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미국 경제 지표 부진...고개드는 긴축 속도 조절론
원유 가격 상하 양쪽에서 압박
배럴당 85달러 근방에서 벗어나지 못해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 방향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최근 들어 배럴당 85달러 근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유국들이 공급을 줄일 예정이지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같이 있어서다.
2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WTI 가격은 전장보다 74센트(0.87%) 오른 배럴당 85.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달러화가 소폭 하락한 영향으로 올랐다. 유가와 달러화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경기가 좋을 때 유가는 올라가지만 달러화는 싸진다. 또 국제유가를 구매할 때 달러화로 지불하기 때문에 반비례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세계 경기가 좋을 때 원유 수요가 많아진다. 수요가 많아지니 원유 가격은 상방 압력이 거세다. 각국의 경제가 괜찮은 여건일 때 달러화 가치도 내려간다.
반면 경기가 불안할 땐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도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더 사두려는 경향이 커진다. 같은 양의 원유를 구매하려는데, 달러화 환율이 글로벌 시장에서 비싸게 거래된다면 달러화를 조금만 지불해도 충분한 영향도 있다.
이날 유가는 상하 양쪽에서 압력이 거셌다. 우선 유가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CNBC에 따르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이 빡빡해지고 주요 산유국이 공급을 줄이고 있다"며 "전 세계가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미국을 직접으로 겨냥하진 않았으나 전략 비축유 방출은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사우디에서 열린 투자자 회의에서 "사람들이 비상 재고를 고갈시키고 있으며, 이를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메커니즘으로 사용하고 있다"라며 이는 "수개월 뒤에 고통을 가져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압둘아지즈 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조치는 세계 경제 전망 악화와 산유국들이 여분의 완충 장치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타당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 경제 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달러 가치는 다소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ICE 달러지수는 전날보다 0.8%가량 하락한 110.951 근방에서 거래됐다.
실제 전날 발표된 8월 미국 주택가격지수(S&P 케이스-실러지수)는 7월보다 0.9% 하락했다. 7월 미국 주택가격지수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달보다 하락했는데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8월 하락 폭도 7월의 0.2%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11월에는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12월부터 금리인상 폭을 낮추는 등 긴축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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