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이 세상에 등장한지 벌써 6년이 됐다. 최초의 블록체인 게임인 크립토키티와 P2E의 개념을 선보인 엑시 인피니티를 거쳐 이제는 유비소프트, SEGA, 넥슨 등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글로벌 게임사들까지 잇따라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블록체인 게임의 대중화는 요원해 보인다. 대다수 게이머들은 코인과 NFT에 회의적이며, 대형 IP를 활용한 게임들마저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의 시대는 대체 언제 도래하는 걸까? PC·모바일 게임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1970년대 아케이드 게임의 등장과 함께 개화한 게임산업은 1980년대 콘솔 게임, 2000년대 PC게임, 2010년대 모바일 게임이라는 세 번의 변곡점을 맞으며 성장했다. 게임산업은 각각의 시기를 거치며 크게 성장했는데, 1970년대 초 30억달러에 불과했던 시장은 1980년대 400억달러, 2000년대 700억달러, 2010년대 1,300억달러 규모로 증가했다.
2022년 PC 게임은 405억달러, 모바일 게임은 926억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전체 게임산업에서 각각 22%, 55%의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며, PC·모바일 게임이 처음 등장한 시점과 매출이 가속화된 시점 사이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C 게임의 매출이 처음으로 10억달러에 도달한 것은 1982년이나, 100억달러와 150억달러로 성장하는데 각각 13년, 25년이 걸렸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로 처음으로 10억달러 매출을 기록한 것은 1995년이나 100억달러, 150억달러로 성장하는데 각각 10년, 12년이 소요됐다. 다시 말해 PC·모바일 게임 모두 단기간에 시장이 형성되고 성장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PC·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어떤 요인이 있었을까? 첫째, 하드웨어의 보급이다. PC 게임의 성장에는 PC와 인터넷, 모바일 게임은 스마트폰의 보급이 있었다. PC와 인터넷은 혼자서 즐기던 게임을 수많은 다른 게이머와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변화시켰고, 스마트폰은 게임을 즐기는데 존재하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언제 어디서나 게임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처럼 게임 하드웨어의 진화는 더 편리하고, 더 재미있는 게임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게임산업에 신규 게이머 집단을 유입시켰고, 이는 PC·모바일 게임 시장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둘째, 새로운 게임 장르의 개척이다. PC·모바일 게임의 역사는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해당 장르를 개척하고 확장시키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장르에서 성공 사례가 등장함에 따라 게임사들은 해당 장르 게임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됐고, 이는 시장의 성장과 활성화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Ultima Online(1997)은 최초의 MMO(대규모 다중 이용자) 게임은 아니었지만, MMORPG(대규모 다중 이용자 롤플레잉 게임) 장르가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을 했다. Ultima Online의 흥행은 EverQuest(1999), Runescape(2001), World of Warcraft(2004) 등과 같은 다양한 MMORPG가 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DotA(2003) 역시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의 선구자로서 League of Legends(2009), Dota 2(2013) 등과 같은 MOBA 장르 게임들이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MOBA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정리하면 PC·모바일 게임은 ①하드웨어의 보급 ②신규 장르의 개척과 함께 성장했다. 두 가지 요인 중 시장 성장에 더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전자다. 매출 규모를 살펴보면 PC 게임 시장은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시작으로 확대됐고, 모바일 게임 시장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속도 증가와 PC·스마트폰 사양 발달에 따른 그래픽 향상, 프레임 속도 개선은 더 많은 게이머를 수용하고, 더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MMORPG, MOBA, 배틀로얄 등 멀티플레이어 모드가 가능하고 더 몰입감 있는 장르가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PC·모바일 게임의 성장은 하드웨어의 보급과 기술적 진화가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했기 때문에 성장이 본격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을 시장 규모와 성장 속도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때, ①시장 규모는 PC·모바일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전망하나 ②현재 성장 속도는 결코 느리지 않다고 판단한다. 우선 블록체인 게임의 절대적 규모가 PC·모바일 게임 대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블록체인 게임이 새로운 하드웨어와 함께 탄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출시되는 대부분의 블록체인 게임은 이미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PC·모바일 디바이스 위에서 구동된다.
따라서 하드웨어 산업과 함께 성장하며 산업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은 PC·모바일 게임 시장과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블록체인 게임 자체는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 아니다. 블록체인 게임은 캐주얼, MMORPG, FPS 등 기존에 존재하는 장르에 코인, NFT로 대표되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형태다. 따라서 블록체인 게임은 장르가 동일한 PC·모바일 게임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해야 하며, 이미 포화된 시장 속에서 이들과 파이를 나누어 가져야 한다. 블록체인 게임의 시장 규모가 PC·모바일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정말 느린가? 라는 질문에 답을 해본다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2018년 7억달러에서 2022년 46억달러로 성장해 2023년에는 7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2023년 연평균 성장률 +58.1%). 비록 초기 5개년 시장 규모는 PC·모바일 게임 대비 작지만 절대적인 성장률만 비교했을 때는 절대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며, 오히려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진짜 던져야 할 질문은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아니라 어떤 요소가 향후 성장의 트리거로 작용할 것인지다. 앞서 PC·모바일 게임 시장은 게임의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의 보급과 기술 발전이 주요 트리거로 작용해 지금의 규모까지 성장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블록체인 게임은 지금 당장 PC·모바일 게임처럼 하드웨어 산업의 성장과 기술 발전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기 어려운 만큼 게임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따른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과거 PC·모바일 게임 시장이 새로운 장르에서 성공 사례 등장 → 더 많은 게임사가 해당 장르 게임을 개발 →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등장 → 해당 시장 확대의 과정을 거쳤던 것처럼, 블록체인 게임 시장도 성공 사례 창출 → 더 많은 게임사의 시장 진출 과정을 통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게임사가 성공 사례를 등장하기만을 기다리며 적절한 시장 진입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국내는 대형 Web2 게임사 주도로 퀄리티 높은 블록체인 게임들이 출시되고 있으며, 글로벌 단위로는 대규모의 자본이 블록체인 게임 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만큼 근시일 내로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크로스앵글은…크립토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 운영사다. 쟁글은 글로벌 가상자산 공시, 평가와 더불어 정보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자산 투자 산업의 트렌드를 보여주기 위해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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