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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4년…살아남은 사업은 절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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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밍비트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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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해 승인 195건 중 96건
특례기간 중 사업 접거나 위기


정부가 규제 개혁 정책의 성공 사례로 꼽는 '규제 샌드박스'의 성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첫해인 2019년 승인받은 신사업 가운데 절반은 중단됐거나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까다로운 사업 승인 조건 등이 스타트업의 사업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사업 승인을 받은 195건 중 96건(49.2%)은 서비스를 접었거나 사업 지속이 불투명하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한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주는 제도다. 대부분의 사업 승인은 현행법 등으로 금지된 규제를 최대 4년간 임시 허용해주는 '실증특례'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규제가 완전히 풀린 최종 단계까지 도달한 사업이 절반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업체 상당수는 올해 또는 내년 상반기에 사업 허용 기간이 끝난다. 일몰과 비슷한 개념의 4년 시한 산소마스크를 곧 벗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업계는 까다로운 사업 승인 조건을 문제로 지적한다. 정부가 내건 조건이나 허용 범위가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 업체가 사업성이나 소비자 편익을 증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타트업 쓰리알코리아의 '약 자판기'는 지난해 수도권에서 불과 10대만 설치·운영하도록 허용돼 논란을 빚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새로운 규제나 다름없는 사업 허가 조건 탓에 제대로 사업을 펼치지 못하고 투자 유치마저 불발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샌드박스…'혁신 실험'인가 '희망 고문'인가


사업 허용 조건 너무 까다로워…실증특례 기간 중 접는 경우 많아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성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혁신을 돕는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실질적 규제 혁파 없이 보여주기에 급급한 제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대 4년의 시한부 사업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기약 없는 '희망 고문'에 시달리기 일쑤라는 지적도 있다. 도입 취지인 '혁신 실험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 손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 샌드박스는 적극 해석, 임시허가, 실증특례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전체 승인 건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실증특례는 법으로 금지돼 있거나 안전성이 불확실한 사업을 조건부로 허용해주는 것이다.


문제는 최대 4년만 허용하는 실증특례 기한이다. 이후 관련 규제가 사라지지 않으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 올해부터 시한부 올가미에 걸린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 규제 샌드박스 도입 첫해인 2019년 승인받은 195건 중 29건(14.9%)은 사업을 접었다.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검사 관련 실증특례를 받은 바이오업체 대부분은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업계는 정부의 까다로운 허용 조건을 문제로 꼽는다. 제이지인더스트리는 버스 외부에 LED(발광다이오드) 광고판을 설치하는 사업으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정부는 버스 10대에만 운영해보라는 조건을 달았다. 업체는 수익성과 규제 완화 필요성을 입증하기 어려웠고, 승인 1년 만에 폐업했다.


2019년 실증특례를 받은 뒤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 67곳(34.3%)의 사정도 비슷하다. 공유숙박 업체 위홈은 2019년 승인을 받아 2020년 7월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내년 7월 실증특례가 끝난다. 정부가 내건 조건은 '서울 1~9호선 지하철역 반경 1㎞ 이내에 있는 호스트 4000명 한정'이다. 조상구 위홈 대표는 "지금 같은 조건으로는 규제받지 않는 해외 업체 에어비앤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문제로 사업이 막히기도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이노의 길영준 대표는 "규제 완화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해 심장 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원격의료 금지에 수가 책정이 불가능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됐다"고 했다.


정부는 실증특례 4년 시한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실증특례를 임시허가로 전환해주는 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폐차 플랫폼 업체 조인스오토만 유일하게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정부의 엄격한 심사로 실증특례 승인을 해줬는데 시행 기간에 문제가 없었다면 관련 규제를 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완/이시은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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