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독일까지…경제 대국 덮치는 '불황 공포'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에서도 불황 징조가 감지되고 있다. 생산 지표가 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고꾸라지면서 경기침체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연방통계청은 8일(현지시간) 3월 산업생산이 전월보다 3.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3.7% 증가)과 2월(2.1%) 반짝 호조세를 나타낸 뒤 3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감소 폭은 지난해 5월(3.7% 감소) 이후 12개월 만에 최대치다. 로이터통신이 경제학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제시한 추정치(1.3% 감소)를 훨씬 웃돈다. 독일 경제부는 "1~2월 수치와 비교하면 예상외의 급격한 감소"라고 밝혔다.
주요 산업의 생산 실적이 줄줄이 악화했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생산 감소 폭이 6.5%로 가장 컸다. 기계·장비 생산은 3.4% 뒷걸음질했고, 건설 부문 생산도 4.6% 쪼그라들었다.
산업 수요를 반영하는 산업주문은 같은 달 10.7%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봉쇄 조치가 취해졌던 2020년 4월 이후 월 기준 최대 감소 폭이다. 이 때문에 제조업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클라우스 비스테센 판테온거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암울한 수치"라며 "1분기로 묶어 보면 산업생산은 전 분기 대비 2.4% 증가했지만, 분기 말 수치가 악화하면서 2분기로 이어질 동력이 매우 약하다"고 말했다.
기업 활동이 급격히 둔화하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예비치)로 발표됐다. 오는 25일 발표될 확정치는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GDP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지난해 4분기(-0.5%)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기술적 경기침체(불황)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미 CNBC 방송은 독일 경기침체가 유로존 전체의 GDP 증가율을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유로존의 1분기 GDP 증가율은 0.1%(예비치)로, 전문가 전망치(0.2%)를 밑돌았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 이코노미스트는 "산업생산 감소로 GDP 증가율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독일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도 비교적 잘 버텨왔던 독일 경제가 고물가와 고금리, 교역 둔화 등 삼중고로 인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학자들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브제스키는 "하반기부터는 강력한 수요 유입이 없는 채로 산업재고가 줄어들고 수십 년 만에 가장 공격적인 긴축 정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국 경제 둔화에 따른 수출 타격도 예상된다"고 했다.
코메르츠방크의 외르크 크래머 이코노미스트도 "하반기 불황 진입 여부에 주의해야 한다"며 "과거부터 독일에선 경기침체가 항상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과 동반했다"고 말했다.
다만 독일 정부는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독일 경제부는 지난달 말 내놓은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0.4%로 상향조정했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은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점진적인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1분기 이후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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