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스가' 청사진 구체화…동맹국에 초기 물량 건조 맡긴다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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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미국 정부가 미국 해양 행동계획(MAP)을 통해 동맹국 조선소 초기 건조 후 미국 내 투자·건조를 유도하는 브리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모든 외국건조 선박에 화물 톤수 비례 보편적 수수료를 부과해 사실상 '제2의 관세'로 활용하고, 수익을 해양 안보 신탁기금(MSTF)에 적립하겠다고 전했다.
  •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의 일정 비율을 미국산 선박으로 운송하는 '미국 해양 우선요건(USMPR)'을 신설해 '제2의 존스법'으로 미국 조선업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외국건조 선박에 화물 톤수 비례 수수료 부과, 관세 이어 또 다른 부담

미국행 컨테이너 일정비율 '미국산 선박' 제도도 신설 '제2의 존스법'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한 '미국 해양 행동계획(MAP)'을 공개했다. 동맹국의 조선소에서 계약 초기 물량을 건조하고, 이후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내에서 배를 짓게 한다는 구상이다.

1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러셀 보트 관리예산국(OMB) 국장 명의로 발표한 MAP 문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4월 9일에 서명한 '해양 지배력 회복'의 이행 계획을 담고 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양 번영 구역(MPZ)'을 지정해서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동맹국 조선소의 미국 내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총 38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는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위해 한국 및 일본과의 역사적인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동맹국 조선사들이 미국 조선산업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며, 동맹 및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선제적 투자 파트너십에 중점을 둔다"고 적었다.

◆브리지 전략, 초기 물량 韓 건조 가능성

구체적으로 '브리지 전략'을 명시했다. "다수의 선박을 구매할 때에 초기 선박은 외국 조선업체의 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동시에 미국 조선소에서 직접 투자를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예컨대 국내 조선사가 여러 척의 선박을 수주한다면 초기 물량은 한국에서, 후기 물량은 미국에서 건조한다는 조건을 넣겠다는 취지다. 미국 내 건조를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투자가 따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노하우도 전수될 것이라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작년 11월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에서 "한국 내에서의 잠재적 미국 선박 건조를 포함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 수행이 가능한 미군 전투함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 내용은 이를 진전시켜서 다수의 선박을 발주하되, 초기와 후기 생산지를 달리 한다는 얘기다.

다만 이같은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존스법(상선)과 번스톨레프슨 수정법(군함) 등 기존 규제 법안에서 '미국 내 건조'를 명시한 부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한국 측 협상단에 행정명령 등을 통해 일부 예외를 적용해 주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물론 의회 내에서도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해야 미국의 조선업 재건이 가능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조선사가 있는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로 지난해 관련법 수정이 무산됐다. 이를 행정명령으로 우회하더라도 일시적인 중간 단계로서만 허용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목표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기존에 성숙되거나 모듈화된 상업용 및 정부용(국내 및 국제) 선박 설계를 사용"하며 "상용 표준 및 설계를 활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구축함이나 지원함, 상선 등의 설계를 미국 측이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백악관이 13일 공개한 미국 해양 행동계획. /백악관 홈페이지
백악관이 13일 공개한 미국 해양 행동계획. /백악관 홈페이지

◆전용지역(MPZ) 100곳 지정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 산업을 위해 최소 1500억 달러의 전용 투자를 확보했다"고 적시했다. 이는 한국이 약속한 '마스가 전용 투자'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미국 조선소, 공급업체 및 해양 인프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의 명확한 경로를 마련함으로써, 미국은 대외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국내 역량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자를 위한 경로로는 '해양 번영 구역(MPZ)'이 제시됐다. 보고서는 "연방, 주, 지방 정부 전반에 걸친 기존 인센티브 메커니즘(세액 공제, 대출 보증, 인력 훈련 프로그램 포함)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파편화되어 있고 주요 조선업체를 유치하기에는 불충분한 경우가 많다"면서 MPZ 지정으로 이를 조율하겠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하는 지역 역시 MPZ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MPZ 선정 책임자는 상무장관이다. 총 100개의 MPZ를 지정할 권한을 부여하며, 지정 기간은 10년이다. 재무장관, 교통장관, 국토안보장관, 관리예산처(OMB) 국장, 전쟁장관과 협의하도록 한다고 보고서는 제시했다. MPZ는 "지리적으로 다양하게 분포되도록 보장한다"면서 "미국의 동서 해안과 멕시코만(Gulf of America) 외에도 강 유역, 오대호, 알래스카, 하와이, 미국령 등 전통적인 연안 조선 및 선박 수리 거점 이외의 지역을 포함"한다.

