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클래리티 액트가 서명될 경우 규제 불확실성 해소로 기관 자본과 수십조달러가 크립토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대형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RWA, 시큐리티 토큰 등 토큰화 자산 성장이 가속화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크립토 자산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 법적 명확성 이후 비트코인 현물 ETF, 보험사·연기금·국부펀드의 진입과 TradFi의 비트코인 담보 대출·결제 서비스 확대로 온체인 금융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김민승의 ₿피셜

"수조 달러가 사이드라인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달 초 백악관 디지털자산 자문위원회 총괄책임자 패트릭 위트(Patrick Witt)가 야후 파이낸스 인터뷰에서 던진 이 한마디는 시장의 거대한 전조를 함축한다. 그는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액트가 서명될 경우, 그간 규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시장 밖에 머물러 있던 기관 자본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규제가 곧 잠금 해제 장치"라는 그의 통찰은 이 법안이 단순한 정책 문서를 넘어 수십조 달러의 자금 대이동을 촉발할 결정적인 열쇠임을 시사한다.
클래리티 액트가 미국 의회를 통과해 법으로 확정되는 시나리오는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법안이 진공 속에서 홀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법안 이전에도 미국의 주요 금융 규제당국은 이미 조용하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 1년 사이 일어난 변화들은 가히 드라마틱하다. 지난해 1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존 SAB 121을 SAB 122로 교체하며 은행의 크립토 수탁 자산을 부채로 기록하게 한 치명적 독소 조항을 폐지했다.
이어 같은 해 3월에는 통화감독청(OCC)이 사전 승인 없는 크립토 서비스를 허용했고,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사전 신고 요건을 없앴다. 미 중앙은행(Fed)은 압박성 감독 서한을 철회했고, 법무부는 '기소에 의한 규제' 방식을 포기하고 국가 암호화폐 집행팀(NCET)을 해산했다.
SEC가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 등을 순차적으로 비증권으로 정의하고, 12월에 주요 디지털자산 기업들에 국가 신탁은행 인가를 승인한 것은 이러한 흐름의 정점이었다.
냉전 시대에 비유하자면 이 일련의 조치는 국경에 매설된 지뢰를 하나씩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물론 지뢰가 제거됐다고 해서 즉각적인 민간 교류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공식적인 자유화 선언이 뒤따라야 하며 클래리티 액트가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의 규제당국이 기관이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어두었다면 클래리티 액트는 1989년 우리나라의 해외여행 자유화와 같은 파급력을 지닌다. "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유롭게 오가도 된다"는 법적 권리가 결합할 때, 비로소 수탁 의무에 묶여 있던 수십조달러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클래리티 액트 서명 이후 제도권 자금이 크립토 시장으로 유입되는 경로는 크게 세 갈래로 예상된다. 첫 번째 관문은 스테이블코인이다.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본격화하면 그 공급량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며, 수익률을 쫓는 이 자금들은 자연스럽게 토큰화된 실물자산(RWA) 시장과 비트코인 등 크립토 자산으로 흐를 것이다. 특히 법적 명확성이 확보되면 부동산,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시큐리티 토큰의 성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그동안 성장의 발목을 잡아온 분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순간, 비상장 주식이나 글로벌 주식의 토큰화는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수밖에 없다.
더 높은 성장을 노리는 자금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향한다. 기관투자가들이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논리는 단기적 가격 안정성이 아니라, 전통 자산과의 낮은 상관관계와 장기적 가치 상승 잠재력에 있다. 역사적으로 스테이블코인 공급량 증가는 크립토 자산 가격 상승의 선행 지표였으며, 글로벌 은행들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장전된 총'이 돼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울 것이다.
두 번째 경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직접 투자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이미 막대한 자산을 기록했지만, 이는 규제 위험을 감수하고 진입한 선진입 자금에 불과하다. 법적 명확성이 확정되면 수탁 의무 때문에 진입을 망설이던 보험사, 연기금, 국부펀드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근거를 얻게 된다. 시장은 규제 안정화 이후 비트코인 ETF의 관리자산이 최대 2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지막 경로는 제도권 금융(TradFi)의 크립토 상품 확대다. 대형 IB가 준비 중인 서비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그 범위가 비약적으로 넓어질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담보로 한 대출과 결제 서비스는 제도권 금융의 강력한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의 정부연금투자펀드(GPIF)가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 다각화 대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1조5000억달러를 운용하는 거인의 발걸음은 전 세계 모든 기관투자가에게 "이제 들어가도 좋다"는 사실상의 허가 신호와 다름없다. 미국의 클래리티 액트는 바로 이 거대한 도미노를 쓰러뜨릴 마지막 방아쇠가 될 것이다.
온체인 금융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이제 가설이 아닌 임박한 현실이다. 해외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는 이미 우리 기업들의 주식 선물이 24시간 레버리지로 거래되고 있다.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장착하고 경제 활동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렸다. 미국이 디지털 패권을 선언하고 글로벌 은행들이 온체인으로 뛰어드는 지금,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온체인 금융 혁명은 우리의 망설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구경꾼으로 남지 않으려면, 이제는 정말 서둘러야 할 때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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