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요약
-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발행자 통제에만 집중돼 웹3의 핵심인 커넥트 월렛 논의가 빠져 있다고 밝혔다.
-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과 DeFi가 지갑 기반 생태계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한국형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신분 확인과 KYC 위주의 규제로 설계될 경우 공인인증서와 같은 실패를 반복해 프로그래머블 머니로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김민승의 ₿피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CONNECT WALLET'할 수 있을까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인터넷은 세계에서 가장 빨랐지만, 가장 불편했다. 원인은 공인인증서였다. 은행 업무, 관공서 민원, 쇼핑 결제까지 공인인증서가 필요했다. 윈도우에서만 작동하는 액티브X를 설치해야 했고, 특수문자가 들어간 비밀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외국인이 한국 인터넷 뱅킹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 위에 세계 최악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쌓아 올린 셈이었다.
명분은 보안이었다. 인터넷 거래에서는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그 수단은 정부가 인증한 공인인증서여야 한다는 것이 규제의 핵심 논리였다. 그러나 20년이 지나도 인터넷 금융사기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공인인증서를 탈취하는 피싱이 새로운 범죄 유형으로 등장했다. 보안을 위해 만든 제도가 새로운 보안 위협을 낳은 것이다. 2020년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폐지되자 간편결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생체인증이 보편화됐고,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일상의 인프라가 됐다. 보안은 오히려 강화됐다. '신원을 통제해야 안전하다'는 20년간의 전제가 틀렸음이 드러난 것이다.
지금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이 역사를 다시 반복하는 듯하다. 스테이블코인이 무엇이고 어디에 쓰일 수 있는지는 이미 충분히 논의됐다. 전 세계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지니어스 액트를 제정해 발행과 유통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33조달러에 달해 비자의 연간 결제 처리량의 두 배에 육박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도 마지못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유통시킬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대화에서 유독 빠져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블록체인 지갑의 '커넥트 월렛(connect wallet·지갑 연결)'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위에 존재한다. 은행 계좌에 원화가 담기듯, 블록체인 지갑에는 스테이블코인이 담긴다. 지갑에서 지갑으로 전송되고, 지갑을 연결해 탈중앙화금융(DeFi) 같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서비스를 이용한다. 바로 이 지점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머블 머니'가 된다.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은 곧 지갑의 '연결'이다.
웹2에서 서비스에 접속하는 방식은 '로그인'이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고, 이메일을 인증하고, 때로는 전화번호와 신분증까지 등록한다. 혹은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플랫폼 계정을 빌려 인증을 대행한다.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허가하는 구조다. 공인인증서의 논리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누구인지 증명해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웹3는 다르다. 지갑을 '연결'한다. 회원가입도 없고, 개인정보 등록도 없다. 블록체인 지갑 하나로 서비스에 접속하고, 거래하고, 떠날 수 있다. 지갑이 곧 신원이자 계좌이며 인증 수단이다. 지난해 3분기 DeFi의 TVL(총예치자산)은 사상 최고인 2370억달러를 기록했고, 이 자금의 대부분은 '지갑 연결' 한 번으로 움직인다. 아이디도 비밀번호도 없이 수조달러가 오간다. 웹2식 사고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 작동한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웹3 산업의 발전을 사실상 가로막았던 게리 겐슬러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물러나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지갑 기반 생태계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에이전트 경제(Agentic Economy)라는 변수까지 더해진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스스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른 에이전트에 작업을 의뢰하고, 서비스 사용료를 지불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수천 개의 데이터 피드에 접속할 때마다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고 본인인증을 거칠 수는 없다. 그래서 에이전트에 스테이블코인 지갑을 장착하자는 논의가 활발하다. 코인베이스의 x402 프로토콜 부활과 AgentKit 개발이 대표적이다. 접속은 '커넥트 월렛'으로, 결제는 스테이블코인으로 한다. 지갑 연결은 선택이 아니라 인프라다.
그런데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아직도 발행자 자격 요건에서 몇 달째 맴돌고 있다. 은행만 발행할 수 있게 하거나, 은행만큼 통제할 수 있는 대기업에만 발행 권한을 주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정작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지, 어떻게 해야 '코인'으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다. 논의의 중심은 사용이 아니라 통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과연 '커넥트 월렛'을 통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을까. 은행과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논의 구조 안에서 신분증 제출과 KYC(고객확인) 없는 거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소유자의 신분 확인 없이는 자금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사고가 논의의 출발점인 한, 결과물은 20년 전 공인인증서의 판박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공인인증서 제도를 설계한 사람들도 나름의 전문가였다. 자기 영역에서는 최선의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판단을 법과 제도로 고정한 결과, 한국의 인터넷은 20년 동안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에 갇혔다. 통제와 안전을 추구하는 전문가들이 자유와 혁신의 범위까지 재단해버린 결과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진정으로 '프로그래머블'하려면, 그리고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려면, '커넥트 월렛'이 처음부터 허용돼야 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막아놓고 나중에 풀 이유를 찾는 방식으로는 어렵다. 2017년 정부의 '원천 금지' 기조를 지금까지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





!['종전 협상 불확실' 주요 지수 동반 약세…세일즈포스 6%↓ [뉴욕증시 브리핑]](https://media.bloomingbit.io/PROD/news/1e37bd57-3497-4dba-b81c-8a6b451f92cc.webp?w=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