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모델도 수출 통제…'앤스로픽 최상위 모델' 전 세계서 전격 차단
간단 요약
- 미 상무부가 앤스로픽의 최상위 AI 모델 미토스5·페이블5를 모든 외국 국적자 대상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 이번 조치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연구기관·정부가 앤스로픽 최상위 모델 접근에서 배제되며, 국내 AI 활용 전략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 전문가들은 AI 모델 자체가 첨단 반도체처럼 전략 자산으로 규제되는 선례가 생기며, 글로벌 AI 기업 가치와 배포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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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모델을 첨단 반도체나 군사기술처럼 국경을 넘을 때 허가가 필요한 '전략 자산'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미국 AI 기업의 최신 AI 모델의 해외 제공을 막으면서다.
미 상무부는 12일(현지시간) 앤스로픽의 최상위 모델 '클로드 미토스5'와 '클로드 페이블5'를 모든 외국 국적자가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통제 지침을 발령했다. 앤스로픽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고객을 상대로 두 모델 서비스를 즉시 중단했다. 상용 배포된 AI 모델이 연방정부 개입으로 가동을 멈춘 것은 첫 사례다.
앤스로픽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보내 미토스5·페이블5를 미국 밖 모든 지역과 미국 내 모든 외국인에 대한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통제 범위는 해외 이용자뿐 아니라 미국에 체류하는 외국 국적자다. 심지어 앤스로픽의 외국인 직원까지 포함한다.
AI 모델을 수출·재수출하거나 미국 내에서 이전하려면 개별 허가가 필요하다. 위반 시 민·형사상 제재가 따른다. 앤스로픽은 미 동부 시간 12일 오후 5시 21분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다. 외국인과 내국인을 실시간으로 가려낼 방법이 없어 결국 전 고객 대상 '전면 차단'으로 이어졌다. 다만 오퍼스 등 나머지 모델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앤스로픽은 통제를 따르면서도 정부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앤스로픽은 정부가 페이블5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탈옥(jailbreak)' 기법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기법은 AI 모델에 특정 코드베이스를 읽고 결함을 고치게 시키는 좁은 범위의 비 범용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알려진 사소한 취약점 몇 개를 드러낸 데 그쳤다는 것이 회사 의견이다.
같은 수준의 기능은 오픈AI의 GPT-5.5 등 수출통제를 받지 않는 다른 공개 모델에서도 똑같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시 전 미정부·영국 AISI(AI 안전연구소)·외부 기관과 수천 시간의 레드팀 검증을 거쳤고, 안전장치를 광범위하게 무력화하는 '범용 탈옥'은 아직 누구도 찾지 못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앤스로픽은 "이번 조치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최대한 빨리 서비스를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수백만 명에게 배포된 상업 모델을 어려운 탈옥 기법 하나를 이유로 회수하는 것은 부당하며, 같은 잣대를 업계 전반에 적용하면 모든 선도 기업의 신규 모델 출시가 사실상 멈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는 앤스로픽과 워싱턴의 갈등이 격화된 끝에 나왔다. 앤스로픽은 이미 국방부(DOD)가 정부 자체 사용에도 위험하다고 본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데, 이번엔 상무부가 외국 사용에도 위험하다며 허가제를 씌운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한 미국 행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앤스로픽의 최신 모델 출시를 미루려 했으나 실패하자 통제 서한을 보냈으며 국가안보 체계가 강화될 때까지 수 주간 차단이 이어질 수 있다"고 액시오스에 전했다.
같은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AI 산업에 타격을 주거나 혁신을 막기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최첨단 AI 모델을 배포 전 점검하는 행정명령을 냈다 하지만 이는 허가제를 배제한 자발적 절차였다는 점에서 이번 강제 통제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AI업계는 전문가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잠시 일했으나 최근 앤스로픽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온 AI 정책 전문가 딘 볼은 X(옛 트위터)에 이번 조치를 "만화 같다(cartoonish)"고 표현했다. 그는 중국에는 첨단 AI 칩 수출을 허용하자면서 영국 등 동맹국 시민에게는 최고 성능 모델 사용을 금지하는 모순을 꼬집으며 할 말을 잃었다고 적었다.
반면 일부에서는 미토스를 "너무 위험해 일반 공개가 어렵다"고 스스로 규정했던 앤스로픽이 자초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왔다. 업계 관측통들은 더 큰 함의에 주목한다. 통제의 논리가 반도체·하드웨어에서 '모델 그 자체'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한 분석은 미정부가 선도 AI를 첨단 반도체나 군사기술처럼 허가가 필요한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업계 전반에 분명한 선례를 남긴다고 평가했다.
국내 파장도 작지 않다. 이번 지침이 '모든 외국 국적자'를 막는다. 한국의 기업·연구기관·정부도ㅗ 예외 없이 앤스로픽앤의 최상위 모델 적근에서 배제된다. 미토스5는 원래 미정부와 함께 운영하는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통해 검증된 기관에만 제한 공급돼 왔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이 참여 기관으로 거론됐다.
이들이 실제 접근권을 확보했더라도 이번 조치로 통로가 끊긴 셈이다. 한국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미국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공급자 역할을 하면서도 정작 그 위에서 돌아가는 최고 성능 모델의 '사용자'로서는 차단되는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도 있다. 칩은 대주고 두뇌(AI)는 못 쓰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는 향후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수 주 내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어려운 AI 모델 탈옥 사례 하나로 상용 모델을 회수하는 선례가 굳어진다면 앤스로픽뿐 아니라 모든 AI 기업의 배포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잇따라 상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안전을 명분으로 한 정부 개입은 이들 기업의 기업가치와 글로벌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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