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들, 나쁜 대출로 가득 차
저금리때처럼 리스크 관리 소홀
그 대가로 많은 걸 잃게 될 것
팬데믹 이전보다 공실률 높아
대출 회수때 고통 뒤따를 것"
"은행들이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로 위기에 몰리면서 금융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워런 버핏의 멘토이자 공동 경영자인 찰리 멍거 벅셔해서웨이 부회장은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이 나쁜 대출로 가득 차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오는 6일 열리는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은행업계에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99세의 멍거 부회장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로 일하다가 버핏을 만났고, 1978년 벅셔해서웨이에 합류했다. 버핏은 자신의 성공 비결을 "'평범한 기업을 환상적인 값에 살 생각하지 말고, 환상적인 기업을 찾아 제값에 사라'는 멍거의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멍거 부회장은 미국 은행업계가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형 은행 주가가 대폭 저평가됐음에도 아직은 투자할 때가 아니라는 뜻이다. 벅셔해서웨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베팅했고, 2011년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비슷한 규모로 투자했다.
멍거 부회장은 "은행업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적도 있고 실망하기도 했다"며 "은행을 똑똑하게 경영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잘못된 선택을 하게 하는 엄청난 유혹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은 상황이 나쁘지 않지만 은행업계에 문제가 생겼다"며 "좋은 시절에 나쁜 습관에 빠져든 탓에 어려운 시기가 오면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에 익숙해진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부동산 담보 대출을 늘려 위기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멍거 부회장은 "은행의 비대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라며 "오피스 빌딩과 쇼핑센터 자산에 문제가 생겼고 다른 것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들이 이미 부동산 개발사에 대한 대출을 회수하고 있다"며 "(이들 자산을 정리하는 데)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은 17.8%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12.2%)보다 5.6%포인트 높아졌다.
투자 금융업 전반의 전망도 어둡다고 판단했다. 멍거 부회장은 "투자의 황금기는 끝났고 투자자들이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하는 시기"라고 단언했다. 벅셔해서웨이는 1965년 설립 후 S&P500지수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하는 연평균 20%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해왔다. 멍거는 버핏과 자신이 "(그동안) 대체로 낮은 금리 속에서 저평가된 주식 가치와 풍부한 투자 기회라는 환경의 혜택을 봤다"며 "주식 투자자로서 완벽한 시기에 살았다"고 평가했다.
자신이 몸담은 사모펀드업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모펀드가 너무 많고 어떤 자산이든 간에 매수 희망자가 많아 모두에게 힘든 게임이 되고 있다"며 "투자 매니저 과잉은 국가적 측면에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 매니저의) 상당수는 점쟁이나 점성술사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며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않고 고객 주머니에서 돈만 끄집어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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