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순식간에 시총 99%가 사라지는 대형 사고를 친 암호화폐 루나(Luna)는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의 가격안정화를 위해 탄생한 채굴 암호화폐로 미 달러와 1:1로 연동된 테라의 가격이 하락할 때 테라 보유자들은 테라를 소각하면서 시중에서 1달러 가치의 루나로 교환 받아 환전하여 그 손실을 보전 받게 설계되어 있어 루나와의 교환으로 테라의 유통량이 줄어들면서 테라 가격이 유지되게끔 설계된 코인이다.
루나는 애플(apple)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대표와 티몬 창업자인 신현성 의장이 공동 창업한 테라폼랩스가 발행하였고 루나는 기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 유지 수단인 달러나 금을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발행 당시부터 테라와 루나는 별도 지불준비금 없이 자체 발행한 루나를 통해 가치를 유지하기에 실물자산 담보가 없다는 점에서 폰지 사기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테라 프로토콜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통화량이 자동 조절되게끔 설계되었는데 수요가 늘어나면 프로토콜에서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수요가 줄어들면 루나를 통해 통화량을 줄여 가격을 유지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테라는 루나 외에도 여러 법정화폐와 페깅되어 있으며 그 중 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페깅되어 있는 SDT가 테라 생태계 시스템의 기축통화로 통용되기도 한다.
권도형 대표가 설립한 테라폼랩스는 달러와 테라의 가격을 맞추고 루나로 테라의 시세를 부양하면서 여기에 디파이 방식을 도입하여 이자 20% 지급을 보장하는 앵커 프로토콜로 생태계 전반을 넓히는 작업을 병행하여 코인의 소각 등을 통해 전체 균형을 조율하였고 이 과정에서 확보된 자금으로 비트코인 등을 매입하거나 매도하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필자는 이번 루나 사태의 과정을 파악하면서 일종의 폰지 성격까지 보이는 루나와 UST는 어차피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번의 급격한 몰락의 원인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전체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거기에 지난 6일부터 테라에 대한 일종의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징후까지 보이는데 7일 바이낸스와 Curve Finance에서 UST 가격이 대거 하락하여 언페깅되기 시작했다.
테라 생태계 지원을 위해 지난 1월 설립된 LFG는 지난 6일 일종의 거래소인 3AC 및 Genesis를 통해 테라(UST)를 매각하여 약 38,863 BTC를 추가 확보하여 총80,000 BTC를 보유하게 되었다고 발표했으며 이 과정에서 약 15억 개의 UST가 바이낸스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바로 하루 뒤인 7일 UST를 대거 매도한 것이다.
이후 확인되지 않은 매도자의 UST 대량 매도에 의해 촉발된 이번 사태는 LFG가 대응 시기를 놓친 부분도 있으며 뒤늦게 보유한 80,000개 BTC를 모두 동원하였으나 공매도로 추정되는 공격에는 역부족이었고, 시장 참여자들의 차익거래(arbitrage)에 의존하는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 메커니즘 자체도 한계가 있어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 자체가 적다는 원론적인 약점도 여전한 가운데 테라에서 진행했던 3Pool에서 4Pool로의 이전 과정에서 일종의 프로토콜 오류까지 나타났다는 주장도 나왔다.
UST의 1달러 가치가 유지되려면 크게 두 가지 중심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만 하는데, 첫 번째 중심축은 UST의 유동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커브 3풀이다. 커브(스테이블코인끼리의 교환에 특화된 DEX로 거래량이 가장 많은 DEX 중 하나)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 간의 슬리피지(거래 시 원하는 가격과 실제로 체결되는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를 해소하고, 신규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을 촉진하는 대형 탈중앙화거래소(DEX)다.
디파이라마의 데이터에 따르면 11일 기준 커브는 전체 디파이 생태계 가운데 총 예치금(TVL)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커브 3풀의 경우 USDT(테더), USDC(US달러코인), DAI(다이)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UST가 연결되면 UST는 기존 커브 3풀의 유동성 혜택을 누리면서 슬리피지까지 해소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그동안 UST의 1달러 구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근거 중 하나로 UST의 커브 풀 장악력에 있었다. 커브의 유동성 공급 비율을 가늠할 수 있는 게이지(Gauge) 지표에 따르면 11일 기준 전체 게이지 풀 가운데 UST 풀은 약 16%에 달한다. 부분 알고리듬 스테이블코인인 Frax(프락스)에 이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그러나 이것을 반대로 생각했을 때 UST 커브 3풀의 유동성 공급이 무너지면, UST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잘 유지되던 UST 커브 3풀은 5월 들어 LUNA의 하락과 함께 유동성이 급격히 붕괴됐다.
무딧 굽타 폴리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트위터를 통해 UST와 LUNA의 개발사인 테라폼랩스의 UST 커브 3풀 유동성 공급 철회를 루나 가격 급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테라폼랩스가 1억5000만 달러 규모의 UST 유동성을 철회하는 동안 UST 커브 3풀이 취약해지면서 익명의 공격자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얘기다.
두 번째 중심축으로는 테라의 디파이 서비스인 앵커 프로토콜이 있다. 20%에 달하는 이자를 받기위해 참여한 앵커 프로토콜의 UST 예치금은 UST의 시가총액이 고점을 찍었던 지난 7일 기준 UST 시가총액 대비 약 75%에 달했었다.
이러한 사실은 역으로 앵커 프로토콜의 UST TVL이 급락하고 매도세가 이어지면, UST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동안 앵커 프로토콜에 UST가 몰린 까닭은 앵커 프로토콜이 약 20%의 고정 이자를 지급했기 때문이다.
