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시장 엉망인데…비관론자 뱅크오브아메리카 "바닥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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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11일(미 동부 시간) 새벽 이란 핵 협상이 일시 중단됐다는 소식이 유럽에서 전해졌습니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대표가 트위터에 "외부 요인 때문에 빈 협상의 일시 중단이 필요하다"라고 밝힌 겁니다. 외부 요인이란 러시아가 향후 이란과의 사업에 서방이 제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걸 말합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 등과 함께 이란 협상의 당사자이지요.
보렐 대표는 "최종 문서는 기본적으로 준비가 됐으며, 테이블 위에 있다"라고도 밝혔습니다. 즉 이제 각국의 최종 결단만 남은 상태에서 러시아의 몽니로 지연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곧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엔리케 모라 EU 특사는 외교관들이 “좋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잠시 멈추고 있다. 일시 중지하는 게 더 낫습니다. 모든 대표단과 분명히 협력하여 이 상황을 극복하고 빠를수록 더 좋고, 돌아와서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이 나오자 보합권이던 국제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주요 선물지수는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잠시 후엔 좋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일부 긍정적 변화가 밝혔다는 뉴스가 나온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협상에서) 어떤 긍정적 변화들이 있다고 우리 쪽 교섭자들이 보고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은 순식간에 반등했습니다. S&P 선물은 한때 4300을 살짝 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시장을 항상 비관적으로 보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전쟁과 관련된 주가 하락이 바닥을 쳤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비타 수브라매니안 주식 및 퀀트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12%나 하락한 것은 거품이 많이 사라졌음을 시사한다”라면서 "2월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뉴스가 본격화된 뒤 S&P500 지수는 9% 하락했다. 이는 통상 거시경제에 영향을 주는 지정학적 위기 때 발생한 7~8% 하락과 유사하다. 주가는 지정학적 충격을 대부분 가격에 반영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7% 상승하면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장 이후 부정적 뉴스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루마니아를 찾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종합할 때 푸틴은 진지한 외교적 관여에 나설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 영국과 프랑스 등 각국 정상은 일제히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를 끊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연설을 통해 "푸틴은 공격자다. 푸틴은 이 전쟁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그와 그의 조국이 그 결과를 짊어질 것"이라며 "러시아 수출품에 대한 추가적인 강력한 제재와 새로운 제한을 승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보드카와 수산물, 다이아몬드 등 사치품의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또 G7과 EU,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협의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따른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러시아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우는 보합권으로 떨어졌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11시께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대화에 진전이 전혀 없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말하는 진전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주요 지수는 하락 폭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긍정적 변화' 발언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흘러내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0.69%, S&P500 지수는 1.3% 내렸고 나스닥은 2.18%나 급락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은 계속 '전쟁의 포로'로 잡혀있습니다. 전쟁 뉴스가 악화하면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그러면 인플레이션 공포와 미 중앙은행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식입니다. 이날 국제 유가는 2~3%씩 상승했습니다. 또 세계식량기구(FA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식량 및 사료 가격이 올해 8∼20%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세계 보리 공급의 19%, 밀의 14%, 옥수수의 4%를 차지하고 있지요.
이런 물가 우려는 미국 국채 금리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2%를 돌파했습니다. 전쟁 공포로 인해 지난 월요일 1.66%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후에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놀라울 정도로 높게 상승한 것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채 금리 상승이 거의 전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건 물가연동채권(TIPS)의 수익률은 비교적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데서 확인됩니다. 오른 물가만큼 이자를 더 주는 TIPS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일반 국채는 가격이 급락(금리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그는 “많은 사람은 인플레이션이 1분기에 정점을 찍고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이제 유가 폭등으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발표됐던 2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 대비 0.8%나 폭등했습니다. 유가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 폭등 여파로 3월, 4월에는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Fed는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쟁 불확실성이 크지만,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긴축이 경제 성장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지금 Fed는 성장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라며 "핵심 책무 두 가지 중 고용은 너무 좋고, 지금은 오로지 물가만 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PI가 발표된 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다시 7회로 높아졌습니다. 또 기준금리 움직임을 잘 반영하는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5.4bp나 올라 1.756%까지 높아졌습니다. 2019년 9월 이후 2년 반만의 최고치입니다.
