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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쓸어담는데 환율은 왜 1500원?

기사출처
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1분기 경상수지 흑자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해외투자 확대외국인 주식 순매도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 연기금·서학개미의 미국 주식·채권 매수, 기업의 해외 공장·대미 투자로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외환시장에 유입되지 않아 고환율 고착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은 단기 쏠림에 따른 환율 조정 가능성과 함께, 낮은 잠재성장률·고령화·미국 향한 투자 지속으로 고환율 고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견해가 공존한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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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미스터리의 정체


경제교과서 '환율공식' 깨져

수출·증시 호황에도 원화 약세

"환율 결정하는 변수 달라졌다"


연기금·서학개미 "달러 사자"

기업은 수출대금 현지 재투자

고환율에도 '곡소리' 안나고 차분

미스터리다. 원·달러 환율 얘기다. 국내 기업들이 역대급 규모의 달러를 수출로 벌어들이는데, 환율은 1500원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보던 숫자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의 네 배에 달했다. 인공지능(AI)발(發) 슈퍼호황과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환율이 지속되자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17.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 15일부터 6거래일 연속으로 1500원을 뚫었다. 올 들어 환율이 1500원 위에서 장을 마친 것은 이날까지 18거래일이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2008~2009년 2년을 통틀어 14거래일에 불과했다.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0.2265%포인트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때의 최고치 6.99%포인트(2008년 10월 27일)와 비교해 15분의 1 수준이다. 고환율이 국가 리스크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환율은 한국 기업의 달러 창출력과도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 1분기 누적으로 737억8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작년 1분기(194억9000만달러)의 거의 네 배다. 예전 같으면 환율이 급락했어야 할 수준이다. '무역수지 흑자=원화 강세'라는 공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왜 이럴까. 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상품 수지(수출-수입)가 아니라 자본 흐름을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의 해외 투자에서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1분기 654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경상수지 흑자와 맞먹는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연기금과 개인의 해외 투자가 급증하는 것은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다. 자의 반 타의 반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기업들이 달러를 쌓아놓는 현상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고환율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이 올해 들어서만 100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하며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유가 급등, 미국 국채 금리 발작, 엔화 약세 등 대외 변수도 하나같이 원화에 불리한 것뿐이다.

더 미스터리한 건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한국인이다.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외화 자산을 보유한 국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한국 순대외금융자산은 8856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주식은 환율이 올라서 좋고, 국내 주식도 불만을 제기하기에는 크게 올랐다. 문제는 물가다. 본격적으로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취약계층부터 무너질 것이다. 환율은 우리 경제의 모든 것을 함축한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나라 망한다"던 1500원이 뉴노멀…'무역 흑자=원화 강세' 공식 깨졌다

수출 신기록에도 1500원대…환율 미스터리에 대한 6가지 궁금증

환율은 원래 어렵다. 금리, 주식시장, 성장률, 물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경제 변수를 실시간 반영하기 때문이다.

요즘 원·달러 환율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반도체 호황으로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경상수지도 역대급 흑자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데 환율은 금융위기 때 수준이다. 1500원 안팎의 환율이 뉴노멀이 된 것일까. 환율에 대한 궁금증을 6가지 질문으로 정리했다.

Q.달러 쓸어담는데 왜 환율 오를까

올해 1~3월 경상수지 흑자는 737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문제는 벌어들인 달러가 그대로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해외에 공장을 짓고 연기금과 개인은 해외 주식 및 채권에 계속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해외 직접투자, 해외 증권투자가 포함된 금융계정 순자산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654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해외 투자 확대는 구조적이다. 2022년 17억6000만달러였던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채권 순매수액은 지난해 512억1000만달러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20일까지 137억달러 넘게 순매수했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평가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21년 2조5662억원이던 해외주식 평가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5조7314억원으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가 서울외환시장으로 유입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2022년 이후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서자 수출 기업들은 외화 보유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현지에 공장을 짓거나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기업도 많아지고 있다. 작년 10월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맺으며 약속한 3500억원달러 규모 대미 투자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외환시장에선 대미 투자 약속이 원·달러 환율을 50원가량 올렸다고 보고 있다.

Q.주가 뛰면 환율 떨어져야 하는데

과거에는 그랬다. 증시가 오르면 환율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반도체주가 급등하자 차익 실현에 나선 외국인이 올 들어 국내 주식을 100조원어치 넘게 팔아치웠다. 1분기 경상수지 흑자와 맞먹는 금액이다. 포트폴리오 내 한국 비중이 높아지자 이를 낮추기 위한 기계적 매도다. 단기간에 쏟아진 매도 물량이 원·달러 환율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Q.유가 오르는데 왜 원화가 떨어지나

최근 원·달러 환율은 국제 유가와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에 원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다. 원유를 수입하는 가격이 오르면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무역 수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원유 의존도(원유 수입량/원유 및 정제 석유제품 소비량)는 118%, 그중에서도 중동 원유 의존도는 69%에 달한다. 전쟁 이후 달러인덱스가 1.72% 오르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5.38% 상승한 이유다. 반면 같은 기간 에너지 수출국인 캐나다와 브라질의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Q.美, 전세계 달러 빨아들인다는데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2.50%, 미국은 연 3.50~3.75%다. 상단 기준 연 1.25%포인트 차이가 난다. 글로벌 자금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원화 자산을 매도하고 달러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린다.

최근 높은 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가 폭등하는 것도 원화 가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5.2%까지 급등했다. 미 국채를 들고만 있어도 연 5%가 넘는 달러 이자를 준다는 얘기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며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수요가 가뜩이나 늘어난 상황에서 수익률까지 높아지자 미국이 전 세계 달러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Q.고환율에도 한국인 왜 침착한가

자산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밤잠을 설치며 미국 주식을 사들인 수백만 명의 서학개미 계좌는 환율 상승으로 오히려 두둑해졌다. 애플 주가는 그대로여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껑충 뛴다.

곳간에 달러가 동이 나 위기를 부른 외환위기 때와 달리 외환 보유액이 넉넉하다는 점도 국민들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4278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시중에도 달러는 넘쳐나고 있다.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를 빌릴 때 두 국가 간 금리 차 외에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금리인 가산 금리(3개월물 기준)는 지난달 0.02%포인트로 미미한 수준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러를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Q.한국 경제 실력인가, 단기쏠림인가

전문가들은 최근의 고환율이 '단기 쏠림'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하반기에 호르무즈해협이 개방돼 유가가 내리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단행되면 환율이 1300원 후반~1400원 초반으로 안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짙다.

반면 지금 수준의 환율이 한국 경제의 '실력'을 함축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부터 서학개미 해외 주식 매수세, 중동전쟁, 외국인의 주식 매도 등 이유만 달라졌을 뿐 환율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1%대의 낮은 잠재성장률, 가속화하는 고령화 등이 반영된 지표라는 지적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을 향한 경제 주체들의 투자도 지속될 것"이라며 "고환율 고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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