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시우스 사태가 시사하는 점: 빛 좋은 개살구를 조심해라
글로벌 암호화폐 업계에는 "자기 수익률이 낮은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자기 자신이 그 원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포커에도 "테이블에 앉아 15분 내에 '호구(sucker)'가 누구인지 가릴 수 없으면 그건 바로 당신"이라는 말이 있다. 이 격언은 포커, 투자, 그리고 인생 전반에 일관되게 적용되는 한 가지 원칙으로 이어진다. 'If something seems too good to be true, it is.' 빛 좋은 개살구를 조심해야한다는 뜻이다.
디파이(탈중앙화 금융)가 그렇다. 디파이는 전통 금융과 다르게 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아 고배율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 아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약세장이 지속되면 그만큼 큰 리스크를 안게 된다. 최근 이더리움 기반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시우스가 뱅크런 우려에 휩싸이게 된 것은 '재담보 설정' 때문이다.
재담보는 '쉘 게임(Shell Game, 도박)'이었다
재담보 설정은 은행과 중개인이 고객이 담보로 제공한 자산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다시 담보로 맡기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은 환매 요청을 이행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유동성을 유지하면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고객의 자산을 재담보 설정하기도 한다. 담보권자는 담보물을 재활용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담보권 설정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이자로 신용공여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리스크도 분명하다. 재담보 비율이 높고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헤지펀드가 연쇄적으로 붕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시스템 리스크와 최근 암호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재앙'의 유사성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암호화폐 담보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 네트워크가 고객 자금 인출 중단을 선언하면서 암호화폐판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셀시우스의 문제로 투명성 부족을 꼬집어 왔다.
2020년 7월 암호화폐 전문매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셀시우스의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마신스키(Alex Mashinsky)는 "고객을 대신해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무담보 대출은 취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셀시우스는 제한적으로나마 무담보 대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셀시우스의 전체 대출 중 무담보 대출은 약 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귀하는 언제든 셀시우스에 담보로 맡긴 암호화폐를 서약, 재서약, 재담보, 판매 혹은 양도, 또는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셀시우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모르게 이같은 이용 조항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셀시우스는 무기한 선물 계약과 같은 고위험군 상품 운용을 위해 사용자의 예금 및 대출자의 담보를 재담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게 지속가능해?" 의구심 드는 비즈니스 모델
셀시우스는 투자자로부터 예금을 모으고 대출자들로부터 담보물을 수집한다. 셀시우스는 이자 수익 상품에 대한 연 18.63%의 이자를 제공한다. 하지만 은행과 달리 셀시우스는 파산 시 고객을 보호하는 미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자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다.
셀시우스가 디파이 대출 프로토콜인 에이브(Aave)에서 2억4700만 달러 상당의 랩트비트코인(wBTC)과 7450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 5만4749개를 FTX 거래소로 이체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흙탕이 됐다. 셀시우스 소유로 추정되는 지갑은 메이커다오 프로토콜에서 1만7919개의 wBTC를 담보로 잡고 약 2억7800만 달러 상당의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빌린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1만7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담보가 모조리 청산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셀시우스의 경쟁사인 넥소(Nexo)는 최근 셀시우스의 담보 대출 자산의 일부 혹은 전부를 매입하는 것을 제안하는 공식 의향서를 셀시우스측에 보냈다. 하지만 셀시우스는 넥소가 내민 지원의 손길을 거절했다. 이 제안은 사용자들의 예금이나 담보 포지션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암호화폐 업계에 쏟아지는 부정적인 여론을 해소할 수 있었다. 넥소는 경쟁사인 셀시우스의 고객 기반을 대부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넥소는 셀시우스의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동성과 자기자본을 갖고 있다." 넥소는 공개서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실제로 넥소의 비즈니스 모델은 셀시우스와 많이 다른 측면이 있다. 특히 수익률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점에서다. 이 회사의 웹사이트는 트러스트 익스플로러(Trust Explorer)라는 다른 플랫폼으로 연결된다. 해당 플랫폼에서 회계법인 아르마니노(Armanino)에 의해 작성되고 매일 업데이트 되는 넥소의 지급준비금 증명을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셀시우스와 달리 넥소는 지금과 같은 수익률이 유지될 수 있는지 투자자들이 가늠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익률보다 수익원을 아는 게 중요하다
지난달 13일 암호화폐 시장에서 나타난 항복(capitulation) 매도세는 암호화폐 시장에서만 일어난 현상이 아니었다. 전세계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자산 운용사와 거시경제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시장 하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정학적 갈등, 공급망 교란, 변동성이 심한 기후 패턴, 극단적인 중앙은행 정책을 꼽는다.
쿼드리가자산운용(Quadriga Asset Managers)의 매니징 파트너인 디에고 파리야(Diego Parrilla)는 현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회사의 시각을 공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을 이어나갔을 때 경착륙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양적 긴축의 결과로 신용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분간은 실질 금리(명목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을 뺀 값)가 마이너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과 같은 금융 위기 상황에서 내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투자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산실사'에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테라·루나 사건에 이어 이번 셀시우스 사태에서도 경험했듯이, 투자 수익의 출처를 아는 것이 특정 상품이 약속하는 수익률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다. 수익률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조달되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7월1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매일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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