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한 차례씩 공격을 주고받은 후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양국이 은밀하게 대립해온 오랜 관례를 깨고 상대국 영토를 직접 타격했다는 점에서 중동 정세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벼랑 끝에서 돌아섰지만, 양국 관계는 더 위험한 영역으로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그간 이스라엘과 이란은 반목을 거듭하면서도 직접적인 충돌은 피해왔다.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하고 미국 등 강대국이 개입할 가능성을 경계해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을 은밀하게 공격하고 요인을 암살하면서도 이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란은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 등 친(親)이란 대리 세력을 내세워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
이처럼 양국은 '그림자 전쟁'을 계속해왔지만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이러한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주변국에서 이란의 활동을 억제하고자 이란의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겨냥한 공격 수위를 높였고, 이란은 이에 대응해 가자 전쟁 개입 의지를 내비치며 위협을 가했다.
결국 지난 1일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폭격과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보복 공습, 19일 이란 이스파한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재보복 공격 등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졌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맞공격으로 갈등이 고조된 것이다.
AFP통신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맞불 공격으로 중동지역의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윌슨센터의 중동 국장 메리사 쿠르마는 양국의 직접 충돌이 "두 적대국 사이의 교전수칙을 완전히 바꿨다는 점에서 획기적 사건"이라며 "또한 지역 전체의 긴장을 고조시켰으며 역내 여러 국가에는 전면전의 망령이 현실임을 보여줬다"고 AFP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당장은 더 고조되지는 않더라도 추후 전면전으로 비화할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본다. 둘 중 어느 한쪽에서 상대의 의도를 오판하는 등의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상대국 영토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뜨림으로써 중동을 위험한 새로운 시대로 몰아넣었다"면서 "가자지구 전쟁이 6개월간 이어지는 데다 양국 내부의 정치적 긴장이 첨예해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위험하다고 짚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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