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사이버 공격, 추가 경제 제재 등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이란은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경우 역내 모든 미군 기지와 군사 시설, 함선 등을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국의 개입이나 정권 붕괴가 중동 전역 혼란과 '이란의 권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고 전했다.
美, 이란 정부 압박하며 "협상 열려있다"
금융 제재·反정부 세력 지원
스페이스X 인터넷망 차단 등
트럼프, 다양한 카드 두고 고민
"하메네이에 보복 명분 줘" 우려도
네타냐후도 軍 투입 가능성 언급
"시위대 2000명 넘게 숨졌을 수도"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란 반(反)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금융 제재, 반정부 세력 지원, 인터넷망 제공 등 지원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시위대 배후에 외부 세력이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만큼 미국 지원은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은 협상 문을 열어두면서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서면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 시위 사망자 500명 넘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가능성과 관련한 기자들 질문에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군도 이를 살펴보고 있다"며 "몇몇 강력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란 지도자들이 어제 전화해 협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며 이란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트럼프 "軍 투입 포함 강력한 선택지 검토"…이란 "즉각 보복"외신에 따르면 지난 며칠 사이 이란 반정부 시위 사망자가 수백 명으로 확대되자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시위대를 돕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날 기준 사망자가 538명(시민 490명, 군경 48명)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전날 집계(116명)보다 약 다섯 배 늘어났다.
이란이 인터넷, 전화 연결선 등을 차단했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자 수치는 파악되지 않지만 일부 인권단체는 2000명 넘게 사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BBC는 "최근 며칠간 시위대 사상자가 너무 많아 병원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젊은이들은 머리나 심장에 총상을 입었고,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숨진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 美 개입 부작용 우려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당국자로부터 이란에 대한 군사 개입 옵션을 보고받고 실행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 댄 케인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고위 참모진에게서 이란 대응 방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 군사·민간 시설을 향한 사이버 공격, 온라인 반정부 여론 확산 지원, 추가 경제 제재, 군사 타격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의 통신 차단에 대응해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인공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 단말기를 이란 내부에 깐 뒤 시위대가 인터넷에 접촉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제시됐다.
하지만 미국 개입이 오히려 이란 정부에 명분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란 정부가 이번 시위 격화의 책임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있다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소수의 폭도 집단이 와서 사회 전체를 파괴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혼란과 무질서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이란을 공격하는 행동은 역내 모든 미군 기지와 군사 시설, 함선 등을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압박 수위를 높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2일 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을 무너지는 석관으로 그린 삽화를 게시하며 "오만과 교만에 빠져 세계를 심판하려 드는 이 인물(트럼프)은 몰락할 것"이라고 적었다.
랜드 폴 미국 상원의원(공화당)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이란 개입이 정반대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나라를 폭격하면 사람들은 자국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CNN도 군사 타격이 의도치 않게 이란 국민을 정부 쪽으로 결집시키거나 이란의 자체적인 군사 보복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스라엘 "필요시 대응"
이스라엘 당국도 이란 정세에 주목하면서 개입 여지를 열어놨다. 로이터통신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스라엘 방위군이 필요할 경우 무력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당장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 당국자는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시위로 이란 지도부가 약화해 있지만 어느 쪽도 지난해 6월 전쟁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메나헴 메르하비 히브리대 교수도 "이스라엘은 이란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는 것보다 미사일을 우려한다"며 "극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이스라엘이 이 문제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란의 권력 공백'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개입이나 정권 붕괴가 내전과 중동 전역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은 이란을 적대 세력으로 인식해 왔지만,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군사 행동에 대한 보복으로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도록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며 "독재 정권이 연쇄적으로 무너졌지만 혼란이 그만큼 컸던 '아랍의 봄'을 잊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제/한명현 기자 hankyu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