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떨어진 에너지값, 둔화 이끌어
안잡히던 근원 CPI 4%대로 꺾여
"물가 상승률 Fed 목표치 근접
이달 마지막 금리 인상 될 수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9%를 넘었던 CPI 상승률이 1년 만에 3%대로 하락한 것이다. CPI 상승률이 3%대로 안정되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2년여 만에 최저치로 하락한 美 CPI
미국 노동부는 6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0% 올랐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인 3.1%보다 0.1%포인트 낮았다. 3.0%는 2021년 3월(2.6%) 이후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에너지 가격 하락 영향이 컸다. 휘발유를 포함한 전체 에너지 부문 가격은 한 달 전보다 0.6% 상승했지만 1년 전에 비해 16.7% 떨어졌다. 국제 유가가 1년 동안 하락해서다. 지난해 6월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 유가는 지난달 7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6월 CPI 상승 폭의 70%를 주거비가 차지했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올랐고,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8%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뺀 근원 CPI 상승세도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선 4.8% 올랐다. 시장 전망치인 5%를 밑도는 수치다. CPI는 올 들어 매월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근원 CPI는 줄곧 전년 동월 대비 5%대 상승세를 지속했다. Fed의 긴축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좀처럼 잡히지 않는 근원 CPI 상승세 때문이었다. 하지만 근원 CPI가 6월 들어 완연하게 꺾이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Fed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Fed가 10회 연속 금리를 올린 여파가 뒤늦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화 긴축 효과는 약 1년의 시차를 두고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달 고용시장에서도 냉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0만9000개 증가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월가 전망치인 22만5000개를 밑돌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Fed의 금리 인상이 노동시장을 냉각시키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Fed, 통화 긴축 중단할까
CPI 상승세가 크게 둔화하자 시장에선 Fed의 통화 긴축 조기 종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고용 지표를 두고선 해석이 엇갈렸지만, CPI가 보다 명확한 침체 신호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당초 Fed 고위 인사들은 이날 CPI 발표를 앞두고 금리 추가 인상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인플레이션 목표치(2%)에 도달할 때까지 통화 긴축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8일 "올해 남은 기간에 2회 연속 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6월 CPI가 3%대로 안정되면서 통화 긴축 중단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JP모간은 CPI 발표에 앞서 "6월 CPI 상승률이 3%로 나올 경우 Fed는 7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연말까지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했다는 소식에 시장은 안도했다. CPI 발표 직후 나스닥100 선물은 0.95%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하락(국채 가격 상승)했다.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843%에서 연 4.778%로 떨어졌다.
오현우/워싱턴=정인설 특파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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