지난해 통과된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에 명시된 '개선된 기획특구(OZ 2.0)' 조항이 반영될 것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 조항은 투자 보고를 의무화하는 대신 더 오랜 기간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정책을 통해 선박 건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단순히 미국 내 선박 건조 수량을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립적인 생산, 위기 시 신속한 동원, 그리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회복탄력성 있는 해양 산업 기반(MIB)을 재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2의 관세 부과계획은 '적신호'

"미국 항구에 들어오는 모든 국가의 외국 건조 선박에 대해 보편적 수수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은 한국 기업에 불리한 대목이다. 해당 선박에 실려 수입되는 화물의 중량을 기준으로 1kg 당 1~25센트의 수수료를 적용하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1센트의 경우 10년간 660억달러(약 9조5000억원), 25센트를 부과하면 1조5000억달러(약 2160조원) 규모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계산했다.

이는 미국 내 건조를 강제하기 위한 압박 수단이다. 현재 미국 내 건조 역량이 대단히 낮은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이 수수료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선박에 적용되어 '제2의 관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화주인 해운사가 1차 납부 주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수입업체와 소비자들이 수수료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은 해양 안보 신탁기금(MSTF)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외국 건조 선박들이 미국 시장 접근을 통해 이익을 얻는 만큼, 이 정책은 그들이 미국 해양 역량의 장기적인 재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보장한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자금 지원 계획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모든 규모의 미국 조선소의 역량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새로운 보조금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연방 금융 및 세제 혜택(Title XI, 자본 건조 기금(CCF), 건조 준비금(CRF), 가속 상각, 세액 공제 등)을 확대해서 조선소를 세우고 선박을 짓는 자본비용을 좀 떨어뜨리겠다는 취지다. 주요 조선소 자본 프로젝트를 위한 전용 신용 또는 대출 프로그램도 신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자금 지원으로 한국 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갈지 여부는 보다 자세한 프로그램 정보가 공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2의 존스법도 추진…시장경쟁력 확보는 요원

조선 업계의 숙련공 및 인력 부족 현상에 대한 언급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관련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이러한 계획으로 목표하는 수준의 생산량 증가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핵심은 이렇게 생산 능력을 확대했을 때 그것을 '누가 사주느냐'다. 군함 등의 경우에는 방위산업의 특성상 가격이 차이가 나더라도 물량을 일부 소화할 수 있지만, 상선의 경우에는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산 선박과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보고서가 찾은 해법은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의 일정 부분을 '미국산 선박'으로 채우는 '미국 해양 우선요건(USMPR)' 신설 등이다. "미국행 컨테이너 화물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자격 요건을 갖춘 미국 선박(qualifying U.S. vessels)'으로 운송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 미국 국제 무역의 41.5%(약 2조 1000억 달러 가치)가 해상을 통해 이동하지만, 이들 선박의 대다수는 외국에서 건조된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시장의 외국 지배는 미국 국내 조선업 역량 쇠퇴와 미국 선원 노동력 부족을 가속화시켰으며, 이는 미국의 경제 및 국가 안보에 중대한 취약점으로 지적"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같은 요건은 미국 내 투자를 강행하는 한국 조선소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초반에는 일시적으로 수요를 확보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생산단가가 한국이나 중국보다 몇 배는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초기 수요 확보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이는 또 다른 '존스법(미국 연안 간 항해 상선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보호하는 미국용 선박 시장과 글로벌 선박 시장이 분리되면 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또 이러한 규제의 취지가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 보호에 있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는 조선소에 대한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방해받을 여지가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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