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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훔치면 절도죄…중국 암호화폐 규제의 새 좌표[비트코인 A to Z]

기사출처
한경닷컴 뉴스룸

간단 요약

  • 중국 사법부가 가상화폐의 법정화폐 지위는 부정하지만 재산 속성을 인정해 비트코인 절도에 징역 10년 9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 최고인민검찰원과 최고인민법원, 인민은행 등은 가상화폐 매각·소각·반환 모델과 스테이블코인까지 포함하는 강경 규제를 연달아 내놨다고 전했다.
  •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 금지재산권 보호를 병행하는 두 갈래 제도화를 택해 향후 압수 자산 처리와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에 변화를 예고했다고 밝혔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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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2023년 7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 어느 사무실의 일입니다. 펑 씨는 디지털 지갑을 새것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비트코인 지갑을 옮기려면 12개의 영어 단어가 필요합니다. 이걸 니모닉(mnemonic) 또는 시드 구문이라고 부릅니다. 비트코인 지갑을 열기 위한 일종의 비밀번호입니다. 단어를 가진 사람이 곧 지갑의 주인입니다.

펑 씨는 새 지갑을 만들면서 생성된 12개 단어를 종이에 받아 적었습니다. 옆에 있던 장 씨가 흘끗 보는 건 몰랐겠지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사이 장 씨는 단어 11개, 그리고 마지막 12번째 단어의 첫 글자를 통째로 외웠다고 합니다. 그날 밤 장 씨는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니모닉은 미리 정해진 2048개 영어 단어 중에서 뽑힙니다. 이미 첫 글자를 알고 있는 12번째 단어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장 씨는 펑 씨의 지갑에서 비트코인 107개를 빼내어 다른 지갑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일부를 변환 사이트에서 매각해 66만여 위안(약 9100만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당시 비트코인 시세를 감안하면 매각 대금은 적은 편입니다. 일부만 처분했는지, 거래 자체가 비합법인 중국에서 음성 시장을 통하느라 값이 깎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펑 씨가 도난을 알아챘을 때는 늦었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검찰이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28일 칭다오시 리창구 인민법원이 1심을 선고했습니다. 절도죄, 징역 10년 9개월, 벌금 10만위안이었습니다. 장 씨가 항소했지만 같은 해 11월 10일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이 이를 기각했습니다. 어느덧 1심 판결 기준으로 1년이 넘었습니다.

1년 묵은 판결을 다시 꺼낸 이유

그런데 최근 6월 7일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의 공식 계정에 이 사건이 올라왔습니다. 단순한 사례 소개가 아니었습니다. 이 판결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면서 "시진핑 법치사상을 깊이 학습하고 관철하며 모든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고 한 글의 제목에선 정치적 무게마저 느껴집니다. 직전 6개월의 흐름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12월 13일 최고인민검찰원의 공식 매체인 검찰일보에 "형사 사건에 연루된 가상화폐의 다양한 사법 처분 경로 구축"이라는 논평이 실렸습니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압수해온 코인이 상당량인데 이걸 어떻게 처분할지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는 문제를 짚고 매각·소각·반환의 세 갈래 처분 모델을 차등 적용하자고 제안했습니다.

2026년 2월 6일에는 중국 인민은행을 비롯한 8개 부처가 합동으로 문건을 발표했습니다. 내용은 강경했습니다. 가상화폐 관련 모든 영업 활동이 불법 금융 활동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새로 등장한 스테이블코인까지 감독 대상에 넣었습니다. 거래 금지의 폭을 넓힌 것입니다.

얼마 전 5월에는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가상화폐 등 신형 금융 사건에 대한 사법 대응 조치를 심층 연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선 법원마다 판결이 엇갈리는 현실을 통일된 기준으로 묶겠다는 신호였습니다.

그런 뒤에 6월 7일의 모범 사례 게시가 이어진 것입니다. 6개월 동안 중국 사법부가 차곡차곡 쌓아온 흐름의 마무리 단계로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금지하지만 보호한다는 모순

칭다오 사건의 담당 검찰관은 게시물에서 한 문장을 남겼습니다. "현행 정책은 가상화폐의 법정화폐 지위를 부정하지만 재산 속성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부분은 익숙합니다. 위안화나 달러처럼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비트코인으로 식당에서 밥값을 낼 수 없고 거래소를 열어 영업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재산 속성은 인정한다는 부분이 새롭습니다. 누군가 그 비트코인을 훔쳐가면 그건 절도죄가 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거래가 금지된 멸종위기 동식물을 가정해 봅니다. 호랑이 가죽이나 상아를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불법입니다. 그러나 그 가죽과 상아를 훔쳐가면 그건 별개로 절도죄가 성립합니다. 거래의 불법성과 재산권 보호가 따로 가는 구조입니다. 중국이 비트코인에 적용한 논리가 이와 닮았습니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사기·자금세탁·도박 수사에서 압수한 가상화폐가 적지 않습니다. 검찰일보 논평이 제안한 매각·소각·반환 세 갈래 모델을 따르더라도 매각하자니 거래 금지 원칙과 충돌하고, 그대로 두자니 가치가 변동하며, 반환하자니 누구에게 돌려줄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재산성을 명확히 인정하는 것은 이 세 갈래 처분의 법적 토대가 됩니다. '재산'이어야 매각도, 소각도, 반환도 할 수 있습니다. "재산 속성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중국이 향후 가상화폐 압수 자산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출발점입니다.

제도화의 두 갈래, 그리고 AI 중국의 선택

흔히 생각하기에 처벌과 규제가 강해진다면 반발하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코인 업계는 세계 곳곳에서 법과 제도의 등장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그들이 특별히 대범해서가 아닙니다. 강력한 처벌과 엄격한 규제는 코인의 여러 요소를 법으로 규정한 뒤에야 가능하므로, 곧 합법화의 길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미국 국세청이 일찍이 2014년 비트코인을 통화가 아닌 '재산'으로 분류했을 때도 양도소득세 부담이 따랐지만 업계는 정식 재산 카테고리에 편입됐다는 점을 양성화의 출발 신호로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유럽연합이 미카(MiCA) 법안으로 강력한 규제 틀을 도입했을 때도 일본이 자금결제법 개정으로 거래소 라이선스를 의무화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양지로 나갈 수 있다면 무거운 의무도 받아들이겠다는 심리입니다.

중국은 어떨까요. 다른 나라가 거래와 영업까지 양지로 끌어내는 제도화를 하는 사이 중국은 우선 재산권을 양지로 올렸습니다. 같은 '제도화'라는 단어 안에도 서로 다른 출발점이 있는 건 아닐까요.

중국은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같은 차세대 기술에서 미국을 쫓아가기도 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하며, 앞서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자산만큼은 다른 길을 갑니다. 달러패권 견제, 자본 통제, 디지털 위안 추진 등 자기 사정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거래와 재산권을 분리해 다루는 비용은 커질 것입니다. 칭다오 사건이 1년 만에 시진핑 법치사상의 모범 사례로 부활한 데에는 이 두 갈래 구조를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사법부의 판단이 깔린 듯 보입니다. AI를 앞세운 중국이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어디로, 언제 다음 걸음을 옮길지 지켜볼 일입니다.

김외현 우석대 겸임교수

한경비즈니스 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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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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