앵커 프로토콜의 이자율 알고리듬 구조를 살펴보면 스테이킹 된 LUNA(bLUNA)의 가치가 UST 예치 가치보다 2배 이상 많아야 약 20%의 고정 이율이 간신히 유지된다. 이때 bLUNA를 담보로 UST를 대출하는 금액이 늘어나야 bLUNA의 수요가 늘면서 가치가 높아지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대출자가 늘어야 20%의 고금리 알고리즘이 유지되는데 앵커 프로토콜 이용자의 목적이 UST 예치를 통한 20% 이자 보상에 있었고 대출보다 예치 수요가 높아지면, 앵커 프로토콜은 보유한 준비금으로 이자를 지급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준비금마저 다 떨어지면 약 20%의 이율 알고리즘을 깨거나 추가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 테라는 이 20%의 이자율을 낮추는 투표를 진행했으나 거부되었고 결국 테라는 추가 자금 수혈을 택했다.
디파이 생태계에 정통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인 A씨는 "LFG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지만 출금된 비트코인이 아직 매도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LFG가 디페깅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사태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나는 테라의 가격안정화를 위한 채굴 토큰으로 테라의 가격이 하락할 때, 루나를 추가 발행해 그 추가 발행한 루나로 테라의 유통량을 흡수시켜 다시 테라의 가격을 올리고 반대로 테라 가격이 상승할 때는 테라를 추가 발행해 가격을 맞추는데 루나 가치는 테라의 결제 수수료를 기반으로 생성되고 테라가 결제될 때마다 발생하는 소액의 결제 수수료는 블록 확인이 완료되면 징수되어 이를 블록 생성자에게 보상으로 지급된다.
이렇게 루나와 테라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연결되며 이중 토큰시스템을 도입해 스테이블코인인 루나와 테라를 알고리즘으로 연동 운영하고 있다.
테라·루나의 폭락 사태는 지난 9일(한국 시간) 시작됐으며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가상자산 시세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이 테라를 매도하기 시작하자 먼저 루나 가격이 폭락하여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로 이어지고 테라 가격까지 덩달아 급락하면서 테라가 디페깅(Depegging·달러와의 가치 유지 실패 현상)되는 알고리즘 붕괴 현상이 이어졌다.
필자는 이번 루나 사태를 검토하면서 이제야 암호화폐 시장이 정상적으로 턴어라운드 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는 판단을 했다.
사실 필자는 그동안 암호화폐치고 제대로 가동되고 상용화에 성공한 신뢰할 수 있는 암호화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외에는 없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그리고 이른바 알트코인 시장이 수십조를 넘나들며 수백 조에 이르는 시장 규모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 저 버블이 터져야 암호화폐 산업이 정상화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 왔었다.
물론 암호화폐 시장에 이미 몇 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2014년 일본 마운트콕스의 거래소 해킹을 시작으로 수십 차례 이상 크고 작은 거래소 해킹 사건이 이어져 왔으면 한번 사고가 터지면 수십억에서 수백억대 규모의 사건은 기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가 수년간 언론을 장식하면서 결국 쓰라린 경험이 대책을 불러와 이제 거래소 해킹 사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안정화 되었다.
지금은 거래소가 해킹되더라도 한정된 금액의 사고에 불과하며 각국의 주요 거래소는 거의 철저한 보안 시스템 구축으로 해킹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전되었다. 물론 비트코인은 태생 이후 단 한 번도 해킹된 적이 없었으며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거래소만 털려 나갔을 뿐이다.
인류의 역사는 늘 신산업의 탄생과정에 버블이 없었던 적이 없었고 신산업의 안정적 발전은 이렇게 사고와 사기피해 등 버블이 꺼지면서 수많은 오류 수정과 보완적 기술 발전 과정, 그리고 투자자 피해의 누적속에서 성숙되어 왔다.
결국 쓰라린 과정을 거친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미국에서 코인베이스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며 한때 100조원의 시총을 기록하면서 본격 새로운 금융 산업으로 편입되었으며 그 후 암호화폐 시장은 디파이(DeFi)로 명명된 금융과 탈 중앙화된 암호화폐 시스템이 결합되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상품의 등장과 뒤이어 NFT와 DAO로 그 보폭을 넓혀 왔다.
이렇게 순풍에 돛단 듯 잘 나가던 암호화폐 시장이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대규모 양적완화로 잠시 기세를 올렸으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미 연준의 빅스텝 그리고 공급망 붕괴와 원자재 부족 등 주식 시장이 급속도로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이 아닌 암호화폐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 여파로 비트코인이 고점대비 반 토막 나는 불안한 시황속에서 결국 곪을대로 곪은 루나 사건이 터졌다고 본다.
이제 다단계나 사기성 프로젝트로 대충 만들어 돈을 모았던 디파이나 NFT 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루나 사태와 같은 필연적인 과정을 거치며 암호화폐 시장은 전면 재검토 될 것이며 각 프로젝트의 안전성이 검증되면서 퇴출될 프로젝트는 사라지고 제대로 된 암호화폐만 남게 되는 암호화폐 산업이 정상화로 재편되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본다.
필자는 루나의 이번 상폐에 따른 소멸 과정을 살펴보며 역사에 나타났던 버블 붕괴 과정과 이번 사건이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일한 패턴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인류 과학의 발전은 버블의 탄생과 붕괴의 과정을 거치며 한 단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세밀해져간다. 따라서 암호화폐 시장은 이제 정상적인 산업으로 다시 출발하는 시발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향후 출시되는 디파이 상품이나 NFT 등은 이 모든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출범해야 할 것이며 사기성 프로젝트는 자연 퇴출될 것이기에 이제는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만 한정되어 있던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혀 볼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사)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 명예회장 신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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