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조 딜 성사될까…공정위, MS의 블리자드 인수 '승인'
해외 경쟁당국 판단 엇갈려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687억달러(약 90조8214억원) 규모 액티비전 블리자드(이하 블리자드) 인수에 대해 승인했다. 블리자드는 '콜 오브 듀티', '캔디 크러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등 다수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에 4억명의 게임 유저(이용자)를 거느린 초대형 게임사다. 인수 계약이 성사될 경우 MS는 자체 인수합병(M&A) 거래 중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며, 게임업계 세계 3위 수준으로 도약하게 된다.
공정위는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승인한다고 30일 밝혔다.
공정위는 MS의 블리자드 기업결합을 승인한 결과,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별도의 시정조치를 부과하지 않은 조건 없는 승인을 결정했다.
MS는 지난해 1월 블리자드의 주식 100%를 687억달러에 취득하는 계약을 맺고 세계 각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상태다. 미국 정보기술(IT)기업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이 인수에 제동을 건 상황이어서 '빅딜'이 최종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MS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뿐만 아니라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와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포르자 호라이즌', '헤일로' 등 게임 개발·배급업도 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후 MS가 블리자드의 인기게임을 자사 게임서비스에만 배타적으로 공급해 국내 콘솔 및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심사했다. 기업결합 후 MS가 블리자드의 주요 게임을 자사에만 배타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낮고, (이 같은) 봉쇄가 발생하더라도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적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MS와 블리자드 개발·배급 게임들의 합산 점유율이 국내 시장에서는 작고, 경쟁사가 대체 거래할 수 있는 다수 인기 게임 개발사가 존재한다고 공정위는 진단했다.
아울러 MS와 블리자드 간 수직·수평 결합이 콘솔 게임, PC 게임, 모바일 게임, 클라우드 게임 분야 게임 배급 및 서비스 시장, PC 운영체제(OS)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결과 봉쇄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MS가 블리자드 인수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16개국의 경쟁당국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미국과 영국 경쟁당국이 인수에 제동을 건 상태다. 미국 반독점기구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번 거래에 반대하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고, 영국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봉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기업결합을 불허했다. EU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봉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MS가 블리자드 게임을 향후 10년간 경쟁 클라우드 게임사에 로열티 없이 제공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했다. 일본, 중국 등은 한국과 같이 조건 없이 인수를 승인했다.
공정위는 "각국 경쟁당국은 자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경쟁당국 별로 서로 다른 판단이 도출될 수 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승인 여부를 심도있게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이 뉴스에 대한 의견과 질문을 자유롭게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