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기준금리를 75bp(1bp=0.01%)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8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 9.1% 뛰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7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9.0%)를 뛰어넘었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10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기 시작한 에너지 가격과 식품 가격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 38.3% 치솟았고 식료품과 주류·담배는 10.6% 뛰어올랐다.
변동성이 심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5.5%를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유로존 내에서도 물가상승 속도는 상이했다. ECB가 사용하는 지표(HICP)로 환산하면 프랑스는 6.5%, 독일은 8.8%, 이탈리아는 9.0% 상승했다. 반면 라트비아(20.8%), 에스토니아(25.2%), 리투아니아(21.1%) 등 발트 3국에서는 20% 넘게 치솟았다.
유럽의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ECB가 긴축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CB는 지난달 21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약 11년 만에 밟았다. 내달 9일 열릴 통화정책회의에서 빅스텝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지만 통화정책회의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자이언트스텝도 거론되고 있다. 마디스 뮐러 에스토니아 중앙은행 총재는 "다음번 ECB 회의에서는 75bp 인상안이 선택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유럽 국가들의 주요 초점"이라며 "우리의 핵심 과제는 유럽 전역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ECB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적으로 신뢰하지만 핵심은 유럽 전역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이라며 긴축 속도 인상을 촉구하는 뜻을 내비쳤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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