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쇼크…국내 금융권은 괜찮을까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이어 시그니처은행까지 파산 선고를 받으면서 국내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의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큰 차이가 있는데다, 이미 상당한 수준의 손실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3일 일제히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SVB 파산 이후 금융시장 동향을 살펴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작년말 기준 총자산이 2090억달러(275조원)으로 미국 내 16위 은행인 SVB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폐쇄 조치됐다.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시그니처은행도 지난 12일 폐쇄됐다.
SVB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돈줄 역할을 하던 스타트업 특화은행이다. 이에 거액의 기업자금 위주로 자금을 유치했다. 미국의 예금자보호 대상(25만달러·3억3000만원)이 아닌 예금 비중이 87.6%에 달한다. 미 정부는 SVB의 예금자를 100% 보호하기로 결정하긴 했다. SVB는 대출을 내주는 대신 자산 대부분을 미 국채나 주택저당증권 같은 장기 유가증권(총자산의 56.7%)에 투자하는 경향도 보였다.
이 같은 SVB의 독특한 자산부채 구조가 최근 고금리 상황과 맞물리면서 '쇼크'가 발생했다는 평가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예금인출 요구가 증가했다. 고금리에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미 국채 등에 주로 투자를 한 SVB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SVB는 유동성 문제에 봉착했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예금을 활용해 투자가 아니라 대출을 주로 실행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유가증권 비중은 18%에 불과하다. SVB처럼 채권 평가손실 등 리스크가 낮다는 얘기다. 전 은행권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00%를 넘는 등 양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도 1인당 평균 예금액이 200만원 대로 예금자보호한도(5000만원) 범위 안에 있으며, 단기간 내 자금이탈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국공채 보유 규모가 큰 보험업계의 경우도 자산부채 만기구조 매칭관리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으로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 측은 "국공채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사도 보유 만기(듀레이션)가 길지 않고 최근 금리 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혹시 모를 리스크 전이에 대비해 비상대응체계를 갖추겠다는 게 금융당국 구상이다. 금융위는 관계기관과 국내외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내 금융사의 건전성과 유동성 등을 신속하게 재점검하기로 했다. 금감원도 미국 등 현지 감독당국과 소통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가상자산·핀테크 업계가 이번 사태로 자금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규제개선 등 필요사항을 적극 발굴·시행할 계획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이 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