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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매, 재산세 동결, 코인과세 유예…李가 제안하면 '정책 급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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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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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한마디에…쌀 매입나선 당정
이재명 선심성 대책 잇단 수용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내년 1월 쌀 20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장하던 쌀 시장격리 조치를 수용한 모습이다. 당정이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의 선심성 제안을 잇달아 채택하는 ‘땜질 정책’으로 차기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8일 당정협의 후 브리핑을 통해 “올해 쌀 초과 생산량 27만t 중 20만t을 내년 1월에 시장격리하고 나머지 7만t은 시장 여건을 보며 (매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쌀 초과 생산분의 시장격리를 이 후보가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 이런 부분이 수용됐다고 봐도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격리는 쌀값이 급락할 때 정부가 물량을 사들여 가격을 끌어올리는 제도다.

농민단체들은 쌀값 하락을 우려해 시장격리 조치를 요구해왔고, 당정이 농민 표심을 고려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당정 발표 직후 “시장격리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쌀 시장격리 조치가 가뜩이나 높은 소비자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기준 쌀 도매가격은 20㎏당 5만2540원으로 지난 5년간 평균 가격인 쌀 평년 가격(4만5244원)보다 오히려 16.2% 높다.

이 후보가 전방위적으로 선심성 대책을 요구하고 당정이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 연이어 연출되고 있다. 소상공인 손실보상 선(先)지원, 재산세 동결,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내년 3월까지 전기요금 등을 동결하겠다고 한 정부는 대선이 끝난 4월 이후 전기(10.6%)와 도시가스(16.2%)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면 이런 유치한 선거 개입을 획책하는지 측은하다”며 “노골적인 관권선거”라고 비판했다.

○올해 쌀값 하락하긴 했지만, 평균보다 16.2% 높은 데
농민단체 표 의식해 매입…정부 물가안정 기조와 엇박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쌀 20만t을 내년 1월 사들이기로 결정한 배경엔 대선을 앞두고 농민단체의 표심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쌀 초과 생산량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시장격리를 제안한다”고 요구한 지 2주 만의 결정이다. 재산세 부담 완화, 소상공인 손실보상 선지원 등 이 후보가 선심성 대책을 주장하면 당정이 이를 채택해 추진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선거가 끝난 뒤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정 “쌀 27만t 시장격리”
이 후보는 28일 페이스북에 “쌀 시장 격리 결정을 환영한다”며 “지난 14일 선제적 시장격리 조치를 촉구한 바 있는데, 쌀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쌀값은 농민 스스로 ‘농민 값’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표적인 농산물 가격”이라며 “농업인들이 쌀 수급 과잉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이날 당정은 올해 쌀 초과생산량 27만t 가운데 20만t을 내년 1월 중 사들여 격리하고, 잔여 물량 7만t에 대해서는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20만t은 올해 쌀 생산량의 약 5.2%에 해당한다. 나머지 7만t까지 추가로 격리되면 생산량의 7.0%를 정부가 매입하는 셈이다.

올해 쌀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과도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농민단체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올해 쌀 생산량이 387만2000t으로, 지난해보다 10.7% 초과생산된 탓에 쌀값이 떨어지고 있다며 정부 매입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올해 산지 쌀값은 수확기가 시작된 10월 초 20㎏당 5만6803원에서 지난 25일 5만1254원으로 9.8% 하락했다.

○고물가 우려는 ‘외면’
문제는 올해 쌀값이 일부 하락했지만 이전의 평균 가격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기저효과 영향을 줄이기 위해 5년간의 평균 쌀 가격을 반영하는 ‘평년’ 가격은 20㎏당 4만5244원이다. 이 가격과 비교하면 현재의 가격(27일 기준 도매가격 5만2540원)은 오히려 16.2% 높은 수준이다.

당정이 선거를 의식해 대다수 국민 대신 일부 이익단체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쌀값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서민들의 밥상물가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의 최대 목표 중 하나인 물가안정 관련 정책과 엇박자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속보이는 선거전략”
이 후보가 표심을 의식해 선심성 정책을 요구하면 당정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추진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선거가 끝난 뒤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세금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 후보가 공시가 제도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당정이 이를 받아들여 내년 보유세 과세 기준을 올해 공시가격으로 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내년 보유세는 동결된다 치더라도 다음해 2년치 보유세 폭증에 대한 대책은 없다.

이 후보가 2030 표심을 고려해 당초 내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던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자 당정이 과세를 1년 미루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우려를 낳고 있다. 뚜렷한 명분도 없이 과세를 유예하면 2023년에도 똑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이 끝난 내년 4월 전기요금 등을 올리기로 한 정부 방침도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요구한 개발이익환수제, 소상공인 손실보상 선지원 등도 당론으로 채택해 중점 추진하고 있다. 이 후보가 노동계 표심을 고려해 강조하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이사제와 교원 타임오프제는 야당이 반대할 경우 상임위원회 강행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황규환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오비이락도 한두 번이지 이 후보의 하명에 정부까지 동원된 이재명 띄우기”라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미루다 이제야 대책을 내놓으면서 마치 이 후보의 의지로 된 것처럼 포장하는 속 보이는 선거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노골적인 관건선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 선대위원장을 자처하고 있다”며 “얕은 술수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생각, 여당 후보를 밀어주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참 나쁘다”고 비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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