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미국의 하르그 섬 군사 시설 타격과 이란의 푸자이라 항구 보복 공습으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글로벌 공급망 교란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 칼라일 에너지의 제프 커리는 이번 사태로 원자재가 안보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구조적 재가격화 국면에 진입해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 월가에서는 HALO 트레이드로 불리는 실물자산 중심 투자 환경이 부각되며 에너지·금속·비료·농산물·기초 소재·물리적 인프라와 제조업 등이 점점 더 고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美, 이란 하르그섬 군사 시설 타격
핵심 원유 인프라 공격 위협에도
이란, 호르무즈 대체 경로 보복 공습
"이란, 세계 경제 목줄 쥐었다
TACO 못하는 트럼프의 '헤일메리'"
트럼프, 중국에까지 군함 요청
원유 넘어 비료·가스·광물 등
글로벌 공급망 전반 교란
"당장 휴전해도 세계 이미 바뀌었다"
에너지·원자재 '적시공급' 시대 끝
'안보·실물 프리미엄에' 가격 재평가
평화→분열의 시대, 'HALO' 트레이드

시장이 걱정한 이란 전쟁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는 것일까요? 미군이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하르그 섬을 타격했습니다. 이번에 파괴된 것은 군사 시설 뿐이지만, 시장은 강대강 국면이 장기화해 결국 에너지 인프라까지 공격을 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타격 사실을 직접 밝히면서 "품위를 위해 석유 인프라는 파괴하지 않았지만, 이란이나 다른 누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을 방해한다면 즉시 재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르그 섬은 이란의 대표 원유 수출 터미널이 있는 지역입니다.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습니다. 평상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합니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에도 하르그 섬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원유를 대량 수출 중입니다. 그만큼 요충지이다 보니 하르그 섬의 석유 인프라가 파괴되면 이란의 원유 수출 능력은 구조적으로 훼손되고, 복구에 수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이미 3주째를 향해 가는 호르무즈 봉쇄,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과 맞물려 유가를 또 한 번 급등시킬 수 있는 핵심 변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군대와 이 테러 정권에 연루된 모든 사람은 무기를 내려놓고 남아 있는 것이나 지키는 편이 현명하다"고 경고했지만, 이란은 14일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항구의 석유 저장고에 즉시 보복 공습을 가했습니다.
푸자이라 항구는 앞서 이란이 공격한 오만 살랄라 항구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대체할 수 있는 석유 수출 경로 중 한 곳이었습니다. UAE 합샨 유전과 육상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진 이곳은 호르무즈를 우회해 오만만을 통해 바로 원유를 수출할 수 있는데, 이번 공격으로 원유 선적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은 미국의 하르그 섬 공격 직후 "이란의 석유·에너지 기반 시설이 공격받으면 미국과 협력하는 기업들이 보유한 에너지 시설을 잿더미로 만들 것"이라고 위협한 뒤 이번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중국과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을 거론하며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들은 미국과 함께 이 지역으로 군함을 보내길 바란다(Hopefully)"고 트루스소셜에 썼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의 에너지·원자재 전문가 하비에르 블라스는 X에 "백악관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시도를 예측(심지어 대비)하고 있었다면서, 그 대응책이라는 게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중국 같은 적대국에 군함을 보내 물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란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적었습니다.
"하르그 섬 타격, TACO 못하는 트럼프의 도박수"
짐 비앙코 비앙코리서치 설립자는 트럼프 정부가 하르그 섬 타격을 감행한 결정을 미식축구 용어인 '헤일 메리 패스(Hail Mary pass)'에 빗대 설명합니다. '헤일 메리'란 성모 마리아께 기도한다는 뜻으로,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뜻하는 표현입니다. 미식축구에선 경기는 끝나가는데 준비된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칠 시간은 없을 때, 누군가 잡아주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긴 패스를 던지는 것을 말합니다. 성공 확률은 낮지만 한 번의 시도로 역전승을 노리는 절박한 도박 같은 플레이죠.
비앙코는 "호르무즈를 장악하려면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는데, 그동안 유가가 계속 오르면 세계 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면서 "어차피 유가가 200달러까지 갈 거라면 (차라리 빨리 하르그 섬을 타격해) 다음주에 급등시키고, 중간선거까지 남은 6개월 동안 다시 유가를 낮추는 데 집중하는 게 낫다는 식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하르그 섬 타격이란 초강수를 바로 꺼내들었다는 것입니다.
중간선거와 유가 급등이 걱정되면 그냥 지금 트럼프가 목표 달성을 선언하고 철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 즉 이른바 '타코(TACO·트럼프는 늘 물러선다)'를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비앙코는 "그건 (트럼프에게) 더 나쁜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을 통해)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쥐고, 200달러 유가를 유지시키면서 모두를 힘들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이란은 동맹국이나 비서방 진영의 선박만 호르무즈 통행을 허용하는가 하면, 중국 위안화로 거래된 원유를 실은 유조선만 허가를 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이라면 원유는 미국 달러로 거래한다는 '페트로 달러' 체계를 약화시키려는 시도입니다.
