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급락이 불지핀 'NFT 투매' … "거품 걷히면 우량작품 위주 재편"
얼어붙은 NFT…판매가 '반토막'
거래량 한달 만에 80% 급감
결제수단 암호화폐 가치도 약세
국내외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NFT의 결제 수단인 암호화폐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는 데다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가 겹치면서 낙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가 NFT 관련 암호화폐 10종의 가치를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지수화한 NFT인덱스는 15일 오후 4시 기준 667.3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최고점(1781.26) 대비 62.5% 하락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들어 세계 최대 NFT거래소인 오픈시의 거래량이 지난달 고점 대비 80% 급감했고, NFT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11월에 비해 48%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도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클립드롭스와 XX블루, 업비트NFT 등 주요 NFT거래소에는 구입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나온 매물이 부지기수다. NFT 작품이 시장에 나왔다 하면 ‘완판’되고 웃돈까지 붙던 지난해 말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NFT 전문가인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NFT 시장을 둘러싼 거품이 점차 걷히는 모양새”라며 “NFT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겪고 난 뒤 점차 안정적인 ‘우량주’ 위주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암호화폐 하락하니 작품값도 '뚝'…코인 열기 식자 NFT 회의감 확산
똑같은 1 이더리움 작품이라도 11월 600만원→현재 300만원대
원숭이 얼굴이 그려진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연작은 NFT 시장의 ‘대장주’로 꼽힌다. 점당 가격이 수억~수십억원에 달한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간판 스타 스테픈 커리와 가수 에미넴, 저스틴 비버 등이 이 작품을 구입하면서 가격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품가는 급락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132.783이더리움(약 4억4625만원)이었던 점당 평균 가격이 불과 2주 만에 78.922이더리움(약 2억525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비교적 덜 유명한 NFT 작품의 낙폭은 더욱 가파르다. 직장인 임모씨(33)는 올해 초 국내 플랫폼에서 300만원을 들여 NFT 작품 세 점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두 달 만에 작품 중 두 점은 가격이 반토막 났고, 나머지 한 점은 10분의 1로 떨어졌다. 임씨는 “가격을 낮춰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판매를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반값에도 안 팔린다” 투자자들 울상
‘NFT 완판’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유명 연예인이나 아티스트 등의 NFT를 제외하면 가격과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며 “NFT 시장에 막 진출한 기업과 작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피하려는 구매자가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불황은 재판매 시장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대표 NFT 거래소인 클립드롭스와 XX블루, 업비트NFT 등 사용자 간 거래 시장에서는 구입한 가격의 절반 미만에 나와 있는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A작가가 지난해 말 출시한 NFT 작품은 200여 개가 점당 100만원에 완판됐다. 한때 450만원까지 치솟았던 이 작품의 평균 거래 가격은 현재 70만원에도 못 미친다. 최근 거래된 최저 가격은 50만원이다.
NFT 가격 하락에 암호화폐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손실이 더욱 커지고 있다. NFT 작품은 암호화폐로 거래하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면 작품 가격도 그만큼 떨어진다. 예컨대 같은 1이더리움짜리 작품이라도 이더리움 가격이 높았던 지난해 11월에는 원화 가치가 500만~6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암호화폐 약세장이 장기화하면서 값을 대폭 낮춰서라도 작품을 떨이로 내놓는 투매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가치 놓고 갑론을박…“조정후 시장 재편”
더 큰 문제는 투자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NFT 작품의 내재 가치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FT는 여러 예술가 및 미술 전문가를 인용해 “NFT가 기술적·철학적으로 새로운 개념인 건 맞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상당수 작품이 보기 좋지 않다(ugly)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FT 작품의 상당수는 컴퓨터 일러스트 형태인데, 일반 미술작품에 비해 심미적 가치나 완성도가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미술계 거장의 상당수는 일찍부터 NFT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바보 같은 국제적 사기”(데이비드 호크니)라거나 “NFT는 내 작품을 대신할 수 없다”(박서보)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NFT의 가치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시장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웠다”며 “이제부터는 미학적 측면에서 NFT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NFT의 가능성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NFT가 디지털 미술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서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세계적인 컴퓨터예술가 이안 쳉은 “NFT는 디지털 미술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혁명적인 개념”이라며 “시장에 다소 거품이 끼어 있긴 하지만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당분간 큰 폭의 조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극히 일부 작품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나머지 작품은 무가치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 자체는 계속 성장하겠지만,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개별 작품 투자는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얼어붙은 NFT…판매가 '반토막'
거래량 한달 만에 80% 급감
결제수단 암호화폐 가치도 약세
국내외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NFT의 결제 수단인 암호화폐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는 데다 지난해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가 겹치면서 낙폭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가 NFT 관련 암호화폐 10종의 가치를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지수화한 NFT인덱스는 15일 오후 4시 기준 667.34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최고점(1781.26) 대비 62.5% 하락한 수준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달 들어 세계 최대 NFT거래소인 오픈시의 거래량이 지난달 고점 대비 80% 급감했고, NFT 평균 판매 가격도 지난해 11월에 비해 48% 이상 떨어졌다고 전했다.
