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에 달한 6월 미국 소비자물가(CPI)의 충격은 이어졌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4일(미 동부 시간) 아침 보고서에서 올해 말 S&P500 전망치를 기존 4500에서 3600으로 낮췄습니다. 월가에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사비타 수브라매니언 전략가는 올해 말 이전에 3000~3200에서 바닥을 찾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수브라매니언은 경기 침체가 발생했을 때는 평균적으로 하락 폭이 31%에 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600은 올해 1월 고점에서 25% 떨어지는 것이고, 3000~3200은 30% 이상 하락하는 것입니다.
이는 올해 하반기 미국 경제가 순한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어제 CPI가 발표된 직후 "경제적 성장 모멘텀이 예상한 것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다. 이제 올해 미국 경제의 완만한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침체로 인해 S&P500 기업의 2022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은 기존 221달러(전년 대비 +6%)에서 218달러(+4%)로, 2023년 EPS 추정은 230달러(+4%)에서 200달러(-8%)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그래서 목표 주가가 내려간 것입니다.
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대화를 나눈 고객 다수가 S&P500 지수가 올해 또 다른 저점을 테스트할 것으로 보고 있고 몇몇은 최종 바닥은 3200~3400선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 수준까지 떨어져야 악화하고 있는 거시경제와 관계없이 매수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죠. JP모건은 또 "상당수 고객이 지금의 약세장 심리를 없애려면 플러시 데이(Flush day), 그러니까 화장실 물 내리는 것처럼 모든 게 깨끗해질 수 있는 대폭락하는 날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플러시 데이라면 통상 변동성지수(VIX)가 40을 넘고, S&P500 지수가 하루 4~5% 떨어지는 날을 말합니다.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지금까지의 베어마켓은 질서정연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곧이어 발표된 JP모건의 모건스탠리의 2분기 실적은 모두 컨센서스를 밑돌았습니다. JP모건의 순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28% 감소했고, 모건스탠리는 29% 줄었습니다. 매출도 둘 다 예상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금융시장이 흔들린 탓에 트레이딩 관련 실적과 투자은행 부분 수수료 수입이 크게 악화한 영향이 컸습니다.
6월 공급자물가(PPI)는 전년 대비 11.3%나 올라 5월( 10.9%)보다 더 올랐습니다. 전월 대비로도 1.1% 상승해 5월(0.9%)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습니다. 다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5월 8.5%보다 낮아진 8.2%로 둔화했습니다.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도 전주보다 9000명 증가해 24만40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여전히 역사적으로는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좋지 않은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7~1.2%의 큰 폭의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전날 CPI가 발표된 뒤 시장에서는 과연 이달 26~27일 열리는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를 올릴지, 100bp를 인상할지가 가장 큰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9.1%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100bp를 올려야 한다는 시각이 강하게 부각됐기 때문입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이달 100bp 인상 가능성을 80%가 넘게 베팅했습니다. 또 씨티그룹의 앤드루 홀렌호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OMC는 지난 6월에 월별 인플레이션 수치에 반응할 것임을 보여주었다"라면서 "우리는 이제 Fed가 이달 말 회의에서 100bp의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홀렌호스트는 지난 3월 50bp를 연속 네 번 올릴 것이라고 주장해 시장에 충격을 줬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오전 11시를 주목했습니다.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와 함께 작년 말 긴축이 시작된 뒤 Fed 내 여론을 이끌어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는 100bp 인상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올해 FOMC 투표권자가 아닙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100bp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면서 "지난달 0.75% 폭보다 적게 인상할 이유는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메리 달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지금까지 본 데이터로는 75bp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뱅크는 "Fed가 100bp를 인상하기를 원한다면 (시장에 알릴)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이다. 월러 이사는 오늘, 불러드 총재는 금요일에 연단에 선다. 그들이 100bp 인상을 띄우지 않거나 지지하지 않는다면 7월에 리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말부터는 FOMC를 열흘 앞두고 '블랙 아웃'(black out) 기간이 시작됩니다.
