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은 못 참아"…중국산 저가 공습에 칼 빼든 유럽 [차이나 워치]
간단 요약
- EU가 대중 무역 불균형과 중국의 제조업 과잉 공급을 구조적 충돌로 인식하며 통상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 EU는 산업가속화법과 무역방어 수단 강화를 통해 전기차·배터리·태양광 등 유럽 제조 기반을 지키려 한다고 전했다.
- 중국은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농식품 수입, 반덤핑 조사 등을 활용한 선별적 보복 카드로 EU에 단호히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산업 생존권 문제"…중·EU 통상 갈등 전면전 치닫나
EU "대중 무역 불균형 지속 불가능"
中, 미·중 갈등기 용어 사용해 "단호히 반격"
중국산 '저가 공습'에 빗장 거는 유럽

중국과 유럽연합(EU)간 통상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조사와 관세 부과를 둘러싼 개별 분쟁을 넘어서 이젠 중국의 제조업 과잉 공급과 EU의 산업 기반 약화, 핵심 원자재 의존 등이 한꺼번에 얽힌 구조적 충돌로 번지는 모습이다.
'과잉 공급' 밀어내는 중국
중국 상무부는 30일 성명을 내고 "만약 유럽 측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무역 수단을 내놓고 차별대우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 측은 단호히 반격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럽 측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준수하며 자유무역과 공정경쟁을 견지하고 보호주의와 일방주의에 단호히 반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히 이날 상무부 성명에는 지난해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할 당시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자주 사용하던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앞서 29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 협력과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현재의 대중 무역·투자 관계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안보 이익이 점점 밀접하게 얽히고 있는 만큼 두 영역 모두에서 강력하고 일관된 대응이 요구된다"며 중국과 무역 불균형 문제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EU 정상회의에서 추가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가 중국을 단순한 교역 상대가 아닌 유럽 산업 경쟁력을 압박하는 대상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제조 기반' 지키려는 유럽
올 들어 중·EU 무역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건 EU가 대중 무역 불균형이 더 이상 경기 순환상의 일시적 현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EU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서다.
아울러 과거 일부 품목에서 더 넓은 산업 생태계로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EU의 대중 통상 조치는 태양광 패널, 철강, 전기차 등 개별 산업의 반덤핑·반보조금 조사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저가 수출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철강, 화학, 의료기기, 전자상거래 소비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유럽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산 저가 상품 유입이 유럽 제조업을 위협하면서 EU 내부에서 중국 의존을 줄이는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급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EU는 광범위한 정책 수단을 준비하고 있다. EU 집행위는 산업가속화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유럽산 제품과 저탄소 제품에 공공조달 및 공적 지원상 우대 조건을 부여해 유럽 내 제조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국 상무부는 이 법안이 배터리, 전기차, 태양광, 핵심 원자재 분야에서 제3국 투자자에 기술 이전, 외국인 지분 제한, 현지 고용, 현지 부품 사용 등 제한 조항을 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등은 EU의 무역방어 수단을 더 빠르고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 국가는 기존 반덤핑·반보조금 조치가 너무 느리고 범위가 좁으며 우회가 쉽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조사 범위 확대, 기업 단위 제재, 부문별 세이프가드,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제한 등을 제안했다. 중국을 직접 명시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구조적 과잉생산과 저가 수출을 겨냥했다는 게 공통된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EU간 무역 갈등이 미국과는 다른 양상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과 미국간 무역 갈등은 관세와 기술통제, 안보동맹을 결합한 패권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이에 비해 중국과 EU 간 무역 갈등은 군사·안보 패권 경쟁보다는 산업 생존과 규범 경쟁에 가깝다는 얘기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이자 군사·기술 패권 도전자로 보고 있다. EU 역시 중국을 경쟁자로는 규정하지만 미국에 비해 중국과 교역 의존도가 높은 데다 회원국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대중 관세와 수출통제, 동맹국 압박을 통해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EU는 WTO 규범과 역내 법제, 등 제도적 장치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NYT는 "EU는 중국에 강하게 대응하려 하면서도 보복과 소비자 부담, 회원국 간 이견을 동시에 우려하는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중국은 이같은 상황에서 다양한 반격 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무역 갈등 과정에서 희토류와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했다. 그 여파는 유럽 기업에도 미쳤다.
전문가들은 전면적 무역 전쟁은 중국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에 선별적인 보복 수단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희토류, 농식품 수입, 유럽 기업의 중국 내 인허가와 조사, 특정 품목 반덤핑 조사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베이징 한 소식통은 "중국과 EU 간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무역 제재와 선별적 보복이 반복되는 관리된 충돌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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