국내 시장도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클립드롭스와 XX블루, 업비트NFT 등 주요 NFT거래소에는 구입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나온 매물이 부지기수다. NFT 작품이 시장에 나왔다 하면 ‘완판’되고 웃돈까지 붙던 지난해 말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NFT 전문가인 캐슬린 김 미국 뉴욕주 변호사는 “NFT 시장을 둘러싼 거품이 점차 걷히는 모양새”라며 “NFT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겪고 난 뒤 점차 안정적인 ‘우량주’ 위주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암호화폐 하락하니 작품값도 '뚝'…코인 열기 식자 NFT 회의감 확산
똑같은 1 이더리움 작품이라도 11월 600만원→현재 300만원대
원숭이 얼굴이 그려진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 연작은 NFT 시장의 ‘대장주’로 꼽힌다. 점당 가격이 수억~수십억원에 달한다. 미국프로농구(NBA)의 간판 스타 스테픈 커리와 가수 에미넴, 저스틴 비버 등이 이 작품을 구입하면서 가격이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품가는 급락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132.783이더리움(약 4억4625만원)이었던 점당 평균 가격이 불과 2주 만에 78.922이더리움(약 2억525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비교적 덜 유명한 NFT 작품의 낙폭은 더욱 가파르다. 직장인 임모씨(33)는 올해 초 국내 플랫폼에서 300만원을 들여 NFT 작품 세 점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봤다. 두 달 만에 작품 중 두 점은 가격이 반토막 났고, 나머지 한 점은 10분의 1로 떨어졌다. 임씨는 “가격을 낮춰도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판매를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반값에도 안 팔린다” 투자자들 울상
‘NFT 완판’ 뉴스가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실제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유명 연예인이나 아티스트 등의 NFT를 제외하면 가격과 거래량이 급감하고 있다”며 “NFT 시장에 막 진출한 기업과 작가,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피하려는 구매자가 이 같은 사실을 쉬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불황은 재판매 시장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대표 NFT 거래소인 클립드롭스와 XX블루, 업비트NFT 등 사용자 간 거래 시장에서는 구입한 가격의 절반 미만에 나와 있는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A작가가 지난해 말 출시한 NFT 작품은 200여 개가 점당 100만원에 완판됐다. 한때 450만원까지 치솟았던 이 작품의 평균 거래 가격은 현재 70만원에도 못 미친다. 최근 거래된 최저 가격은 50만원이다.
NFT 가격 하락에 암호화폐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투자자 손실이 더욱 커지고 있다. NFT 작품은 암호화폐로 거래하기 때문에 암호화폐 시세가 하락하면 작품 가격도 그만큼 떨어진다. 예컨대 같은 1이더리움짜리 작품이라도 이더리움 가격이 높았던 지난해 11월에는 원화 가치가 500만~60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30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암호화폐 약세장이 장기화하면서 값을 대폭 낮춰서라도 작품을 떨이로 내놓는 투매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가치 놓고 갑론을박…“조정후 시장 재편”
더 큰 문제는 투자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NFT 작품의 내재 가치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FT는 여러 예술가 및 미술 전문가를 인용해 “NFT가 기술적·철학적으로 새로운 개념인 건 맞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상당수 작품이 보기 좋지 않다(ugly)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NFT 작품의 상당수는 컴퓨터 일러스트 형태인데, 일반 미술작품에 비해 심미적 가치나 완성도가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미술계 거장의 상당수는 일찍부터 NFT에 부정적 시각을 견지해왔다. “바보 같은 국제적 사기”(데이비드 호크니)라거나 “NFT는 내 작품을 대신할 수 없다”(박서보)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미술계 관계자는 “이전에도 NFT의 가치를 의심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시장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웠다”며 “이제부터는 미학적 측면에서 NFT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NFT의 가능성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NFT가 디지털 미술 작품을 사고팔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서다.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세계적인 컴퓨터예술가 이안 쳉은 “NFT는 디지털 미술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혁명적인 개념”이라며 “시장에 다소 거품이 끼어 있긴 하지만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NFT 시장이 당분간 큰 폭의 조정을 거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극히 일부 작품은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나머지 작품은 무가치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 자체는 계속 성장하겠지만,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개별 작품 투자는 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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