월러 이사가 발언을 시작한 뒤 뉴욕 증시는 하락 폭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준금리를 좇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또 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7월 100bp 인상 확률이 44%로 감소하고, 75bp 인상 베팅이 56%로 더 높아졌습니다. 그가 75bp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의 발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나는 (5월에 이어) 또 다른 75bp 인상을 지지한다.
-다만 7월의 기본 사례는 들어오는 데이터에 달려 있다. 7월 회의 전에 소매판매 및 주택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 발표가 있다. 그 데이터가 예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나온다면 수요가 인플레이션을 낮출 만큼 빠르게 둔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7월 회의에서 더 큰 인상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6월 소매판매는 금요일 발표됩니다. 0.9% 증가가 예상됩니다. 6월 주택 착공 및 건축 허가 건수는 7월 19일에 발표됩니다. 5월에 착공은 14.4% 감소했고 허가는 7% 감소했습니다. 시장은 6월 허가는 줄어들지만, 착공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75bp 인상은 거대한 것이다. Fed가 100bp를 인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지 말라. 정말로 금리 인상을 과도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75bp 인상은 우리를 중립 금리에 도달하게 해준다고 나는 믿는다.
-(시장의 100bp 가격 설정은) 일종의 약간 앞서가는 것이다.
넷얼라이언스는 "월러 이사는 100bp가 너무 높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월러의 말을 들으면 Fed는 중립 금리가 2.25%라고 생각하고 2주 안에 도달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지나치게 긴축할 필요는 없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불러드 총재의 닛케이와의 인터뷰 기사도 나왔습니다. 불러드도 "지금까지 우리 대부분은 7월 회의에서 대부분 50bp나 75bp로 프레임을 잡아 왔다"라면서 "나는 75bp 인상에 많은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게 기준금리를 대략 중립 수준으로 끌고 오기 때문이다. 오늘부로 나는 다음 회의에서 다시 한번 75bp 인상을 지지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시장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았고 결국 다우는 0.46%, S&P500 지수는 0.3% 내렸지만, 나스닥은 0.03%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100bp 인상 가능성이 감소하면서 빅테크 등 기술주가 살아났습니다. 나스닥이 홀로 오름세를 보인 배경입니다. 오전에 1% 넘게 떨어졌던 애플은 2.05%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TSMC(+2.93%)가 좋은 실적을 내놓은 영향으로 퀄컴(4.62%) 엔비디아(+1.37%) 등 반도체 주도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반면 실적 발표가 시작된 금융주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업종 지수가 1.92%나 떨어졌습니다. JP모건은 -3.49% 폭락했고 씨티 -2.99%,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30% 내렸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후 3시 45분 기준 전날보다 1.8bp 오른 2.954%에 거래됐고, 2년물 금리는 3.3bp 떨어진 3.120%를 기록했습니다. 월러 이사의 발언에 100bp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효과로 기준금리를 좇는 2년물 금리는 내려갔고, 경기 침체 가능성은 살짝 감소하면서 10년물 금리는 올라간 것입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7월에 75bp냐, 100bp냐 하는 것은 신경 쓸 이유가 없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디스인플레이션이 경제 데이터에 드러날 때, 그리고 Fed가 금리 인상을 언제 중단할 지이다.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 예상은 지난 두 번의 CPI 발표로 인해 3.7%까지 치솟았었지만, 전반적으로는 3.5%를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큰 그림에서 보면 3.5%를 9월에 도달할지 아니면 11월, 12월에 도달할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100bp 인상 가능성이 줄면 달러 강세는 약화했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ICE 달러인덱스는 이날도 0.7%나 올라 108.4를 기록했습니다. 이탈리아의 정치 혼란 탓에 유로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인 탓입니다. 유로화는 한때 0.995달러까지 내려갔습니다. 이탈리아 최대 정당 오성운동(M5S)은 연립정부 이탈을 선언했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사임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마타렐라 대통령은 사임서를 반려했습니다. 포퓰리즘에 반대해온 드라기가 물러나면 이탈리아 금리는 치솟고, 유로화는 더 약화할 것입니다. 이날 이탈리아 증시는 한때 5%까지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달러 강세와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유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52센트(0.54%) 떨어진 배럴당 95.7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초반 한때 배럴당 90.56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 수준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앞두고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하락 압력을 가했습니다. 