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장 시작과 함께 랠리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은 더 커졌고 결국 다우는 1.86%, S&P500 지수는 2.65% 올랐고 나스닥은 3.43% 급등했습니다. S&P500 지수 종목 중 99%가 상승할 정도로 랠리의 폭의 넓었고, 다우지수는 다시 3만선 위에서 마감했습니다.
랠리의 원인은 몇 가지가 꼽힙니다.
1. 영국 금융시장 안정
영국의 제러미 헌트 신임 재무부 장관은 리즈 트러스 총리의 경제정책을 대부분 폐기했습니다. 소득세율 인하를 취소하고 에너지 요금 지원은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연 450억 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는데, 헌트 장관은 지금까지 취소된 감세안 규모가 연 320억 파운드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한때 2.2%까지 올랐고 영국 국채 30년물 금리는 40bp 넘게 내려 연 4.3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오늘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몇 가지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IFS의 폴 존슨 이사는 "오늘 발표만으로는 정부 예산의 구멍을 메우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또 지난 몇 주간의 참사로 인한 피해를 되돌리기에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분명하고 큰 환영할 만한 단계에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ING는 "영국 채권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이런 흐름이 유지될지는 어려운 질문이다. 영국 정부가 균형예산을 유지하려면 지금 발표된 것 이상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10월 31일 나올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중기재정전망이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습니다. ING는 "영국은행은 최근 몇 주 193억 파운드 규모의 채권을 매입한 후 추가 매입을 중단했고, 시장 기능은 당분간 손상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월말에 재개되는 영국은행의 양적 긴축(QT)에 대해서도 불안함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트러스 총리의 정치적 생명이 흔들리는 것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영국 도박 시장은 올해 안에 트러스 총리가 사임하는 데 50대 50 확률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2.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안정
유럽 벤치마크 TTF 천연가스 가격은 계절적으로 온화한 가을 기온 속에서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현재 4개월 최저치로 급락했습니다. 한때 메가와트시당 345유로를 넘었던 TTF는 오늘 127유로까지 하락했습니다. 유럽 각국이 올겨울 상승 가능성이 있는 천연가스 가격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하고 있는 것도 현재로선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TTF 거래를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하도록 만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이런 시장 개입이 천연가스 공급 축소나 소비 증가를 부를 가능성 때문에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3. 제임스 불러드의 선회?
미 중앙은행(Fed)에서 가장 매파적인 인물이라면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총재가 꼽힙니다. 그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긴축 과정에서 가장 먼저 선제적 금리 인상을 주장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15일 IMF 연설에서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뿐 아니라 12월에도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75bp 금리 인상을 올해 연말 또는 내년 1분기에 해도 거시 경제적 관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라는 것입니다. 그는 또 "(그동안의) 75bp 인상이 시장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에 대해 기쁘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관심을 끈 것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을 내년 3%대로 낮추는데 올해 예상 금리 수준이면 충분하다"라는 언급이었습니다. Fed는 지난 9월 점도표에서 내년 4.6%를 최종금리로 제시했지요. 그 이상으로 올릴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기준금리는 3~3.25%이고 만약 연말까지 150bp를 올리면 4.5~4.75%가 됩니다. 내년엔 더는 금리 인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또 이는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최종금리 4.9% 수준보다 낮습니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Fed의 가장 큰 매파 중 한 명인 불러드 총재가 5% 금리에 대해 반박했다. 다른 Fed 위원들도 그렇게 느끼는지 앞으로 몇 주 동안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격적인 매파 중 한 명인 그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연말, 내년 초에 들어가면 Fed의 긴축 속도에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설립자도 "불러드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4.5~4.75%까지 올린 뒤 Fed가 잠시 멈춰야 한다고 암시했다. 불러드는 종종 통화정책 방향에서 앞서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4. 은행의 낙관적 실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오늘 아침 3분기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매출(247억 달러)과 주당순이익(81센트)은 모두 월가 예상(235억 달러, 77센트)을 웃돌았습니다. 지난주 JP모건, 웰스파고 등에 이은 좋은 실적입니다.
특히 콘퍼런스콜에 나온 브라이언 모히니언 CEO는 거침없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이 소비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하겠지만, 여기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모히니언에 따르면 9월부터 10월 전반기까지 한 달 반 동안 고객들이 신용카드 등을 통해 쓴 액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으며, 거래 건수 역시 6% 늘었습니다. 신용카드 연체율도 2019년보다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그는 "고객 예금 잔고가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몇 배씩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재정적으로 회복력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팬데믹 이전 은행 계좌에 2000달러가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5배나 많은 잔액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2000~1만 달러를 갖고 있던 미국인들의 잔액은 3배 많습니다.
은행뿐이 아닙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유나이티드헬스는 "3분기를 보면 우리 고객들은 순고용이 증가했다. 우리는 아직 사업에서 경기 침체 영향의 출연을 보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자신감을 줬습니다. 경기 침체에 들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니까요. 물론 소비가 강하게 지속한다면 인플레이션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Fed가 강하게 긴축해서 결국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소비자들이 잘 버틴다면 침체의 깊이 자체가 얕을 수 있습니다.
영국 금융시장의 안정, 그리고 불러드 총재의 발언 영향 등으로 인해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 초반 금리가 급락했습니다. 지난주 4%를 돌파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늘 아침 9시께 3.913%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금리의 큰 폭 하락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위기가 있었습니다. 뉴욕연방은행이 발표한 10월 엠파이어 스테이트(뉴욕주) 제조업지수는 전월보다 7.6포인트 하락한 -9.1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5.0)보다도 낮았습니다. 이 지수는 0을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하는데, 3개월 연속 위축 국면에 머물렀습니다.
