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미도 산 스페이스X, 우린 0주'…하태경 "규제 탓"
간단 요약
-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스페이스X 공모 과정에서 한국이 전량 배제된 사태의 본질이 한국 금융당국의 낡고 과도한 규제에 있다고 밝혔다.
- 하 원장은 일본 등 해외에서는 일반 개인이 스페이스X IPO 공모에 참여했지만, 한국은 자본시장법상 까다로운 절차 탓에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 하 원장은 이런 투자자 보호 규제가 앞으로 오픈AI, 앤스로픽 등 차세대 혁신 기업 공모에서도 한국 투자자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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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SpaceX)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이른바 '코리아 패싱' 사태를 두고, 낡은 금융 규제가 한국 투자자들의 발목을 제대로 잡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16일 한경닷컴에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국 금융당국의 낡고 과도한 규제 체계에 있다"며 당국의 책임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앞다투어 미래 산업의 과실을 나누는 동안, 한국만 '갈라파고스 규제'에 묶여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 "전 세계가 열광할 때 한국만 배제"… 증권사 노력도 꺾은 규제의 늪
당초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231만여 주를 배정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국내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한국은 완전히 배제됐다.
이를 두고 금융감독원은 미래에셋증권이 투자 위험성을 사전에 제대로 알렸는지 검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하 원장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금감원은 조사 주체가 아니라 조사 대상"이라라고 직격했다. 증권사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아무리 노력해도, 애초에 한국 금융 시스템에 쳐진 '규제 장벽'이 너무 높아 배제됐다는 뜻이다.
◇ 일반 개미가 산 일본 vs 규제에 막힌 한국
하 원장이 지적한 규제의 폐해는 일본과의 비교에서 뼈아프게 드러난다.
스페이스X 상장 당시 일본 미즈호증권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호주 등의 투자자들은 '일반 공모' 방식을 통해 청약에 참여했다. 까다로운 자격 없이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세계적인 우주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자본시장법상 해외 기업이 국내 일반 투자자에게 공모를 하려면 금융당국에 복잡한 증권신고서를 내고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시서류 작성, 번역, 법률 검토 등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이중삼중으로 든다. 결국 이 규제에 발목이 잡힌 한국은 일반인 대상 공모를 포기하고, 특정 자격을 갖춘 소수만 참여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로 우회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하 원장은 "스페이스X 입장에선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에 살 사람이 널렸는데, 굳이 한국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맞추려 비용과 시간을 쓸 유인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 당국이 쳐놓은 촘촘한 규제망이 도리어 거대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을 패싱하게 만드는 '족쇄'로 작용한 셈이다.
◇ "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기회 박탈… 다음은 오픈AI가 될 것"
한국 금융당국은 늘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하 원장은 "지나친 보호는 결국 투자자를 글로벌 시장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며 "투자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기회조차 뺏는 것은 보호가 아니라 기회의 박탈"이라고 일갈했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생성형 AI 혁명을 이끄는 오픈AI(OpenAI)와 앤스로픽(Anthropic)의 상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 원장은 "한국 시장은 규제가 많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인식이 굳어지면, 차세대 혁신 기업들이 공모 시장에 나올 때도 한국 투자자들은 '규정상 어렵다'는 말과 함께 소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와 우주 산업의 부가가치가 전 세계로 배분되는 역사적 순간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면한 채 '나 홀로 규제'를 고집하다 한국 투자자들의 발목만 잡은 금융당국이 뼈아픈 성찰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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