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리츠 시총 2000억弗 증발
증시 활황 속 '저평가' 매력 부각
부실 자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헤지펀드들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저평가 매력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데이터를 인용해 D.E.쇼, 플랫 풋티드, H/2 캐피털 파트너스, 론스타 파트너스 등의 헤지펀드가 올해 들어 리츠 상품 중 하나인 '다이버시파이드 헬스케어 트러스트(DHC)'의 지분을 최소 20% 확보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헤지펀드는 DHC가 투자한 요양 보호 시설에 '베이비부머'가 곧 유입되기 시작할 것으로 봤다.
리츠란 부동산 또는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을 매입하거나, 부동산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투자해 발생한 수익 대부분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회사나 투자신탁을 뜻한다. 일종의 간접 투자 방식으로, 통상 부동산을 직접 사들일 여력이 없는 개인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상업용 부동산 침체가 미 중앙은행(Fed)의 고금리 정책으로 한층 심화하면서 리츠 상품의 가치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리츠협회에 따르면 미국 전체 리츠의 시가총액은 지난 2년간 2000억달러(약 256조원) 증발해 1조3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사무실 투자 전문 리츠는 올해 들어 지난 13일까지 10% 손실을 냈다. 최근 헤지펀드들의 투자가 몰린 DHC도 작년 한 해에만 주가 하락률이 80%에 달했다.
미 증시가 예상외의 활황세를 이어가자 리츠는 거의 유일하게 저평가된 투자처로 떠올랐다. 개인 투자자들이 점령하다시피 하던 리츠 시장에 헤지펀드가 등장하기 시작한 이유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이들은 지분을 앞세워 경영권에도 관여하는 등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DHC의 운용사인 RMR그룹이 자사가 관리하는 또 다른 리츠와 DHC를 합병하겠다고 발표한 뒤 DHC 주가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는데, 플랫 풋티드를 비롯한 헤지펀드들이 이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자 바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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