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투자자들은 비관적 경제 전망 속에 위험자산(주식) 비중을 역사적으로 적은 수준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종의 '완전한 항복'(Full Capitulation)이라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9일(미 동부 시간) 이런 내용의 7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글로벌 성장과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치가 사상 최저로 낮아지고 현금 수준은 2002년 9·11사태 이후 최고로 높아졌으며, 주식 비중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다"라고 밝혔다. 이 설문은 지난 8~15일까지 7220억 달러 자산을 관리하는 259명의 펀드매니저가 참여한 가운데 실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성장에 대해 향후 12개월 내 둔화할 것이란 응답이 그렇지 않다는 답보다 79%가 많았다. 이는 앞선 6월 설문조사 당시에 비해 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조사가 시작된 1994년 이래 역사상 최고치다.
글로벌 기업 이익에 대해서도 12개월 내 둔화할 것이란 답이 그렇지 않을 것이란 답보다 역시 79%가 많았다. 이 역시 전달에 비해 7%포인트 높아진 것이며 사상 최고다.
경기 침체에 대한 전망은 2020년 5월 이후 최고로 높아졌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이 자본 투자를 늘리지 않거나(29%)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고(15%) 대신 재무 상태를 강화할 것(50%)을 원했다.
이들은 Fed가 앞으로 기준금리를 150bp 더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4% 이하로 떨어지는 게 Fed가 완화로 전환하는 가장 큰 촉매라고 봤다. 투자자들이 수익률 곡선 평탄화를 예상하면서 채권 수익률에 대한 기대는 3년 내 최저로 떨어졌다.
펀드매니저 중 평소보다 낮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밝힌 이보다 58%가 더 많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은 기록적 수치다.
이에 따라 이들의 현금 비중은 전달 5.6%에서 6.1%로 대폭 높아졌다. 이것도 2001년 10월 9.11 붕괴 이후 가장 높다.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적 배분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BofA는 "심각한 수준의 투자자 비관론"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펀드 매니저들은 가장 붐비는 거래는 ① 미국 달러 매수 ① 석유/원자재 매수 ③ ESG 자산 매수 ④ 현금 보유라고 답했다.
지난 4주 동안 투자자들은 채권, 필수소비재, 유틸리티, 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리고 주식, 유로존, 산업재 및 금융주에 대한 노출을 줄였다.
가장 큰 꼬리 위험(발생 가능성은 작아도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이벤트)으로는 ①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유지될 가능성을 꼽았다. 이어 ②글로벌 경기 침체 ③매파적 중앙은행을 지목했다.
하지만 내년에 인플레이션이 떨어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순 76%)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았다.
BofA의 하넷 전략가는 "2022년 하반기 펀더멘털은 나쁘지만, 지금의 투자자 심리는 향후 몇주 내에 주식/회사채 랠리가 발생할 수 있음을 말한다"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블루밍비트 뉴스룸
news@bloomingbit.io뉴스 제보는 news@bloomingbit.io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