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식도 코인처럼 쪼개 24시간 거래한다
간단 요약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사의 동의 없이도 토큰화 주식 거래를 허용하는 '혁신 면제안'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SEC는 의결권과 배당권이 보장되는 토큰화 주식을 통해 24시간 거래와 글로벌 주식 시장 접근성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 등은 시장 분절, 가격 왜곡, 유동성 분산 가능성을 지적하며 토큰화 주식 확대에 따른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美SEC, 기업 동의없는 '주식 토큰화' 방안 이번주 발표
상장 주식 '코인 인프라'로 편입
의결권 등 주주권리 보장 추진
시장 나눠져 가격 왜곡 우려도
'美비상장' 韓주식 거래 가능성

미국에서 상장주식을 바탕으로 한 토큰이 상장사의 의사와 상관없이 만들어져 거래될 전망이다.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테슬라와 같은 이름의 토큰을 암호화폐거래소에서 매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자는 '테슬라 0.1주' '알파벳 0.01주' 등을 자유롭게 거래하고 24시간 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주식과 토큰 가격 사이의 괴리가 커지며 시장이 혼란해지고, 자본을 조달하는 주식시장 본래의 기능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EC, 조만간 관련 방안 발표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번 주 '토큰화 주식에 대한 혁신 면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SEC는 주식 발행사(상장 기업)의 동의와 지원 없이도 토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토큰화된 주식은 탈중앙화된 암호화폐 플랫폼에서 거래되고 블록체인을 통해 검증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로빈후드 등 핀테크 기업을 통해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등 상장주식을 추종하는 토큰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토큰은 파생상품이나 미리 매입한 주식을 통해 실제 주식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돼 있다. 대신 의결권, 배당권 등의 권리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SEC는 토큰화 주식을 미국의 증권 규제 체계로 편입하며 토큰에 의결권과 배당권 등 권리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주식과 동일한 권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플랫폼에 대해 해당 토큰을 상장할 권리를 제한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가령 암호화폐거래소가 테슬라 100주를 매입했다면 이 주식의 가치만큼만 토큰을 발행해 유통하는 구조다. 이는 토큰 발행자 또는 플랫폼의 파산 위험과 투자자의 오인 투자 가능성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방안은 '크립토 맘'(가상자산의 어머니)으로 불리는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임기 초부터 크립토 기업이 미국 증권법을 위반하지 않고 증권 토큰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번 조치를 통해 주식 거래가 전통적인 거래 시스템에서 벗어나 암호화폐 인프라로 편입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는 방침이다.
◇거래 편의성 높아지지만
투자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거래'다. 정해진 시간만 매매할 수 있는 기존 주식과 달리 토큰화 주식은 암호화폐 인프라에서 언제든 매매가 가능하다. 주식 시장 접근성도 개선된다. 암호화폐 지갑만 있으면 기업이 상장된 국가에 주식 계좌를 개설하지 않아도 된다. 암호화폐 지갑만 있으면 미국의 엔비디아, 한국의 삼성전자를 거래하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SEC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 분절과 파편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는 작년 12월 "토큰화시장과 기존 증시와의 연결성이 떨어지며 가격 투명성 등 필수적인 사장 장치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시장이 파편화되고 무질서해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동일한 상장주식에 대한 유동성이 기존 증시와 암호화폐 인프라로 분산되면서 가격 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EC가 토큰화의 대상을 어디까지 정할지는 알 수 없다. 기준에 따라 삼성전자나 일본 키옥시아를 미국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암호화폐거래소가 미국에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전문가는 "실제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가격만 따라가는 합성형 토큰 발행도 SEC가 검토하고 있다"며 "배당 및 의결권을 포기하더라도 가격 추종만 원하는 미국 투자자라면 이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우려에도 SEC가 토큰화 주식을 확대하려는 것은 주식의 토큰화가 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EC가 토큰화 주식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관련 시장을 열고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에 상장된 빅테크의 주식에 대한 투자 자금이 미국 증시가 아니라 중국 암호화폐거래소로 흘러드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손주형/김미리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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