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인플레이션은 내려간다, 그것도 빠르게"
정광우 86번가 대표(전 한국투자 밸류자산운용 대표)
최근 자산시장을 보면 고차원 방정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믿었던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하루에 20%씩 급락하는 모습을 거의 매일 지켜보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에서 보듯 채권 시장이 신뢰 문제로 하루 아침에 위기에 봉착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중화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대탈출이 나타나면서 이미 크게 하락한 증시가 추가로 하루에 6~7%씩 하락하는 장면도 목격하였습니다. 일본 엔화는 개입을 하지 않는 날 보다 하는 날이 더 많아보일 지경입니다.
그런데 어렵게 꼬인 문제일수록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은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에 있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크게 올려갔고, 이로 인해 자산시장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올 수 있을까요?
각종 선행지표를 보면 인플레이션은 생각보다 빠르게 내려올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ISM 제조업 PMI의 물가 지표가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물가지수 (CPI)를 약 6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물가 지표가 급격하게 내려오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무려 87.1을 기록하였는데, 9월에는 51.7로 내려왔습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했던 1970년대에도 ISM 제조업 PMI의 물가 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이번에도 과거가 반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켓PRO]"인플레이션은 내려간다, 그것도 빠르게"
다음으로 미국의 수입 물가입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을 많이 수입하기에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미국 수입 물가에 시차를 두고 큰 영향을 미칩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와 중국 위안화가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들은 미국의 수입 물가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13.5%나 되었던 생산자물가는 지난 9월 0.9%까지 하락하였습니다. 연초에 6.3위안까지 강세를 보였던 환율은 어느새 7.3위안까지 약세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앞으론 디플레이션을 수출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인플레이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해상 및 항공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운임 또한 상반기를 고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해상은 60%, 항공은 50% 이상 하락하였습니다. 이를 잘 나타낸 지수가 있는데 바로 올해 1월 뉴욕 연은이 새롭게 발표한 '글로벌 공급망 압박 지수 (GSCPI, Global Supply Chain Pressure Index)'입니다. 해상 및 항공 운임과 주요국의 PMI 요소를 종합하여 만든 지표인데 역시나 드라마틱하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공급망 영향을 크게 받은 요소 중 하나로 중고차 가격도 있습니다. 미국의 중고차 가격은 2019년 말 대비 무려 50%나 상승했습니다. 중고차 가격의 상승은 신차, 차량 렌트비 등 각종 차량 관련 항목에도 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물가 중고차 항목을 2~3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맨하임 중고차 가격 지수는 최근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15%나 하락했습니다. 반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 중고차 지수는 아직 1%밖에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또한 내려갈 것이고, 이는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강력한 미국의 소비로 인해 물가 압박이 계속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남아있긴 합니다. 실제로 미국의 GDP를 보면 소비항목의 성장률이 1분기 1.3%, 2분기 2.0%, 3분기 1.4%로 언뜻 보기엔 강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출과 정부지출을 제외한 미국 소비자들의 최종 소비 (Real final sales to private domestic purchasers)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1분기 2.1%, 2분기 0.5%, 그리고 3분기 0.1%로 급격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내 소비의 뜨거움도 내려가게 되면, 혹은 경기가 하강하게 되면 그 자체로 인플레이션은 내려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는 현금을 주식으로 바꾸는 용기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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