결국 단기 군사 작전으로 끝낸다는 목표를 지키고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적으로 더 높은 유가 상승을 불사하면서 확전을 할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 됐습니다. 월가는 이미 미국 내 휘발유 값이 약 2년 래 최고치로 치솟고, 인플레이션에 질린 미국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정부가 빠른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란 독재 정권이 정말 단기간 내 붕괴되어 항복할 것인지 여부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최근 군사 작전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란 정권 붕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오히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 폭격에 직접 대응하는 대신 주변 걸프 국가와 에너지 인프라 공격에 집중하며 '장기전·고유가' 전략을 더 확실히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미국이 결국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사우디와 UAE 등이 응전하면서 중동 지역 전쟁으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대 로마 역사가 살로스트의 말처럼, "전쟁은 시작하긴 쉽지만 멈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혼란으로 빠져들 위험이 자꾸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변수, 유가
시장 입장에서 여전히 단 하나의 핵심 변수는 유가, 좀 더 크게 보면 원자재 가격입니다. 원유와 정제유 뿐 아니라 정유화학, 산업가스, 비료, 농산물, 광물 등 원자재 공급망이 줄줄이 교란된 상태입니다.
질소 비료의 원료인 요소는 이란 전쟁 이후 가격이 40% 치솟았고,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소재 헬륨가스나 텅스텐 등도 공급 차질에 값이 심하면 두 배로 뛰었습니다. 최근 각광받는 광학 장치와 광통신 기판 소재인 인화인듐도 공급 부족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 상태가 장기화하면 산업 전반의 비용이 오르는 건 물론, 비료값 상승과 농산물 부족에 식량 물가도 다시 자극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쟁 및 고유가 장기화 시나리오가 힘을 얻으면 경기 침체 우려도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채권 시장에선 이미 이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①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글로벌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후퇴 또는 금리 인상→국채금리 상승 경로와 ②인플레이션 장기화→수요 파괴→경기 침체→국채 가격 상승(금리 하락) 경로입니다.
이제 유가의 경로는 하르그 섬의 석유 시설이 진짜로 공격을 받는지 여부에 달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양측 모두에 돌이킬 수 없는 '상호공멸' 식 에너지 인프라 공격과 유가 급등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벌써 연료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역시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유럽은 물론, 미국마저 이 사태가 장기화할 수록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 → 비용 증가 → 기업 이익 감소를 피할 수 없습니다. 시장이 방향을 잃은 채 유가와 뉴스만 바라보며 진짜 종전이 언제 이뤄질 지, 호르무즈가 언제 뚫릴 지만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적시 공급 시대 끝"...원자재의 안보 프리미엄
에너지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전쟁이란 단기적 이벤트를 넘어 지정학적 균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칼라일 에너지의 제프 커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11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당장 5분 뒤에 휴전이 이루어진다 해도 세계는 이미 바뀌었다. 이번 충격은 단순한 전쟁 이벤트가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자체를 흔든 사건이기 때문"이라면서 "원자재가 안보 프리미엄을 반영하는 구조적 재가격화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에너지 시장의 레짐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과거 세계화된 시장에선 돈만 내면 언제든 어디서나 필요한 만큼 에너지를 값싸게 조달하는 '적시공급(just in time)'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이 분절되면서 제재와 지정학적 분쟁, 동맹 관계에 따라 조달이 막힐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국가와 기업, 개인도 비상시에 대비해 비축을 늘리는 '비상 대비(just in case)'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체제에선 에너지가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상품'에서 안보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 '전략 물자'로 바뀝니다. 커리는 "유가뿐 아니라 국경을 넘는 모든 원자재에는 '안보가 먼저'라는 안보 프리미엄이 붙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2020년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된 원자재 가격 상승 국면, '원자재 슈퍼 사이클'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분열의 시대 투자 프레임 'HALO'
이런 지정학적 충격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금리 상승은 글로벌 자산 시장의 투자 논리도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 10여 년간은 설비·자본 투자 부담이 적은 소프트웨어 중심 기술 기업과 무형의 금융 자산이 시장을 주도하는 자산경량형 경제였습니다. 제로 금리와 엄청나게 많이 풀린 유동성 덕분에 하드웨어 비용이 하락하고 공장, 생산 설비 같은 유형 자산의 실질적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쉽게 복제될 수 없는 실물자산(Heavy Asset), 기술 발전에도 가치가 쉽게 부식되지 않는(Low Obsolescence) 자본을 보유한 기업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기서 실물 자산은 원자재와 생산 설비 같은 물리적 인프라뿐 아니라, 규제와 비용, 노하우 때문에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제조 기술이나 네트워크, 지적 재산권 같은 자본도 포함됩니다. 월가에서는 이런 흐름을 제조업과 실물 산업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구(舊) 경제의 부활', 또는 'HALO(헤일로)' 트레이드라는 새로운 별명으로도 칭합니다.
이런 흐름은 원자재·제조 공급망 재편은 물론 AI 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나 IT 서비스는 AI에 의해 빠르게 복제되고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반면, AI를 가동하기 위해 필수적인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망, 변압기 같은 물리적 인프라는 쉽게 찍어낼 수 없습니다. 그만큼 희소성이 더 커집니다.
그리고 이란 전쟁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이에 따른 공급망 분절은 이렇게 희소한 자원을 조달하는 비용을 더 비싸게 만듭니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를 사올 수 없고,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저렴한 메모리 반도체를 사올 수 없는 것처럼요.
결국 이란 전쟁은 미중 갈등, 트럼프 관세 등과 더불어 세계 정치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구조적 전환의 한 장면이 될 수 있습니다. 평화와 초저금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안보와 고물가·고금리의 시대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도 전쟁 이후에도 자산 가격에 안보와 실물 프리미엄이 붙는 시대에 대비해야 합니다. 에너지와 금속, 비료와 농산물을 포함한 원자재, 기초 소재, 물리적 인프라와 제조업 등이 점점 더 고평가를 받는 시대가 본격화할 수 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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