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통행료 엔딩?…'호르무즈 톨게이트' 전망에 증시 뛴 이유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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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시장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에너지 흐름 복구 여부라고 밝혔다.
  •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 모델이 현실화하면 이란에 에너지 지정학적 레버리지를 쥐여주고 에너지 비용 장기 상승을 초래한다고 전했다.
  • 향후 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자산 인플레이션, 고금리 환경이 고착화될 경우 강한 가격 결정력튼튼한 잉여현금흐름을 가진 우량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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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오만과 호르무즈 '공동관리' 띄워

제3국 컨소시엄 '우회 통행료' 구상도

통행료 제도화 위험에도 되레 증시 반등

종전보다 중요한 건 에너지 흐름 정상화

무력 재개방·장기 봉쇄·조건부 개방 갈림길

"해협만 열리면 된다" 증시의 단기 베팅

전후 고유가·고인플레·고금리 가능성

결국 '통행료 엔딩'인 걸까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인질이 된 호르무즈 해협 이야기입니다.

이란 본토와 클래런스 해협을 사이에 둔 케슘섬 일대 항공 사진. 호르무즈해협 인근 전략 요충지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란 본토와 클래런스 해협을 사이에 둔 케슘섬 일대 항공 사진. 호르무즈해협 인근 전략 요충지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공동으로 감독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부 차관은 "선박 통행을 제한하는 게 아닌 안전한 통과를 보장하고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명분이 어떻든 통행료를 부과하기 위한 또 하나의 절차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 의회는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포함한 신규 관리 계획안을 승인했습니다.

4월 2일(현지시간) WTI 선물 가격 흐름. 자료=WSJ
4월 2일(현지시간) WTI 선물 가격 흐름. 자료=WSJ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핵심이자 자연 해협인 호르무즈에 '톨게이트'를 설치하겠다는 이란의 계획은 당연히 국제법 위반입니다. 한국 포함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 에너지를 수입하는 수많은 국가들도 이런 시도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대로라면 이란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언제든 이 해협을 인질로 잡고 세계 에너지 시장을 쥐락펴락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급반등했습니다. 전날 알맹이가 없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 구체적인 종전 계획을 원했던 시장의 기대가 후퇴하면서 전 세계 증시는 급락하고, 유가는 폭등했었는데요. 이를 단숨에 되돌린 것입니다. 자유 항행하던 해협에 통행료를 매긴다는 이 어불성설 같아 보이는 시나리오에도 증시는 일단 반등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통행료 모델이 정말 들어선다면 어떻게 가능하게 될까요?

진짜 끝은 미군 철수 아닌 호르무즈 정상화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시장을 움직인 것은 오로지 유가입니다. 그만큼 시장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휴전·종전 헤드라인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고 에너지 흐름이 복구되는지 여부입니다.

전쟁이 끝나는 것과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지난달 31일과 1일 간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적으로 강제 개방하지 않고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와, 이를 확인시켜준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해협을 열어두는 책임은 이용국들에 있다")으로 장기 지상전에 대한 우려가 줄면서 증시는 반등했음에도 유가는 여전히 높게 유지됐다는 사실이 이를 반영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의 반등은 펀더멘털이 아닌 수급 요인 때문이어서 지속되기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추가 하락에 대비하던 헤지펀드의 숏포지션과 기관투자자들의 헤지가 한꺼번에 되돌려지고, 월말 연기금 리밸런싱과 옵션 시장 구조 등이 겹치면서 기술적인 반등이 크게 나왔다는 것입니다. 악재보다 호재에 더 민감해진 시장이 '진짜로 모든게 좋아져서 오른 것'이라기보다 '너무 비관적이어서 되돌린 것'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평균 통행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왼쪽) 전쟁 이전 평균 수준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오른쪽). 자료=BCA리서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평균 통행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왼쪽) 전쟁 이전 평균 수준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친다(오른쪽). 자료=BCA리서치

그럼 언제 '진짜 반등'이 나올 수 있을까요? 결국 호르무즈 해협과 유가의 하향 안정화 여부에 달렸습니다. JP모건은 "현재 시장의 핵심 변수는 해협의 완전 개방 여부"라면서 "유가가 (최근의 랠리에도) 유의미하게 내려가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낙관론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호르무즈 개방 시나리오는

문제는 어떻게 해협을 실질적으로 개방하느냐 입니다. 이란은 지금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제도화하고 수익화할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자료=ILNA
자료=ILNA

ILNA는 이란 경제학자 호세인 라그파르(사진)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은 이번 기회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고, 지역 강대국으로서 미국과 그 제재에 동참했던 동맹국들에게 역공격을 할 수 있다. 놓쳐서는 안 될 특별할 기회"라면서 "해협을 통제하려면 군사력이 필요하며, 그 비용은 통행료 부과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호르무즈 해협의 무역 통제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미국의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는 이란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협의 목줄을 쥔 채 시간을 끌면 결국 미국과 협상하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이란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실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배럴당 1달러 수준의 통행료를 이란·중국 화폐 또는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이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선박만 통과시켜주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 위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미국이 이란을 "석기 시대로 되돌려 놓을" 정도로 강하게 타격을 하고, 버티지 못한 이란이 미국과 협상에 나서 휴전 또는 종전을 하는 것입니다. 그 이후 프랑스가 주도하는 35개국 합동 다국적 해상 안전 체계가 가동됩니다. 다국적 연합군이 기뢰 탐지와 제거, 유조선 호위를 통해 선박 통행을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가장 낙관적이면서 현재의 국제 질서에 맞는 시나리오입니다. 가장 큰 장애는 과연 절벽 끝에 몰린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포기하겠느냐는 점입니다.

