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상승→금값 하락 공식 깨졌다…뜨거운 '골드 랠리' [강진규의 BOK워치]
- 국제금융센터는 금 가격 상승이 전통적인 변수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으며, 특별히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금값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고 전했다.
- 주요 투자은행(IB)들은 금의 투자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하며, 올해 말금 가격이 2500~2700달러, 내년에는 3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세계 금 협회 조사에 따르면, 70개 중앙은행 중 29%가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 응답했으며, 이는 금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시민들이 서울 종로 귀금속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금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시작된 강세에 최근 더욱 불이 붙었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금값이 하락하는 기존의 공식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된 가운데 이같은 금값 랠리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국제금융센터는 '국제 금 가격 강세 장기화와 패러다임 전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금 가격(COMEX 선물)은 지난 16일 온스당 2467.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 10월 이후 6년만에 두배가 올랐다. 이후 차익실현 등 영향으로 지난 25일 2353.5달러까 다소 하락했지만 가격 수준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금은 2020년 8월 2000달러를 넘어선 후 1850달러 대에서 횡보하다가 올해부터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고 있다. 올 2월 2000달러 선에 안착한 후 3월초 2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금 가격 상승이 과거와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질금리, 달러화 가치, 기대인플레이션 등 전통적으로 관계가 깊던 변수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질금리는 금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왔다. 금은 이자와 배당이 없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높아지면 금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0년 10월 이후 실질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금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달러화 가치도 마찬가지로 역의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2018년 4월 이후 이런 관계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값과 같은 방향을 나타내던 기대인플레이션은 2022년 6월 이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런 현상의 이유로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금 매입을 꼽고 있다. 세계 질서가 다극화되는 상황에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전체 금 수요 대비 중앙은행의 금 매입 규모는 2011~2021년 연평균 11%에서 2022~2023년 23%로 급등했다. 중국(287.1톤), 터키(146.0톤), 폴란드(127.9톤) 등이 이 기간 대규모로 금을 사들였다.
주요 투자은행(IB)은 향후 이같은 투자수요가 지속되면서 금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금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70개 중앙은행 중 29%가 12개월 내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IB들은 금 가격이 올해 말 2500~270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중 3000달러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같은 흐름과 달리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2013년 이후 104.5톤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을 추가로 매입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금값이 높아지고 있지만 장기수익률을 고려하면 다른 자산에 비해 매력이 있는 투자 수단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금이 유동화하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도 금 매입을 꺼리는 이유로 제시된다. 금을 현금화할 경우 국가 기초체력(펀더멘털)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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