결국,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밤 보고서에서 2022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9%까지 또다시 낮췄습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계 소득과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서입니다. 2022년 성장률 전망치가 작년 10월만 해도 4.2%였는 데 이를 연속적으로 낮춰 2.9%까지 떨어뜨린 것입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존에는 1.0%로 예상했었는데 0.5%로 떨어질 것으로 봤고, 2분기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올해 1, 2분기 4~5%대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및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미국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0.7% 감소하면서 소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거나, 유가가 더 오르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 하향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자사 상품 전략가들은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하루 400만 배럴 감소할 경우 유가가 175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팔라듐을 제외하고는 금속 공급 부족에 따른 성장 타격은 가정하지 않았다"라면서 "공급망 붕괴로 인해 주요 금속 등의 조달에 어려움이 생겨 일부 유럽 자동차 업체에 이미 발생한 것 같은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부정적 성장 영향이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이후 미국이 내년에 침체에 빠질 위험이 다소 더 커졌다. 수익률 곡선 기울기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에 따르면 내년 침체 확률은 20~35%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에도 인플레이션, 침체 우려가 나타났습니다. 3월 예비치가 59.7로 예상(62.0)이나 전월(62.8)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죠. 2011년 9월 이후 최저입니다. 이 지수는 미국 소비자가 경제에 대해 느끼는 믿음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현재 여건 지수는 67.8로 전월(68.2)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향후 6개월간의 경기를 예상하는 기대지수는 54.4로 전월(59.4)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장래를 더 어둡게 본다는 뜻입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교수는 "소비자들은 고용시장을 제외하고, 경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라면서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잠재적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5.4%로 전월(4.9%)보다 크게 뛰어 1981년 이후 최고로 높아졌습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를 유지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네드 데이비스 선임 전략가는 이날 '거시경제가 나를 걱정하게 만든다'(Macro indicators that concern m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가처분 개인 소득 증가율은 높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실제로 매우 약하다. 그리고 저축률은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일부에서 개인들은 팬데믹 기간 재정부양책으로 2조 달러 이상의 쿠션(저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인플레이션은 아마도 가장 우려되는 문제일 것"이라며 "그것은 퇴행적인 세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이날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50대로 하락한 것은 '매도' 신호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물가와 경기에 대한 걱정이 큰 가운데 다음 주 15~16일에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엽니다. 회의 결과는 오는 16일 오후 2시, 한국 시각으로는 17일 새벽 3시에 발표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달 초 의회 증언에서 "전쟁 불확실성이 크다"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기존 계획대로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라며 25bp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또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는 진전되겠지만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성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서 올해 7회 연속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ING의 경우 "두 명의 FOMC 위원이 더 공격적인 50bp 인상에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닐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는 것이죠.
시장이 주시하는 것은 올해 몇 번이나 금리를 올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7번 인상을 계속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여섯 번을 보고 있지요.
이는 Fed 위원들이 각자 자신의 금리 전망을 찍어서 발표하는 점도표에서 명확히 드러날 텐데요. 작년 12월 점도표 상의 중앙값은 올해 연말까지 25bp씩 세 번 올리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4회 인상으로 한 차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ING는 "시장이 예상하는 6회 인상에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시장에서는 5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SEP라고 부르는 '경제전망'도 업데이트해서 제시하는데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높아지고,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2022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2월 2.6%에서 3.9%로 높이고 올해 성장률은 12월 4.0%에서 3.3%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만약 수치가 더 크게 변한다면 월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날 유로존의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5.1%로 높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3.7%로 낮췄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역풍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기존 계획보다 4개월 빨리 끝내고,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ECB는 성명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ECB의 매파적 입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면서 "Fed도 대차대조표 축소에서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시장이 놀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제 CPI가 나온 뒤 "Fed 인사들은 올해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3%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2월처럼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수치가 0.5%가 나오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6%대가 된다"라면서 3월 FOMC에서 좀 더 공격적 점도표가 나오거나, 예상보다 좀 더 이른 5~6월께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보렐 대표는 "최종 문서는 기본적으로 준비가 됐으며, 테이블 위에 있다"라고도 밝혔습니다. 즉 이제 각국의 최종 결단만 남은 상태에서 러시아의 몽니로 지연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곧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엔리케 모라 EU 특사는 외교관들이 “좋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잠시 멈추고 있다. 일시 중지하는 게 더 낫습니다. 모든 대표단과 분명히 협력하여 이 상황을 극복하고 빠를수록 더 좋고, 돌아와서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이 나오자 보합권이던 국제 유가가 상승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주요 선물지수는 상승 폭을 줄였습니다.
