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위대함 되찾겠다" 10년째 경제 전쟁…베이징 합의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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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 요약

  • 이번 베이징 정상회담에서는 고율 관세, 희토류 수출 통제, AI 및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미·중 경제 전쟁 핵심 현안을 조율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 미국의 이란 봉쇄중동 교역로 차단으로 중국을 포함한 한국 일본 대만의 물류비 25~35% 상승고유가 부담이 커지며 경기 회복에 추가 압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 미국이 대법원 판결 이후 관세 정책 조정과 함께 미국산 대두 등 곡물 수출, 중국은 첨단산업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세계 질서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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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사진 = 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난다. 의제는 관세, 희토류 등 무역과 관련된 것들이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부산에서 열린 양국 간 정상회담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안건들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재미없을 것 같았던 이 회담은 미국·이란 전쟁이 터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란은 중동 맹주다. 중국과는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도 맺고 있다. 같은 친중국 성향의 베네수엘라에 이어 이란까지 미국 손에 들어가면 중국 입지는 크게 좁아진다. 중국과 연계된 에너지 공급망도 흔들린다. 미국과 중국 간 '경제 전쟁' 관련 이슈들뿐만 아니라 중동전쟁, 세계질서 등도 논의 대상에 들어가게 됐다.

1972년 2월 베이징에서 만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이 회담 이후 중국은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국력을 키웠고 미국의 글로벌 패권을 위협하게 된다. AP연합뉴스

1972년 2월 베이징에서 만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세기의 담판'으로 불리는 이 회담 이후 중국은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국력을 키웠고 미국의 글로벌 패권을 위협하게 된다. AP연합뉴스

중국 "G2로 대우해달라" 미국에 요구

미국과 중국 정상의 만남은 늘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왔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첫손가락에 꼽히는 미·중 정상회담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의 만남이다. 미국은 그 직전까지만 해도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6·25전쟁에서는 3년 동안 싸웠다. 그 이후에도 중국을 '그림자' 취급했다. 닉슨과 마오쩌둥의 만남은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꿔놓았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거치며 중국은 미국의 핵심 친구(전략적 동반자)가 됐다.

그다음으로 중요하다고 꼽을 만한 미·중 정상회담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있었던 일련의 만남이다. 이 시기 자본주의 시스템이 형편없이 망가졌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저신용자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졌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 파탄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극심하게 벌어진 빈부격차 등 자본주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중국은 이 기간 막대한 재정을 풀어가며 세계경제 구원자 역할을 했다. 망가지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구경하면서 '중국식 체제가 우월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미국을 얕잡아보는 마음이 생겼다. 덩치도 충분히 키웠다고 판단했는지 시진핑은 201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서니랜즈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그 유명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제안했다. 미국과 중국이 같은 반열(두 개의 초강대국·G2)에서 세계를 이끌어가자는 취지였다. 오바마는 공개적인 대응을 일절 하지 않는 방식으로 거절했다. "같은 학년 친구로 대우해달라"는 요구에 '안 돼. 월반하지 마. 그리고 너는 내 친구가 아니야'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는 듯했다.

201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휴양지에서 산책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사람은 새로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한 중국과 미국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자주 대립했다. AP연합뉴스

2013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휴양지에서 산책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두 사람은 새로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한 중국과 미국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자주 대립했다. AP연합뉴스

항저우 G20에서 푸대접 당한 오바마

중국은 2016년 9월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 사고를 쳤다. 전용기에서 내린 오바마에게 이동식 트랩과 레드카펫을 제공하지 않았다. 경호원들 간에 실랑이까지 벌어졌다. 중국은 실무적 착오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해명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의도적으로 홀대했다' '오바마가 망신을 당했다'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했다.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강경해졌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은 중국과 경제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의 반(反)중국 정책 기조가 분명해졌다. 화웨이 등 중국 기술기업들을 쫓아냈고, 관세를 부과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더 거세졌다. 수세에 몰린 중국은 적극적으로 맞받아쳤다.

지난해 부산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맞붙었다. 너무나 팽팽해 현안들을 미봉하는 휴전으로 끝냈다. 이번 베이징 회담은 어떨까.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전략적 경쟁'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협력 시대로 접어들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처럼 대결을 지속할까.

시진핑 中國夢 vs 트럼프 MAGA

시진핑은 공산당 총서기가 된 2012년 "과거의 위대함을 되찾겠다"며 중국몽(中國夢)을 주창했다. 미국을 앞지르는 세계 최강대국이 되겠다는 꿈이다. 이듬해인 2013년 주석에 취임하면서부터 첨단산업 육성을 밀어붙였다. 원천 기초기술에서는 미국에 뒤지지만 상용화와 생산 분야에서는 중국이 앞서는 것이 많아졌다.

그러나 중국 내 부정부패 확산, 건설사 연쇄 부도, 과잉 투자, 내수소비 부진, 청년층의 극심한 취업난 등이 겹치며 민심이 나빠졌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미국의 견제가 더 세지면서 수출 시장마저 흔들렸다.

