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 60년 만에 버스사업 철수
간단 요약
- 기아가 약 60년 만에 대형 버스 그랜버드 생산을 중단하고 현대자동차로 통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기아는 디젤 버스 대신 전기차, PBV, PV 시리즈 등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에 선택과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중국 전기버스의 저가 공세와 강화된 배출가스 규제로 연 1400대 수준 매출에 수천억원 투자가 부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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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가 아시아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온 대형 버스 사업에서 약 60년 만에 철수한다. 중국 전기버스 업체의 저가 공세에다 글로벌 배출가스 규제 강화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탓이다.
17일 기아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사측은 이날 열린 노사 고용안정위원회 실무협의 2차 회의에서 대형 버스인 '그랜버드' 생산 중단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생산 중단 시점은 현 주문 물량이 완전히 소진되는 1~2년 뒤부터다. 그랜버드는 기아가 현재 생산 중인 유일한 버스 차종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형 버스 생산은 현대차로 통합될 예정이다.
기아는 지난해 그랜버드를 1403대 생산했다. 업계는 디젤 버스인 그랜버드 대신 목적기반차량(PBV)인 'PV 시리즈' 등의 전동화 작업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노조 측은 "앞으로 모든 노사 협의와 특근 협의를 전면 중단하고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기아 계열사였던 아시아자동차는 1965년 설립 이후 한국의 '버스 명가'로 불렸다. 승용차보다는 버스에 집중해 1970~1980년대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시내버스와 고속버스 대부분을 만들었고, 기아는 1994년 디젤 기반 '그랜버드'를 출시해 명맥을 이었다.
하지만 고속버스 대신 철도 중심의 교통 시스템 정착으로 한국 시장에서 좀처럼 판매량을 늘리지 못했다. 버스 관광이나 버스 출퇴근 문화가 사라진 것도 타격이었다. 해외 판로 개척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연간 판매량이 1300~1400대에 그친 이유다.
더 큰 난관은 강화된 환경 기준이다. 각국 정부는 질소산화물 등에 대한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 디젤 버스는 이런 환경 기준에 가장 취약하다. 엔진 성능을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와 배출가스 재순환장치 등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연 1400대의 판매량을 보고 수천억원을 새로 투자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생산 효율을 위해 현대자동차에 통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국에 등록된 전세버스 4만1000대 중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60%와 30%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나머지는 중국산 수입 버스가 차지하고 있다.
저렴한 중국 전기버스의 공세도 고민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 버스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내버스와 고속·관광 버스 중심의 그랜버드는 공략 시장이 다르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 역시 최근 고속·관광 버스로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자체 보조금 등을 통해 대당 2억원 수준인 기아의 그랜버드보다 수천만~1억원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기아 입장에선 이들과 경쟁 하기 위해선 전동화와 동시에 가격 인하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 것이다. 업계에선 전기버스와 수소버스 제품군을 보유한 현대차에 그룹 차원의 버스 전동화 전략을 맡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기아는 선택과 집중에 나설 전망이다. 기아는 최근 중장기 전략에서 전기차, PBV, 소프트웨어 기반 모빌리티를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PV5를 시작으로 PV7, PV9 등 버스 제품군을 대체할 수 있는 목적기반차량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물류·배송·셔틀 등 B2B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버스 사업 철수의 가장 큰 변수는 노사 관계다. 사측의 그랜버드 생산 중단 방침에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 기아자동차지부 광주지회는 이날 긴급 성명서를 통해 "사측이 고용안정 대책이나 미래 투자 계획 등 조합원의 생존권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모든 노사 협의와 특근 협의를 중단하고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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