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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까지 옥죄는 환율 대책…추세 전환될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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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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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최근 원·달러 환율 안정 대책과 해외투자 옥죄기,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환헤지기업 세제 혜택 등으로 외환 수급이 일시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다만 이번 조치들이 환율 추세 전환보다는 단기 급등 진정과 변동성 관리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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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개입과 세제 지원 방안에 1450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해외투자 옥죄기'엔…"확장재정 기조와 상반"

"기업 세제 혜택·국민연금 환헤지로 수급 개선 기대"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금융당국이 치솟은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 안정 대책을 쏟아내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26일 증권가에선 정부 정책에 따라 환율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일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가 증권사에 해외 주식 투자 영업 강도를 낮추라고 압박하는 한편, 해외에 있는 달러를 국내로 가지고 오는 투자자와 기업에 세제상 인센티브도 제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환헤지, 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앞둔 국채 시장으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수급 요인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단기 급등이 진정된 후 큰 폭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원·달러 환율 50일 만에 1440원대로…33원 급락

지난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33원80전 내린 1449원8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 하락폭은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확산한 2022년 11월11일(59원10전) 이후 가장 컸다.

환율이 갑자기 급락한 배경은 정부의 고강도 환율 안정 대책과 구두 개입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외환시장 개장 직후 '외환당국 시장 관련 메시지'를 통해 "원화의 과도한 약세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구두 개입을 통해 원화 가치 하락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외환당국은 "지난 1~2주에 걸쳐 일련의 회의를 개최하고 각 부처·기관별로 담당 조치를 발표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정비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기재부는 외화를 유입시키거나 외화 유출을 완화하는 투자자와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도 내놨다.

해외투자 옥죄기에…증권가 "실효성 의문"

눈길을 끄는 건 투자자에 대한 세제지원이다. 기재부는 국내 주식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지원을 신설했다. 지난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또 개인투자자가 활용할 수 있는 선물환 매도 상품을 도입해 해외 주식에 대한 환헤지를 실시한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영업에 제동을 걸었다. 해외투자 영업실태를 점검하고 신규 마케팅을 중단하도록 안내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해외 고위험 상품 거래 규모가 큰 대형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대한 현장 점검도 진행하고 있다. 압박을 받은 증권사들은 해외주식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공식 텔레그램 채널 운영과 해외주식 매매 수수료를 깎아주는 이벤트를 잇달아 중단했다.

전문가 사이에선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를 틀어막는 환율 안정화 방안의 실효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살펴보면 미국 주식의 주가 조정 등으로 개인투자자의 해외 포트폴리오 순매수세는 최근 둔화했다"며 "세제 지원은 법률안 통과가 필요한 부분으로,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를 감안할 때 세액 감면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 세제 혜택과 국민연금 환 헤지, 외화 수급 개선 기대"

증권가는 해외투자 옥죄기 외에 나온 환율 안정화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한다. 여러 가지 방안이 전방위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24일 나온 세제지원 방안 중에선 국내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율을 기존 95%에서 100%로 확대하는 방안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수출 호조에도 대미 투자 불확실성 여파로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부재했다"며 "달리 말하면 잠재적인 달러 매도 물량이 충분한 상황인데다, 이번 조치로 해외 자회사 내에 유보한 달러의 국내 회귀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외환 스와프 연장 조치는 실질적인 외환 수급을 개선시킬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한은은 지난 15일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 스와프 계약을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국민연금이 해외 자산을 매입할 때 달러 수요를 외환보유액에서 먼저 공급받고 차후 돌려주는 구조로, 원화 약세 압력을 간접적으로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적으로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이 나와 환율 안정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최지욱 연구원은 기대했다. 현재 환율이 심리적 불안에 따라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태스크포스(TF)가 판단해 향후 환율 약세에 베팅하는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구성원으로 한 '전략적 환헤지 탄력 대응 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중장기적으론 한국 국채의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WGBI 편입에 따라 외환 수급이 개선될 전망이다.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8회에 걸쳐 단계적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전체 지수 중 2.08%의 비중으로 편입된다"며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채권 패시브 자금 규모가 약 3400조원에 달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최대 50조~70조원 규모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정책 목표, 추세 전환보단 변동성 관리일 것"

다만 정부의 정책 효과로 환율이 큰 폭의 하락을 지속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심리적 불안을 완화해 환율의 단기 급등을 잠재우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달러 수급 우려로 촉발된 환율의 단기 급등을 진정시키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 초중반 수준까지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중장기적인 환율 흐름은 대외 여건과 경기 펀더멘털 요인들을 반영해 방향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용택 연구원도 "최근 정부가 내놓은 여러 가지 정책 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여러 번 반복되는 단어는 '한시적'"이라며 "환율 안정화 정책이 근본적인 상황이나 추세를 바꾸기보다는 높아진 지금의 변동성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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