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 트럼프 정부는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투자와 관련한 대미투자 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 삼으며 투자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번 조치로 미국의 상호관세와 대미투자 리스크가 부각되며, 투자 후 인센티브 철회 및 추가 부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돌연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국 국회가 한·미 무역 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한국 국회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나는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과의 무역 협상을 통해 당초 25%였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한국은 추가 시장 개방과 함께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대미투자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관세 인상 시점은 특정하지 않았다. 실제 관세를 인상하려면 행정명령과 관보 게재 등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청와대는 아직 미국으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이유로 거론한 대미투자 특별법을 2월 중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이날 내놨다. 정부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을 중심으로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관세 합의 이행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하기로 했다. 한·미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위해 정부 관계자들도 미국으로 출국한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현지 일정을 마치는 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관세 협상 파트너였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자기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밝힌 이유는 한국 국회의 대미 투자법 통과 지연이다. 국회에선 지난해 11월26일 3500억달러 투자를 위한 대미투자 특별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심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 이유일뿐 다른 속내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분은 입법 지연
국회에서 대미투자법 입법 논의는 크게 두 가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이는 대미투자특별법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입법절차를 마치기 위해서는 재경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대미투자 구상이 이미 지난해 11월 구체화되었고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만큼 국회 통과가 가로막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국익을 저해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지 정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최소한 수 개월은 소요될 상황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게시 후 민주당에 특별법을 "2월까지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의힘 측에선 아예 대미투자 내용을 담은 '전략적 투자에 따른 양해각서(MOU)' 자체를 비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는 만큼 국회에서 충분한 정보공개와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송언석 국민의 힘 원내대표는 "모든 책임은 국회 비준이 필요한 중대한 통상 합의를 체결해 놓고 비준 절차를 외면한 이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상호관세 부과 근거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대한 판결이 곧 나올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한국 측에서 이를 입법 형태로 공식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 쪽의 약속에 관해서만 법적인 구속력이 발생하고, 미국 측의 약속은 그런 구속을 받지 않거나 아예 약속 자체가 불필요(위법 판결시)해질 수 있어서다.
○'투자계획 지켜라' 압박
지난 20일 블룸버그통신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을 들어 한국이 대미투자를 지연시키려 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 트럼프 정부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구 부총리가 "올 상반기에 3500억달러 대미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한 것을 지적한 기사다. 최지영 재경부 국제경제관리관도 최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환율 구두 개입 이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 재무부 측에 '외환시장 변동성과 불안이 커지면 대미 투자 이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의 이행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정부 입장에서 보면 한국과 일본의 대미투자 약속은 지난 1년간 관세전쟁의 최대 수확이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방에 한국·일본·유럽연합(EU)으로부터 투자받기로 한 금액을 각각 적어둔 패널이 트로피처럼 전시되어 있을 정도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이 투자금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공짜 기여금'이라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것이 지연되거나 이행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정부가 입을 타격도 크다. 법안 발의 후 두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입법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조급함의 배경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판결 전에 한국의 입법절차가 먼저 마무리되기를 바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장상식 무역협회 국제무역원장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상대국에 상호 합의사항을 좀 더 못 박는 과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이 빨리 국회를 통과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협상용 메시지"라고 말했다. 관세 인하 시점을 '미국과의 무역협상 관련 입법안 발의 시'로 명시한 경우는 유럽연합(EU)과 한국 뿐인데, EU가 최근 그린란드 문제가 불거지면서 입법안 통과 절차를 연기하기로 하자 한국도 지연 전술을 쓰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졌다는 것이다.
최근 재정경제부에서 환율 문제를 이유로 대미투자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의 우려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상호관세 관련 연방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기존 협상 결과를 지키기 위해 한 번 더 압박을 가하는 성격도 있다.
미네소타주에서 이민단속국(ICE) 요원이 미국 시민들을 잇달아 사살해 국내 정치 환경이 악화하는 것도 트럼프 정부로서는 대외정책에서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적인 관세 인상 뒤에 '쿠팡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계획을 SNS에 올린 후 쿠팡과 가까운 워싱턴DC의 한 로비회사 측에선 "한국의 쿠팡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과 미국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차별적 대우"를 원인으로 꼽는 글을 한국 언론에 배포했다. 최근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나 쿠팡에 대한 처우 문제를 거론한 것이나 쿠팡에 투자한 회사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글이 게시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쿠팡을 의식했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TACO' 예상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원상복구 위협은 압박용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대미투자의 리스크가 훨씬 커졌다는 방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그린란드 내 미국의 활동 강화를 위한 프레임워크(기본틀)에 합의하면서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미 EU와 체결한 관세 협상 결과는 신경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관세율을 바꿀 수 있다는 위협이다.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이미 적용한 펜타닐관세와 별개로 상황에 따라 추가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의 반응이 커지거나 하면 한 발짝 물러서는(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 전략을 거듭하는 만큼 한국에 대한 인상 요구도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협상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중이다. 기업이 투자를 한 후에도 미국이 언제든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분을 요구하거나, 약속했던 인센티브를 철회하거나, 매출의 일정액을 상납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겨났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최형창/김대훈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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