하지만 월가는 여전히 유가 강세를 전망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브렌트유의 공정가치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배럴당 110~120달러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여전히 브렌트유의 공정가치는 90~105달러 수준이다. 우리는 유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반복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매우 나쁜 물가지표에도 시장은 이틀째 잘 버텼습니다. 하지만 상승세를 보이진 못하고 있습니다. CNBC의 밥 피사니 주식 평론가는 "매도는 줄어들었지만, 의미 있는 매수를 하기에는 너무 비관적이다. 그러므로 큰 거래량이 동반되는 상승 일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약한 거래량 속에 랠리를 펼친 다음 다시 하락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건강한 강세장의 모습이 아니다. 나쁜 소식에 많이 하락하지 않는 것은 좋은 징조이지만 시장 바닥에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매수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에는 훨씬 더 나은 촉매가 필요하다. 매도 압력이 줄어들었다는 말은 촉매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섣불리 주식 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2분기 실적 시즌 탓일 수도 있습니다. CFRA의 샘 스토발 전략가는 "지금 당장은 시장이 금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업 이익에 더 관심을 두게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애널리스트들이 추정 실적을 낮추는 측면에서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하게는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5거래일 동안 500개 기업에 대한 실적 하향 조정이 발생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날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금융사 실적에서 2분기 어닝 시즌의 힌트를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들의 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28, 29% 감소했습니다. (일부에선 이를 월가의 이익 추정이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증거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던 "허리케인이 온다"라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전년 동기에는 두 금융사 모두 막대한 대손충당금 환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이먼 CEO는 이날 인플레이션 급증, 지정학적 긴장,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사주 매입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대비할 돈을 은행 내부에 남겨놓겠다는 겁니다. 또 대손충당금을 4억2800만 달러를 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 때 분기에 수십억 달러씩 쌓던 것과는 규모가 다릅니다. 또 다이먼은 "현재 소비자의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소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모든 소득 부문에서 소비자예금 중앙값 잔액이 줄어들었다"라면서도 "소비자의 현금 완충 장치가 여전히 높아서 경기 침체 환경에서 좋은 완충 장치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올해 카드 순상각액이 2%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올해 순이자 이익 전망도 20억 달러 정도 더 올려 580억 달러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다이먼은 "우리가 경기 침체에 빠지더라도 2008년과 2009년에 했던 것보다 더 적은 레버리지와 훨씬 더 나은 상태에서 침체에 진입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 업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웰스파고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이날 다이먼 CEO에게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당신은 '허리케인이 다가온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2022년 770억 달러의 비용 지출 방침(전년 대비 9% 증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말과 행동을 다른 것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제 말은, 마치 앞으로 맑은 하늘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폭풍우가 오기 직전에 카약, 서핑보드를 사러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힘든 시기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말입니다.
다이먼은 이에 대해 "현재 매우 좋은 숫자들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는 좋은 상태이다. 그들은 돈을 쓰고 있다. 그게 현재 환경이다. 하지만 그리 머지않은 미래 환경은 금리 인상을 수반한다. 사람들은 약해질 수 있고 연착륙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금리 인상, 양적 긴축, 불안정한 변동성에 따라 다양한 잠재적 결과가 있을 수 있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도 비슷합니다. 그는 "미국이 심각하거나 극적인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면서 "미국에 긍정적이며, 세계적으로도 아주 좋은 지역"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선택권이 있다. 플랜B가 아니라 일종의 플랜A- 상태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사고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은행 실적을 보면 2분기까지는 기업 이익이 그리 나쁘지 않다. 하지만 3분기 가이던스가 문제가 될 것이고 그게 주가를 움직이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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