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1조달러 자금 집중…차입규모 커지고, 순환금융 확대
간단 요약
- 월가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회사채·IPO·유상증자·사모대출 등으로 연간 1조달러 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알파벳·아마존·메타·오라클 등 빅테크가 대규모 채권 발행과 유상증자, 전환사채(CB) 활용 등으로 약 5000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 오라클 등 일부 기업 채권이 사실상 투기등급 수준에서 거래되고, 순환금융 구조로 시스템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회사채, IPO, 증자 등 자금조달 총 동원
2028년까지 약 3조 달러 AI 투자 필요
연간 1조 달러 가량 조달 해야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월가가 회사채,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사모대출 등 가능한 모든 자금조달 수단을 동원해 기술기업들에 막대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추가 회사채 발행을 비롯한 자금조달이 이어지면 올해 최대 1조달러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모건스탠리가 2028년까지 약 3조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자본지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이같은 AI 투자금액을 충족하려면 연간 약 1조달러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라클을 비롯한 일부 기업들은 과도한 채권 발행으로 시장에서 투기등급으로 거래되는 경우도 있어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인프라에 약 3조달러 필요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5~2028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은 약 3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체 투자액의 80% 이상이 아직 집행되지 않은 상태다. 단순히 계산해도 올해부터 연간 약 80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진다.
모건스탠리는 여기에 기업 간 AI 경쟁이 인수합병(M&A)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AI 기술과 인재,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M&A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가에서는 M&A 관련 자금까지 합쳐지면 기업들은 연간 AI 관련 투자에 1조 달러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만 해도 예상할 수 있는 자금조달 규모는 500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GPU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올해 총 159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기로 했고, 오픈AI와 앤스로픽 스페이스X 등이 IPO 투자받을 자금은 총 2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여기에 각종 사모 대출과 다른 AI 기업들의 채권 발행 등까지 합치면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 조달방식 다양해져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월가와 기술기업들은 금융공학 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알파벳은 최근 AI 인프라 재원 마련을 위해 850억 달러 규모의 이례적인 대규모 유상증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알파벳은 올해 미국 달러뿐 아니라 캐나다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 스위스프랑, 영국 파운드화 채권까지 발행했다. 특히 100년 만기 파운드화 채권 발행에 나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캘리포니아 지방채 시장에서도 에너지 프로젝트 자금으로 10억달러를 조달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올해 미국, 유럽, 스위스 시장에 이어 캐나다 달러 채권 발행에 나섰다.
오라클(50억 달러)과 AI 클라우드 기업 코어위브(40억 달러) 등은 주식 전환 권리를 담보로 한 전환사채(CB)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라클, 후발주자 위험"
다만 이 가운데 오라클은 월가가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기업으로 꼽힌다. 오라클은 지난해 9월 이후 430억달러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회사는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향후 수년간 수백억달러의 현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오픈AI 등에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임대하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금 소모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등급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에서 오라클 채권은 사실상 투기등급 채권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빅테크들의 과도한 자본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메타 등 초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의 자본지출은 올해 말 영업현금흐름의 100%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2023년 40% 수준에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또 BofA는 투자 등급 회사채 발행과 주식 공급은 늘어난 반면 자사주 매입은 둔화했고 현금창출 능력도 정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호 금융 의존도 높아
AI 산업 내 상호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앤스로픽과 TPU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두 달 전에는 1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도 단행했다. 최근에는 스페이스X와도 대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스페이스X는 구글이 2026년 10월부터 2029년 6월까지 매월 9억2000만달러를 지급하고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월가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AI 산업 내 '순환금융' 현상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기업들이 서로 투자하고, 제품을 구매하고, 금융조달을 지원하는 관계가 반복되면서 산업 전반의 상호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기업의 투자 계획이 차질을 빚거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경우 관련 기업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해 빅테크 기업과 AI 기업 간 투자 및 파트너십 구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일부 거래가 기업 간 상호 부양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지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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