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날아갔다"…케이뱅크, 기업가치 충격에 '상장철회'
올해 기업공개(IPO)로 꼽혔던 KT의 손자회사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상장 절차를 잠시 중단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시장 한파에 제대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케이뱅크는 2일 "상장 예비심사 효력 인정 기한 내에 상장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공개(IPO)를 위한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상장 예심 효력은 6개월이었다. 오는 7일 증권신고서 제출 마감 기한을 5일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증시 침체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와중에 상장을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케이뱅크의 상장 연기는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6일 해외기관투자자 모집을 위한 '해외공모투자설명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선 케이뱅크가 상장 절차를 중단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상장 준비 초기 8조원까지 언급됐던 기업가치가 4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점도 상장 연기의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가 비교 기업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부진한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다만 케이뱅크는 시장 상황만 좋으면 언제든 IPO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단 한 발 물러서지만, 연내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다시 신청해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지속 준비, 적기에 재추진할 예정"이라며 "일단 보류하지만, 올해 안에 상장을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것도 상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케이뱅크는 2021년 순이익이 224억원을 기록해 전년 1054억원 손실 대비 '흑자전환'했다. 2022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714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작년부터 지속된 IPO 혹한기 속 상장을 미루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또 다른 IPO 대어로 불렸던 컬리도 지난달 4일 대내외 상황을 고려해 공모 레이스를 무기한 연기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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