잠시 후엔 좋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 일부 긍정적 변화가 밝혔다는 뉴스가 나온 것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알렉산데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만나 "(협상에서) 어떤 긍정적 변화들이 있다고 우리 쪽 교섭자들이 보고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은 순식간에 반등했습니다. S&P 선물은 한때 4300을 살짝 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시장을 항상 비관적으로 보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전쟁과 관련된 주가 하락이 바닥을 쳤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비타 수브라매니안 주식 및 퀀트 전략가는 “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12%나 하락한 것은 거품이 많이 사라졌음을 시사한다”라면서 "2월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뉴스가 본격화된 뒤 S&P500 지수는 9% 하락했다. 이는 통상 거시경제에 영향을 주는 지정학적 위기 때 발생한 7~8% 하락과 유사하다. 주가는 지정학적 충격을 대부분 가격에 반영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7% 상승하면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장 이후 부정적 뉴스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루마니아를 찾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종합할 때 푸틴은 진지한 외교적 관여에 나설 조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 영국과 프랑스 등 각국 정상은 일제히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를 끊는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연설을 통해 "푸틴은 공격자다. 푸틴은 이 전쟁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그와 그의 조국이 그 결과를 짊어질 것"이라며 "러시아 수출품에 대한 추가적인 강력한 제재와 새로운 제한을 승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보드카와 수산물, 다이아몬드 등 사치품의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또 G7과 EU,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과 협의했다며 러시아에 대한 따른 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러시아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우는 보합권으로 떨어졌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은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11시께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러시아와의) 대화에 진전이 전혀 없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말하는 진전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쿨레바 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주요 지수는 하락 폭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의 '긍정적 변화' 발언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흘러내렸습니다. 결국, 다우는 0.69%, S&P500 지수는 1.3% 내렸고 나스닥은 2.18%나 급락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은 계속 '전쟁의 포로'로 잡혀있습니다. 전쟁 뉴스가 악화하면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그러면 인플레이션 공포와 미 중앙은행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식입니다. 이날 국제 유가는 2~3%씩 상승했습니다. 또 세계식량기구(FAO)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공급 차질로 식량 및 사료 가격이 올해 8∼20%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국은 세계 보리 공급의 19%, 밀의 14%, 옥수수의 4%를 차지하고 있지요.
이런 물가 우려는 미국 국채 금리를 본격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이날 2%를 돌파했습니다. 전쟁 공포로 인해 지난 월요일 1.66%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이후에는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투자운용의 짐 캐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놀라울 정도로 높게 상승한 것을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채 금리 상승이 거의 전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건 물가연동채권(TIPS)의 수익률은 비교적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데서 확인됩니다. 오른 물가만큼 이자를 더 주는 TIPS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가치가 떨어지는 일반 국채는 가격이 급락(금리는 상승)하고 있는 것이죠. 그는 “많은 사람은 인플레이션이 1분기에 정점을 찍고 떨어지리라 생각했다. 이제 유가 폭등으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발표됐던 2월 소비자물가(CPI)는 전월 대비 0.8%나 폭등했습니다. 유가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 폭등 여파로 3월, 4월에는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Fed는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전쟁 불확실성이 크지만,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긴축이 경제 성장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지금 Fed는 성장까지 챙길 여유가 없다"라며 "핵심 책무 두 가지 중 고용은 너무 좋고, 지금은 오로지 물가만 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PI가 발표된 뒤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다시 7회로 높아졌습니다. 또 기준금리 움직임을 잘 반영하는 국채 2년물 금리는 이날 5.4bp나 올라 1.756%까지 높아졌습니다. 2019년 9월 이후 2년 반만의 최고치입니다.
