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54.5%, 전체 주택 월세 비중이 68.9%까지 오르며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 전세 물건 감소와 전셋값 상승, 입주 물량 감소, 전세 사기 여파로 월세 선호가 뚜렷해지며 '전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고 확보한 유동자산을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에 활용해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월세'의 시대…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절반 넘었다
월세 비중 55%…전세 앞질러
빌라·원룸 등 합치면 70% 육박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는 2019년 아들이 한국 대학에 진학하자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했다. 당시 졸리는 월세 없이 보증금만으로 집을 빌릴 수 있는 전세 제도를 신기해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의 독특한 임대차 방식인 전세는 그동안 서민 자산 형성과 내 집 마련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2022년 '빌라왕 전세사기' 이후 연립·다세대주택뿐 아니라 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가 대세로 굳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3125건(신규 계약 기준) 중 반전세를 포함한 월세가 전체의 54.5%(7148건)를 차지했다. 월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원룸과 빌라 등을 포함한 전체 주택으로 확대하면 월세 비중은 68.9%에 달한다.
통상 월세는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원룸과 오피스텔 등의 주거 방식이었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 부족과 계약 갱신 등으로 전세 물건이 줄고, 집주인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의 월세화'(반전세 확산)에 속도가 붙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소 수억원의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대신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를 비롯한 재테크에 활용하는 등 자산 운용의 패러다임도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 월세 비중, 전세 추월…목돈 깔고 앉지 말고 투자하자
지난달 대학원을 졸업한 이모씨(29)는 최근 직장 출퇴근이 편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인근에서 월세를 찾고 있다. 소득 기준이 넘어 전세 대출 상품인 '청년버팀목대출'은 받기 힘든 데다 장기 거주 계획도 없어 공공 임대주택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는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하면 이자 등을 감안했을 때 월세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며 "전세 사기 걱정도 들어 월세를 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70% 수준까지 치솟고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50% 안팎이었다. 빌라 전세 사기 여파와 입주 물량 감소, 전셋값 상승과 계약 갱신 증가 등의 영향으로 월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택 월세 비중 곧 70% 넘길 듯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25만3410건 중 월세(반전세 포함) 비중은 66.8%(16만9305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1월(45.6%)과 비교하면 4년 만에 20%포인트 넘게 뛰었다. 서울은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68.9%(법원 등기정보광장 기준)에 달했다. 곧 7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파트도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3125건(신규 계약 기준) 가운데 월세 거래는 7148건으로 54.5%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올해 1월에는 51.4%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을 웃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전세 물건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8605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1월 1일 기준·3만1814가구)와 비교해 41.6% 감소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23곳에서 전세 물건이 줄어들었다. 성북구(-86.7%) 관악구(-80.7%) 노원구(-77.1%) 강동구(-76.9%) 동대문구(-75.4%) 강북구(-74.4%) 중랑구(-72.6%) 은평구(-71.9%) 등 8개 구는 전세 물건이 70% 이상 급감했다.
고금리 시대를 벗어나 집주인도 전셋값을 활용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 빌라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난 전세 사기도 월세 선호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전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 등 공급 부족에 전셋값이 오르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최근 공동 발표한 '공동주택 입주 예정 물량'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7158가구로 집계됐다. 작년(4만6710가구)의 58.1% 수준이다. 내년은 1만7197가구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세 물건 부족 속에 앞으로 월세 비중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세 물건 품귀 현상이 나타나면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눌러 앉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주택담보대출 때 실거주 의무 등으로 전세 유통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 불리는 전세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산 운용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도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고 확보한 유동자산을 주식 및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더 높은 수익을 내려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원룸·빌라 등에 이어 아파트 월세 비중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임차인 사이에서 이왕 월세로 살 거라면 주거 환경이 나은 아파트를 택하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전세의 월세화가 최근 아파트 시장으로 확산하는 속도가 무척 빠르다"고 말했다.
안정락/임근호/오유림 기자 jran@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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