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이번엔 4엔 뛰어…日정부, 사흘만에 또 개입
기습적 움직여 투기세력 견제
공식적 개입 여부는 "노코멘트"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추락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이후 엔·달러 환율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24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1.55엔 오른 149.1엔에서 움직였다. 엔·달러 환율 상승은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뜻이다.
이날 한때 149.64엔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오전 8시34분 145.55엔으로 순식간에 4엔 이상 떨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사흘 만에 또다시 시장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환율이 32년 만의 최고치인 151.92엔까지 상승한 지난 21일 오후 11시께 기습적으로 외환보유액의 달러 일부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에 나섰다. 개입 2시간 만에 환율은 144.50엔으로 7엔 가까이 떨어졌다.
이때부터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밝히지 않는 '복면 개입'을 하고 있다. 24년 만에 엔화 매수 방식의 시장 개입에 나선 지난달 22일 개입 사실을 공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복면 개입은 투기 세력의 가세를 막으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오늘 28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다음달 2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 유력시되면서 투기 세력이 엔화 매도세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습적으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면 엔화를 일시적으로 사고팔아 이익을 내려는 단기 투기 세력이 가세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일본 정부의 계산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어떤 방식의 개입이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일 금리차와 무역적자가 갈수록 커지는 구조적인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2일 시장 개입 직후 140엔대까지 하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10엔 이상 올랐다. 이날도 145.55엔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오후 149엔대로 되돌아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의 추측을 인용해 지난주에만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300억달러(약 43조원) 이상이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개입 규모는 200억달러로 추정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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