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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코인 빚 갚아준다고?…저축한 사람만 바보됐다" [채선희의 금융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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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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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부정적'으로 기울어진 여론…해명할수록 논란
투입자금 125조…정부 예산이냐, 아니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8일 정부서울청사 기자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와 관련된 추가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허문찬 기자>


"성실히 빚 갚고 사는 사람들 의욕을 잃게 만드네요. 이게 정부가 말하는 상식과 공정인가요", "가상자산 투자는 넓게 보면 도박 아닌가요. 도박빚은 부모도 안갚아준다는데.", "주식 코인 투자 안하고 열심히 저축한 사람만 바보됐습니다"…(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최근 금융권에선 정부가 발표한 민생안정정책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급변한 금융환경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을 지원한다는 취지지만, 발표와 동시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이나 '빚투'(빚내서 투자)한 청년들까지 구제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예정에 없던 긴급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앞서 발표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를 두고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역차별', '책임 떠넘기기' 등 비판이 나오자 해명에 나선 것입니다.


논란의 중심엔 1년 한도로 운영되는 '신속채무조정 특례'가 있습니다. 정부가 밝힌 해당 제도의 취지는 '투자손실 등 애로가 큰 저신용 청년들이 신속하게 재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만 34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별도의 신청비 없이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 준다고 합니다. 원금 상환유예 기간 이자율은 3.25%입니다.


최근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금리가 6~7%대로 치솟은 것과 비교하면 금융권 이자의 절반만 받겠다는 셈입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제도가 적용될 수 있는 청년인구는 최대 4만8000명입니다. 1인당 연 141만원~263만원 가량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는 계산입니다.


해당 제도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직접 "가상자산 등에 빚투한 실패자를 위한 대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여론은 싸늘합니다.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부터 주식 및 가상자산, 재테크 투자 커뮤니티에는 비판하는 글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정부 정책의 좋은 취지를 살피자는 이들도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2030세대가 돈 빌려 투자했겠나. 혜택받은 4050세대들 좀 도와줍시다", "전염병에 고물가·고금리까지 최악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어려울 때 도와야죠.", "취업도 어려운 요즘 힘들게 사는 청년들 많습니다. 국가가 왜 있나, 정부가 나서는게 맞습니다."


정부 입장에선 취약층 지원을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내놓은 정책입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스텝이 꼬이다 보니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논란만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신속채무조정 특례를 포함한 취약층 금융지원에 125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내집을 마련하고자 '영끌'해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식에 빚투한 청년들 모두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사회적 비용은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치 정부 예산으로 영끌족, 청년들의 빚을 탕감해주는 뉘앙스 였지만 나흘만에 해명의 자리를 가진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답변은 좀 달랐습니다. 김 위원장은 "원금 탕감이 아닌 금리 감면 차원이니 오해하지 말아달라"며 "이를 위해 투입되는 125조원은 모두 정부 예산이 아니라 채권 발행, 대환 등으로 지원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재원 마련 방법이 며칠 만에 바뀐 것은 아닐테지만, 국민 세금이 활용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좀 더 세심하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공감대를 조성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죠. 이 과정에서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가 명확하고 일관성 있는 입장을 유지하는 부분도 필요해 보입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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