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만드는 철강·유화·조선…굴뚝기업, 다시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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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로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굴뚝 기업이 유휴 부지와 발전 인프라를 활용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 HD현대중공업·한화엔진·STX엔진·HD건설기계·삼성중공업 등이 데이터센터용 엔진부유형 데이터센터 사업을 확대하며 관련 수주 잔액과 생산 설비 가동률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 HD현대일렉트릭·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3사의 매출, 영업이익, 수주잔액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HD현대그룹과 OCI홀딩스 주가도 급등하는 등 AI발 전력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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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인프라·플랜트 역량 활용

데이터센터에 안정적 전기 공급


HD현대중공업, 미국과 선박엔진 계약

삼성중공업, 바다 위 데이터센터 추진

HD건설기계, 군산에 초대형 엔진 공장

동국제강·현대제철, 유휴지 임대 추진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주 공장 HD현대일렉트릭 제공
HD현대일렉트릭 앨라배마주 공장 HD현대일렉트릭 제공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이른바 '굴뚝 기업'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이 보유한 유휴 부지와 발전 인프라, 플랜트 운영 역량이 AI 시대의 중요한 자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어서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끊기면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가 삭제될 수 있어 24시간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필수다. AI 열풍에 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수주 잔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굴뚝 기업이 찾은 새로운 기회

4일 산업계에 따르면 AI 발전으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선박 엔진이 데이터센터용 전력 공급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활용되던 가스터빈의 가격 상승과 긴 납기 영향으로 엔진을 대체 수단으로 고려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형 가스터빈 업체의 납기가 2029년 하반기 이후인데, 엔진 회사의 납기는 그보다 1년 정도 빠르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2일 미국 AI 데이터센터에 6271억원 규모 선박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AI 관련 문의 폭주로 2년6개월 치 발전용 엔진 수주 잔량을 확보했다"며 "연간 500만 마력 규모 국내 생산설비를 '완전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엔진도 설비 확대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용 중속 엔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생산 설비 가동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엔진은 현재 선박용 중속엔진까지 제작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가 미국 내 에너지 제공업체로 경험이 풍부한 만큼 한화그룹 차원에서 AI 데이터센터 발전 사업에 진출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TX엔진 역시 데이터센터용 엔진 사업 참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바다 위에 구축하는 '부유형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방안을 내놓았다. 육지가 아닌 강이나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부지 확보, 전력 수급, 냉각 효율 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에너지와 인프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산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유휴 부지 활용 방안으로 떠올라

굴착기와 산업용 차량·선박 등의 엔진을 제조하는 HD건설기계는 전북 군산에 새 엔진 공장을 지어 내년부터 AI 데이터센터용 초대형 엔진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트너사인 메사와 이락이 미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압 등이 미세하게 달라져도 셧다운되거나 데이터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비상 발전이나 분산 전력원으로서 선박 엔진이 주목받고 있다.

철강, 화학 등 업종도 AI 바람을 타고 있다.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의 특성을 활용해 여유 전력 인프라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은 인천과 충남 당진 등 제철소 유휴 부지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이를 임대하는 사업을 벌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철소 인근에 구축된 변전소 등 전력 인프라로 전기를 끌어온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철근 수요 둔화에 따라 인천 제강공장 가동률을 5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 인천 철근 제강공장과 소형 압연공장을 폐쇄한 현대제철도 유휴 부지를 데이터센터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HD현대그룹 시총 200조원 돌파

화학·에너지 기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OCI홀딩스는 태양광 소재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미국 텍사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진출을 선언했다. OCI에너지는 2030년까지 개발 자산 15GW, 운영 자산 2GW 이상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미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사업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다.

SGC에너지는 군산 등지의 열병합발전소를 활용한 전력 공급 모델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섰다. SGC에너지는 "새 성장축으로 삼고 있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추진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산업 구조 전반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식 시장에서 관련 기업의 가치도 뛰고 있다. HD현대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달 27일 처음 200조원을 돌파했다. 증권가에선 HD현대중공업이 미국 AI 데이터센터에 선박 엔진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 기폭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수주 사실을 공시한 지난달 22일 HD현대중공업 주가는 57만6000원에서 64만1000원으로 11.3% 뛰었다. OCI홀딩스 주가는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36만8000원으로 올해 들어 200% 넘게 급등했다.

AI가 쏘아 올린 'K전력 황금기'…1분기 매출 신기록 썼다

밀려드는 주문에 시설 확충 한창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국내 주요 전력기기 3사의 실적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두 자릿수 증가했다. 전력기기 3사가 생산하는 변압기 배전반 등이 귀한 몸이 되면서다. 이들이 고부가가치 제품 주문을 골라 받을 수 있을 정도다.

'AI 전력' 만드는 철강·유화·조선…굴뚝기업, 다시 뜨거워진다HD현대일렉트릭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1조365억원, 영업이익은 18.4% 증가한 2583억원을 기록했다. 제품별로는 전력기기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북미 전력변압기 실적 확대에 힘입어 전력기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 증가했다. 회전기기 매출 역시 선박용 제품 호조에 따라 10.8% 늘었다. 시장별로는 북미 시장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하며 전체 실적 증가를 이끌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올 1분기 신규 수주는 17억9700만달러(약 2조6460억원)로 역대 최대 규모다. 연간 수주 목표인 42억2200만달러의 42.6%를 한 분기 만에 달성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전력기기 중 미국에 가장 먼저 진출한 초고압 변압기 강자다. HD현대일렉트릭 측은 "북미 전력기기 수주 모멘텀이 지속되며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전력기기 '맏형' 격인 효성중공업은 1분기에 매출 1조3582억원, 영업이익 1523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2%, 48.7% 늘어난 수치다. 효성중공업의 신규 수주액은 올 1분기 4조1745억원으로 분기 기준 신기록을 달성했다. 현재 효성중공업 수주 잔액은 15조1000억원에 달한다.

LS일렉트릭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766억원, 1266억원으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데이터센터 내부에 들어가는 중저압 변압기와 배전반에 특화한 LS일렉트릭은 1분기 아마존웹서비스(AWS)와 1700억원대 배전반 납품 계약을 하는 등 성과를 냈다. LS일렉트릭의 수주잔액은 5조6425억원이다. 3사의 수주잔액을 합치면 32조3500억원을 웃돈다.

밀려드는 주문에 전력기기 업체는 국내외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북미 생산법인 부지에 2억달러(약 2900억원)를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를 추가 생산할 2공장을 짓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는 미국 멤피스 공장을 2028년까지 증설해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미국에서 배전반을 생산하는 유타 공장을 확장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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