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총파업 '마지막 변수'…정부, '긴급조정권' 만지작 [분석+]
간단 요약
-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배분 방식과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를 두고 합의에 실패해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은 아직 성급하다는 입장이지만, 파업이 현실화해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충격이 커질 경우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 업계 안팎에서는 18일간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직·간접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삼성 총파업' 하루 앞
긴급조정권 다시 부상
노동부 "자율교섭 우선"
정부, 막판 개입 고심

삼성전자 노사가 20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에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로 다가왔다. 노조는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이 결단하지 않아 조정이 종료됐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적자 사업부까지 고액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 요구가 경영 원칙을 흔들 수 있다"며 맞섰다.
국가 경제 충격 우려 속에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삼성전자 파업에 따라 예상되는 막대한 피해를 언급하면서 긴급조정권 카드도 검토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일단 "아직 성급하다"며 노사 자율교섭을 우선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 "긴급조정권 아직 성급"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불성립과 관련해 긴급조정권 검토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노동부 관계자는 출입기자단 긴급 브리핑에서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이 불성립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대원칙 아래 자율교섭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조정권 발동을 위한 법리 검토를 마쳤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양측이 대화할 시간이 남아 있어서 그 부분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총파업 전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했느냐는 물음에도 "아직 노사 간 자율적으로 협상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했다.
당장 강제 조정에 나서기보다 마지막 교섭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중노위에 사후조정을 추가 신청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때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발동되면 노조는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이후 30일간 파업이 금지된다. 이 기간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노동위원장 직권으로 중재 회부가 결정될 수 있다.
그래도 변수로 남은 '정부 개입'
당장의 긴급조정권 발동에는 신중론을 폈지만, 노사 자율교섭이 끝내 무산되고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빼낼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긴급조정권이다. 반도체 생산 차질과 공급망 충격 파장이 커지면 정부가 자율교섭만 지켜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주요 인사들도 이미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공공복리 등을 위해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업이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정부 개입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김 총리도 대국민 담화에서 삼성전자 파업에 따른 대규모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노사 합의를 촉구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앞서 "산업부 장관으로서는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만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꺼내 들기에는 부담도 있다. 일단 이번 사후조정이 중노위 조정안에 노조는 동의했고, 사측이 유보 입장을 밝히며 서명하지 않은 구도다. 파업을 막기 위한 강제 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사측이 수용하지 않은 조정안을 둘러싼 책임 소재와 맞물려 노동계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원이 앞서 쟁의행위 기간에도 보안작업과 안전보호시설 유지 업무를 평상시 수준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한 점도 '변수'다. 파업이 시작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보안 업무는 유지돼야 하는 구조인 만큼, 정부가 곧바로 강제 조정에 나서기보다 실제 생산 차질 여부를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노조 "조정안 동의"…삼성 "성과급 원칙 흔들 수 없어"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예정대로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 노조는 사후조정 과정에서 중노위 조정안에 동의했지만 사측이 최종 입장을 내지 않아 조정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노동조합은 사후조정 3일 동안 성실히 임하며 접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5월19일 22시경,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으나 사측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중노위 위원장께서 조정 불성립을 선언하기 직전, 여명구 사측 대표교섭위원이 거부 의사를 철회하며 시간을 요청했고 3일차까지 연장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에도 사측이 최종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최 위원장은 "사측은 '의사결정이 되지 않았다'고만 반복할 뿐, 끝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중노위 진행에 의해 사후조정은 종료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노동조합은 예정대로 내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파업 기간 중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사후조정 종료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회사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파업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합의가 불발된 핵심 쟁점은 성과급 배분 방식이다. 특히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에서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사후조정에서 막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론을 폈다. 이어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저희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추가 조정이나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운영된다. 파업이 실제 생산 차질로 이어지면 메모리 공급, 고객사 납기, 협력업체 조업, 지역 상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18일간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직·간접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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