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인플레와 전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5% 오른 것으로 발표된 뒤 뉴욕증시는 폭등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S&P500지수는 3.82%, 나스닥지수는 4.42%나 올랐다. 지난 6월 40년 만의 최고인 9.1%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세가 꺾어지면서 기준금리를 인상 중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 긴축에서 물러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져서다. 이에 한국 증시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하지만 월가에선 경고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골자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 인플레이션은 그렇게 쉽게 낮아지지 않는다. 7월 물가 상승 폭의 둔화는 에너지 가격 하락이 이끌었다. 지난 6월 초 갤런당 5달러를 넘었던 휘발유 가격이 한 달 만에 7.7% 떨어진 덕분이다. CPI를 집계하는 미 노동통계국은 “전달보다 7.7% 하락한 휘발유값이 음식물(1.1% 상승)과 주거비(0.5% 상승) 상승분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CPI의 약 30%, 에너지와 음식물을 제외한 근원(core) 물가의 40%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끈적끈적한’ 물가 요인이다.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상승세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휘발유 가격 하락과 일부 공급망 개선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단기 물가 상황은 여전히 불편할 정도로 높을 것”이라며 올해 12월 근원 CPI를 6.1%로 전망했다. 7월(5.9%)보다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Fed가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Fed 목표(2~2.5%)까지 낮아지는 시기를 2024년 12월로 내다본다.
두 번째, Fed는 기준금리를 4% 이상으로 높인 뒤 한동안 유지할 것이란 점이다. 시장은 경기 둔화를 고려해 내년 중반께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쳤더라도 높은 수준에 머문다면 Fed는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다.
씨티그룹은 “Fed는 인플레이션이 목표까지 낮아지거나 노동시장이 붕괴할 때까지 계속 긴축을 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1970년대에 우리가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금리를 인상했다가 멈춘 뒤 다시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Fed가 그렇게 했다가 물가의 고삐가 풀렸다는 뜻이다.
세 번째, 달러 강세는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 4% 위에서 유지된다면 강달러는 불가피하다. ING는 “근원 물가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이는 미 국채금리의 제한적 하락과 달라 강세를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뉴욕 채권시장은 증시와 달리 조심스럽다. 국채 10년 만기 수익률은 지난 10일 CPI 발표 전 연 2.79%대에서 13일 2.8%대 중반으로 오히려 올랐다. 물가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달러 강세를 반긴다. 수입 물가를 낮추는 요인이어서다. 실제 7월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1.4%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원·달러 환율이 12개월 뒤에도 달러당 1260원에 달할 것으로 본다.
미국의 긴축으로 촉발된 긴장을 아직 풀 때는 아니다. 에너지와 농산물 앙등을 불렀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지속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평소의 20% 수준으로 줄여놓고 ‘에너지 성수기’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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