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보호·산업 발전 기대…혁신성 저해 우려도
유럽연합 의회가 가상자산(암호화폐) 포괄 규제안 MiCA(Markets in Crypto Assets)를 승인했다. 이로써 유럽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맞춤형 규제 법안을 도입한 시장이 됐다.
'MiCA'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찬성 517표, 반대 38표, 기권 18표로 통과됐다. 유럽연합 의회 내 다수 정당들이 법안 표결 전부터 지지를 표명했기에 손쉽게 승인될 수 있었다.
1000유로 이상의 가상자산 전송을 제한하는 자금 이체 규정도 찬성 529표, 반대 29표, 기권 14표로 통과됐다. 이제 유럽연합 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1000유로 이상 자금을 전송하기 위해 자금 세탁 방지를 위한 고객 식별(KYC) 장치를 필수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 외에도 MiCA는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VASP) 라이센스 제도, 가상자산 플랫폼 내 위험성 명시, 스테이블 코인 준비금, 스테이블 코인 거래량 제한 등 가상자산 시장의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MiCA 최종안 발표는 오는 6월 말, 시행은 7월로 각각 예정돼 있지만, 업계가 규제에 적응할 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실제 적용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자 보호·산업 발전 기대…혁신성 저해 우려 목소리도
업계 관계자들은 MiCA가 가상자산 규제를 새로 여는 시대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봤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이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규제하는 것이 글로벌 확장의 신호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 창펑 자오(Changpeng Zhao)는 MiCA 통과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유럽 의회의 MiCA 도입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이 사용자를 보호하고, 산업 발전과 혁신을 위한 가상자산 맞춤형 규제를 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규제 세부 사항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현재 우리 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실용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이제 적어도 유럽연합 내 운영되고 있는 거래소들은 명확한 규칙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MiCA로 인해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혁신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이 가르시아 자포 뱅크(Xapo Bank) 공무 책임자는 "MiCA 규제 도입으로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사에 대한 기준과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너무 획일적인 규제로 밀접하게 업계를 관리하면 미래 지향성 저해, 개발 부진 등 운영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규제가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MiCA 법안이 무려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던 만큼, 조항들 중 다수가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어니스트 우르타순 유럽연합 의원은 "법안이 최종 도입됐지만, 중요한 규제 문제들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MiCA를 완성시키기 위한 새로운 입법 조치가 시급하다"라며 2차 규제 조치를 추진할 것을 예고했다.
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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