② 최악의 시나리오는 해협 정상화가 오랫동안 지연되는 것입니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다르게 더 오랫동안 발이 묶이거나, 미국이 철수하더라도 이스라엘이 공격을 지속하거나, 이란이 후티 반군을 이용해 홍해 및 수에즈 운하까지 차단하는 경우 등 많은 변수가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해협이 오래 막혀 있을 수록 원유는 물론 정제유, 화학 제품, 비료 등 수많은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망 정상화는 더 지연됩니다. 이 경우 공급 충격에 따른 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어 글로벌 성장 둔화, 심각한 경우 침체 위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호르무즈 통행료 모델

최근 부상한 시나리오는 '조건부 개방', 즉 자유 통행을 복구하되 어떤 방식이든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지난달 29일 사우디, 튀르키예, 이집트 외무장관 회의를 주최하고 워싱턴에 제안할 호르무즈 개방 아이디어를 논의했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수에즈운하 식 수수료 구조, 그리고 3국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해협 관리 컨소시엄 구상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 제안은 미국과 이란 양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지난달 29일 사우디, 튀르키예, 이집트 외무장관 회의를 주최하고 워싱턴에 제안할 호르무즈 개방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자료=로이터통신
미국과 이란 사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파키스탄은 지난달 29일 사우디, 튀르키예, 이집트 외무장관 회의를 주최하고 워싱턴에 제안할 호르무즈 개방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자료=로이터통신

이 컨소시엄의 핵심은 사우디, 튀르키예, 이집트 등 제3국이 전면에서 호르무즈 해상 교통을 관리하는 틀을 만들고, 이란은 직접적인 통행료 징수 주체로 나서지 않는 대신 안전 보장 또는 통제 완화에 동의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컨소시엄을 거쳐 이란에 막대한 통행료 수익을 챙겨주는 대가로 해협 자유 통행을 얻어낸다는 외교적 타협안인 셈입니다.

관망하던 중국도 중재에 나섰습니다. 중국은 파키스탄과 3국 간 논의가 벌어진 이틀 뒤 파키스탄과 공도으로 5개 조항의 평화 제안을 처음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 역시 해협 봉쇄 장기화로 자국 내 정유소 가동을 중단할 만큼 경제적 타격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미국이 이 안에 동의한다면 컨소시엄이 걷는 통행료 수익의 일부를 미국도 일부 가져가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습니다. 지난달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은) 아마도 나와 이란의 아야톨라(최고지도자)가 공동으로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전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순수 예측일 뿐이며, 이 방안은 협상도 아닌 제3국의 제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란의 통행료 징수권을 인정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면 국제법 위반을 넘어 장기적으로 이란에 에너지 지정학적 레버리지를 쥐어주는 셈이 됩니다. 통행료가 붙으면 에너지 가격은 무료 항행하던 시절보다 높아지는 것도 물론입니다.

그럼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군사적으로 개방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막대하기 때문에 각국은 어떻게든 외교적 돌파구를 찾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해 에너지 시설 타격 가능성까지 위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물밑 협상 과정에서 통행료 모델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놀랍지 않습니다.

시장은 "일단 풀리기만 하면"

결국 통행료 징수 모델은 이란에 어마어마한 레버리지를 쥐여주고, 장기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단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항행이 회복되기만 한다면, 그 방식이 무엇이 됐든 일단 환호할 것입니다. 에너지 공급 흐름이 회복되고 유가가 하락한다면 인플레이션, 중앙은행 금리 인상, 경기 둔화 등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리스크 온(위험 선호)' 장세가 다시 펼쳐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가는 오르는데도 2일 미국 증시가 상승 반전한 것도 이런 배경입니다. '통행료는 안 좋다'는 정치적 차원의 인식이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시장에선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에너지 흐름이 풀리기만 하면 된다'는 증시의 바람이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느냐 안 열리느냐를 넘어 '어떻게' 열리는지, 어떤 전후 질서가 쓰일지에도 주목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이제 해협이 정상화되더라도 모든 것이 전쟁 이전으로 회복되긴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악의 경우 정말로 통행료 모델이 현실화한다면 에너지 비용은 장기적으로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월가는 이미 향후 1년 평균 유가 전망치를 전쟁 이전보다 더 높게 잡고 있습니다. 해협이 당장 오늘 정상화되더라도 공급망이 회복되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또 앞으로 투자자들은 에너지와 원자재를 조달할 때 가격과 효율성보다 안보를 더 우선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안보 프리미엄이 붙어 원자재 가격이 이전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향후 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자산 인플레이션, 고금리 환경이 고착화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강한 가격 결정력, 튼튼한 잉여현금흐름, 대체 불가능한 실물 자산과 독점적 기술을 보유한 우량 기업들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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