결국,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혹은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밤 보고서에서 2022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9%까지 또다시 낮췄습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가계 소득과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서입니다. 2022년 성장률 전망치가 작년 10월만 해도 4.2%였는 데 이를 연속적으로 낮춰 2.9%까지 떨어뜨린 것입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존에는 1.0%로 예상했었는데 0.5%로 떨어질 것으로 봤고, 2분기는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올해 1, 2분기 4~5%대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및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미국 가계의 실질 가처분 소득이 0.7% 감소하면서 소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거나, 유가가 더 오르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 성장률 전망치가 추가 하향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자사 상품 전략가들은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하루 400만 배럴 감소할 경우 유가가 175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팔라듐을 제외하고는 금속 공급 부족에 따른 성장 타격은 가정하지 않았다"라면서 "공급망 붕괴로 인해 주요 금속 등의 조달에 어려움이 생겨 일부 유럽 자동차 업체에 이미 발생한 것 같은 생산 차질이 생긴다면 부정적 성장 영향이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또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이후 미국이 내년에 침체에 빠질 위험이 다소 더 커졌다. 수익률 곡선 기울기를 기반으로 하는 모델에 따르면 내년 침체 확률은 20~35%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발표된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에도 인플레이션, 침체 우려가 나타났습니다. 3월 예비치가 59.7로 예상(62.0)이나 전월(62.8)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죠. 2011년 9월 이후 최저입니다. 이 지수는 미국 소비자가 경제에 대해 느끼는 믿음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현재 여건 지수는 67.8로 전월(68.2)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향후 6개월간의 경기를 예상하는 기대지수는 54.4로 전월(59.4)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장래를 더 어둡게 본다는 뜻입니다.
리처드 커틴 미시간대 교수는 "소비자들은 고용시장을 제외하고, 경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다"라면서 "불확실성의 가장 큰 요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잠재적 영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5.4%로 전월(4.9%)보다 크게 뛰어 1981년 이후 최고로 높아졌습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를 유지했습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네드 데이비스 선임 전략가는 이날 '거시경제가 나를 걱정하게 만든다'(Macro indicators that concern me)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가처분 개인 소득 증가율은 높지 않으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실제로 매우 약하다. 그리고 저축률은 8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일부에서 개인들은 팬데믹 기간 재정부양책으로 2조 달러 이상의 쿠션(저축)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돈은 대부분 부유한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데이비스는 "인플레이션은 아마도 가장 우려되는 문제일 것"이라며 "그것은 퇴행적인 세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이날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50대로 하락한 것은 '매도' 신호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물가와 경기에 대한 걱정이 큰 가운데 다음 주 15~16일에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엽니다. 회의 결과는 오는 16일 오후 2시, 한국 시각으로는 17일 새벽 3시에 발표됩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달 초 의회 증언에서 "전쟁 불확실성이 크다"라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 기존 계획대로 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라며 25bp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또 대차대조표 축소 논의는 진전되겠지만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불확실성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서 올해 7회 연속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ING의 경우 "두 명의 FOMC 위원이 더 공격적인 50bp 인상에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닐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는 것이죠.
시장이 주시하는 것은 올해 몇 번이나 금리를 올릴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올해 7번 인상을 계속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여섯 번을 보고 있지요.
이는 Fed 위원들이 각자 자신의 금리 전망을 찍어서 발표하는 점도표에서 명확히 드러날 텐데요. 작년 12월 점도표 상의 중앙값은 올해 연말까지 25bp씩 세 번 올리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4회 인상으로 한 차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ING는 "시장이 예상하는 6회 인상에 훨씬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시장에서는 5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SEP라고 부르는 '경제전망'도 업데이트해서 제시하는데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높아지고,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이코노미스트들은 2022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2월 2.6%에서 3.9%로 높이고 올해 성장률은 12월 4.0%에서 3.3%로 낮출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만약 수치가 더 크게 변한다면 월가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날 유로존의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 3.2%에서 5.1%로 높이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3.7%로 낮췄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 역풍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기존 계획보다 4개월 빨리 끝내고, 연말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ECB는 성명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ECB의 매파적 입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면서 "Fed도 대차대조표 축소에서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시장이 놀랄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제 CPI가 나온 뒤 "Fed 인사들은 올해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3%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2월처럼 근원 CPI의 전월 대비 수치가 0.5%가 나오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6%대가 된다"라면서 3월 FOMC에서 좀 더 공격적 점도표가 나오거나, 예상보다 좀 더 이른 5~6월께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작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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