Fed가 강하게 긴축하고 있는 만큼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세부 지수중에 지불가격이었습니다. 지불가격은 전월 39.6에서 48.6으로 오히려 올라갔습니다. 뉴욕 Fed는 "지난 석 달간 지불가격이 큰 폭으로 급락했었는데 10월 다시 9포인트가 올라갔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지수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기보다는 10월에 처음 나오는 물가 지표로서 지불가격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더 높게 나왔다"라고 말했습니다. 9월 말부터 이어진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긴 했는데, 그 폭이 컸다는 것이죠. 이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프로메테우스 매크로는 "지불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지난주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에서 볼 수 있듯이 인플레이션이 미 경제에 자리 잡았다는 믿음을 강화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지표가 나온 뒤 금리는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오후 4시 40분께 4.018%로 전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저점 3.913%에서 따지면 10bp가량이나 오른 것입니다. 비슷한 시간 2년물은 5.1bp 내린 4.460%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저점 4.401%에 비해선 6bp가량 회복됐습니다.
JP모건은 오늘 연말 금리 전망치를 크게 높였습니다. 10년물은 3.75%에서 4.20%로, 2년물은 4.45%에서 4.6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JP모건은 "이런 금리 전망치 상향은 더 높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가능성, 그리고 채권에 대한 약간 수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금리의 회복세는 오늘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상승의 힘이 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리 상승은 불안 요인임은 분명합니다.
영국의 안정, 불러드의 발언, BofA의 실적 등 긍정적 요인들이 겹치면서 뉴욕 증시는 급등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선가 본듯한 상황이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지난주 목요일 시장이 이렇게 폭등했었지요. 하지만 그런 뒤 금요일 상승 폭을 고스란히 반납했었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급등은 숏커버링(공매도를 했던 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상승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했던 주식을 되사서 갚는 것)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숏커버링이 주요 역할을 했다는 분석들이 많았습니다.
골드만삭스 프라임 브로커리지에 따르면 지난주 금요일 고객(주로 헤지펀드)의 순매도(명목 금액)는 4개월 내 최고에 달했고 숏(공매도)이 매수(롱)에 비해 거의 5대 1로 많았다. 이는 작년을 기준으로 100분위로 나눠보면 상위 94분위에 들어가는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선다이얼 캐피털 리서치에 따르면 소액 옵션 트레이더들은 지난주 199억 달러 상당의 풋옵션을 매수했지만, 콜옵션 매수는 65억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선다이얼 측은 "풋옵션 매수가 콜옵션의 3배가 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압도적으로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시장 하락에 맞춰져 있었다는 것이죠. 시장이 상승하면 숏커버링이 발생하면서 상승 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금세 떨어질까요?
오늘 재미있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CIO가 보고서를 내고 "베어마켓은 끝나지 않았지만, S&P500 지수가 4000을 넘는 단기 기술적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10% 이상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난 1년간 계속 비관론을 펼쳐왔지만 원래 장기적으로 낙관론이고, 지금은 중기적으로 아마도 좀 더 건설적으로 보기 시작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가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지난주 9월 CPI 보고서 발표 이후 역사적인 반등이 거래 가능한 단기 랠리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강세장'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즉 이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고 내년에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는 "지난주 CPI 수치처럼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향후 석 달 내로는 하락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도 "시장은 미래를 보고 있고 채권시장에서도 매수가 시작되고 있어서 금리가 상승을 멈출 수 있다. 이는 증시를 흥분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3500선에 걸쳐 있는 200주 이동평균선이 강하게 지수를 지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 기업들이 (실적 악화를) 모두 고백하거나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가 올 때까지 200주 이평선이 지수를 강하게 지지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 몇 개월 더 지속할 수 있으며 단기 기술적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라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4150선까지 추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봤습니다. 그는 "이것은 엄청나게 큰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올해와 이전 약세장 랠리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일치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기업이익 감소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는 기업이익이 경기 둔화로 인해 감소하면서 다음 하락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며 "Fed는 기업이익 사이클이 하락할 수 있도록 이미 충분히 긴축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네 번째, 시장이 충분히 할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윌슨은 "Fed가 이제까지 한 긴축의 거의 100%가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아직 기업이익 하락을 다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익 감소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주식이 꿈을 꿀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S&P의 최종 바닥은 결국 3000~3200까지 떨어진 뒤에 나타날 것으로 봤습니다. 아직 약세장을 끝내기 위해 봐야 할 조건들이 보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이익 하락과 경기 침체가 어느 시점에 심각해지면서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윌슨은 "너무 앞장서서 움직일 필요는 없고 데이터에 따라 거래하라. 우리가 생각하는 바닥이 나타난다면 우리가 알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기 랠리가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신중론을 펼쳐온 UBS는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오늘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시장은 투자자들이 향후 6~12개월 동안 실질적인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하기 시작했을 때, 또는 경제 활동에 대한 저점이 보이거나 밸류에이션이 이미 약세장 시나리오를 충분히 반영했을 때 바닥을 쳤다"라며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향후 3~6개월 동안 시장에 대한 위험 보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마크 헤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주요 중앙은행들이 내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 사이클을 끝내지 않으리라고 예상한다. 또 세계 경제 성장이 새해 초까지 계속해서 감속할 것이라고 본다. 중앙은행이 긴축 정책을 펼치는 동안 세계 금융시장은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그는 "인플레이션 및 노동 시장 데이터의 점진적 개선 가능성, Fed가 곧 금리 인상 사이클을 완료할 것이라는 암시, 또는 경제 회복력의 징후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각각은 단기 반등을 지원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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