거침없이 늘어나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도 정체 상태에 빠졌다. 세계 GDP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대 초 3%대에서 2020년 17%를 넘어섰으나 이후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해에는 16.5%(추정치)였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1%까지 떨어진 미국 비중은 지난해 26.1%로 높아졌다. 미국과의 격차가 다시 벌어진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인민에게 공산당 지배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할 수 있었던 근거는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이게 깨지는 것은 중국 집권 세력에 최대 악재다. 경기 회복이 절박한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 미국과의 경제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2017년 첫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GA)'고 주창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주의를 무기로 강력한 경제 성장과 제조업 부흥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 재집권한 뒤에도 이런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꿈 역시 여러 난관에 부딪혔다. 극심해진 정치적 양극화, 이민자 추방에 대한 반발, 동맹국들과의 불화, 국제사회에서 리더십 약화 등에 시달리고 있다. 이란과의 전쟁마저 지지부진하면서 미국인들의 피로감이 커졌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우세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전쟁은 10년째로 접어들었다. 미국이 주도적으로 공격하고 있긴 하지만, 이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 세계 공급망이 얽혀 있어 중국만 견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값싼 중국산 제품 수입이 줄어들면서 물가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싸움은 이제 많이 무뎌졌다. 새로운 타협점을 모색한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분명 좋은 기회다.

무르익는 타협 가능성

4~6주 정도 걸릴 것이라던 이란전쟁이 10주 차로 접어들었다. 미국은 미사일 등 엄청난 규모의 무기를 소진했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전쟁의 늪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일부 외신에선 "적군이 실수하고 있을 때는 절대로 방해하지 마라"는 나폴레옹의 격언까지 인용해가며 중국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중국 역시 이번 전쟁의 실질적인 피해자다. 고유가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경제난을 심화하는 요인이다.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마저 위험에 노출된 것도 큰 부담이다. 중동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길목이다. 이곳이 막히면 아프리카 남단(희망봉)을 돌아가야 한다. 이로 인해 실제 운송 물류비가 25~35%가량 올랐다. 한국 일본 대만 등도 마찬가지로 겪는 피해다.

미국은 수에즈 운하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유럽과는 대서양을, 아시아와는 태평양을 통하면 된다. 미국의 이란 봉쇄는 중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부수적 효과를 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핵심 논의 대상이 됐다.

미·중 경제 전쟁과 관련된 이슈들은 널리 알려진 것들이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을 억누르기 위해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자국에 진출한 미국 기술기업 통제 강화 등으로 대응해왔다. 미국 연방 대법원이 지난 2월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해 부과한 관세는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도 관심사다. 미국산 대두 등 곡물의 중국 수출 등도 안건으로 거론된다.

글로벌 패권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

무역 협상이나 미국·이란 전쟁에서 파생된 문제들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형태로든 해법을 찾아갈 것이다. 양국의 근본적인 갈등도 풀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의 표현을 빌리면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라 미국에 스며든 두려움'이 갈등의 근본 원인이다. 미국 역사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지배 세력을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일 경우 그에 따른 구조적 압박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현상은 예외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법칙에 가깝다"고 서술했다.

중국의 군사력은 '지배 세력을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이지는 않다. 미국과의 격차가 여전하다.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전 세계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또다시 보여줬다. 글로벌 패권국이 갖춰야 하는 기본이다. 반면 중국은 국경 인접 지역에서만 전쟁이 가능하다.

중국 분쟁 사례들을 보면 전부 국경 근처에서 일어났다. 국가 수립 후 1년도 채 안 돼 발발한 6·25전쟁, 1962년 인도전쟁, 1969년 소련 분쟁, 1979년 베트남전쟁 등이 다 그렇다. 항공모함을 진수하긴 했지만 해외로 함대를 파견할 능력은 안 된다. 군사적으로 중국은 아직 '지역 강대국' 수준이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한다면 아마도 중국 국경에 인접한 지역에서일 것이다.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가기 때문에 중국은 미국을 물리칠 수 있다. 그러나 그곳을 벗어나 태평양 먼 곳으로까지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중국을 세계는 'G2의 한 축'으로 더 이상 보지 않는다. 2010년대 중반 '중국 떠받들기'가 유행처럼 번지며 고조된 G2 열풍은 사그라들었다. 미국과 중국을 G2로 표현하는 언론이나 책자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도 신형대국관계 대신 신형국제관계, 중국특색 대국외교, 인류운명공동체 등 다른 말들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거부감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물론 중국은 '미국과 대등한 지위의 대국'으로 인정받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미국은 아시아 여러 나라의 힘을 모아 중국에 맞서는 세력균형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4자 안보협의체(쿼드)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유럽에서 독일, 아시아에서 인도와 일본 등의 재무장을 유도해 세계 질서를 1강(미국) 2중(러시아 중국)에서 1강(미국) 다자(러시아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 체제로 바꾸려 하고 있다. 지역별 세력균형으로 세계 안보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이 전략은 중국에 이 구도를 깰 능력이 생기기 전까지만 유효할 것이다.

현승윤 주필·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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