 수도 있는 요인입니다.

그러나 시장을 주도해 온 기관투자가들에게 개인투자자들이 저항했던 게임스톱(GameStop) 사태에서도 확인했듯이, 이제 시장은 서서히 중앙화를 거부하고 탈중앙화로 가는 긴 행보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디파이가 자리 잡고 있는 한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크게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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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경제] 디파이가 만드는 가상자산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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