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과 다르다"…美 신용등급 강등, 하루짜리 쇼크로 끝나나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부채리스크 확산 우려 있었지만
현재 미국 경제, 강등 감당할 체력 있어
신용 등급 떨어졌어도 미 국채 대체할 안전 자산 찾기 어려워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한 다음 날인 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과거보다 훨씬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다우존스지수와 S&P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강등 영향으로 다소 내리긴 했지만 직전 강등 시점인 2011년에 비해 하락 폭은 훨씬 적었다.
이에 대해 월가에선 미국 국채를 대체할 우량 자산을 찾기 힘든 데다 '골디락스'라고 불릴 만큼 미국 경제의 체력이 강등을 이겨낼 만큼 탄탄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치가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뒤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장보다 348.16포인트(0.98%) 하락한 3만 5282.52로 장을 마쳤고, S&P500지수는 전장보다 63.34포인트(1.38%) 떨어진 4513.39에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10.47포인트(2.17%) 밀린 1만3973.45를 기록했다.
S&P500 지수는 4월 이후 3개월여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2011년에 비해선 양호한 수준이었다. S&P가 2011년 8월 미국의 부채한도 위기 당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을 때는 당일 S&P500 지수가 7%가량 급락했다. 이번 강등이 하루짜리 쇼크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월가 전문가들은 피치 강등 충격이 과거보다 덜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이유를 언급하고 있다. 우선 신용등급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여전히 미국 국채를 대체할 만한 안전자산을 찾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미국보다 신용등급이 높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피치가 미국에 의존하는 나라들을) AAA가 되도록 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월가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투자자들이 미국 등급이 강등되더라도 (미국 국채 매입을) 안전한 투자로 여긴다면, 미국 채권은 건전한 투자처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내렸던 2011년과 지금은 경제 여건이 확연히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당시는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입했는데, 특히 스페인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들이 부채 위기로 위태로웠다. 부채리스크가 국가 간 확산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하향은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투자자들이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한 학습효과를 이미 얻었다는 점도 다르다. 도이치뱅크의 짐 리드 전략가는 "12년 전 S&P가 처음으로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뉴스였다"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 시장이 더 이상 순수 AAA가 아닌 것에 적응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관련해 백악관이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1년 미 신용등급의 첫 강등을 주도했던 S&P 국가신용평가위원회 데이비드 비어스 당시 총괄 담당은 "(최고등급인)'AAA'는 당연한 권리가 아니다"며 "'AAA'는 최고등급이지만, 이 등급을 부여받았던 미국 등 국가들이 신에게서, 또는 자동으로 당연하게 부여되는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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