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비축유 바닥났다…호르무즈 재봉쇄에 원유시장 긴장
간단 요약
-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회원국들이 전략비축유의 약 75%를 이미 시장에 공급해 추가 방출 여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 골드만삭스는 걸프만 수출 회복세 둔화가 이어질 경우 올 4분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고 밝혔다.
- 국제통화기금(IMF)은 재고가 보충되지 않으면 다음 에너지 위기 시 세계 경제가 더 큰 시장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기간별 예측 흐름 리포트


커지는 전쟁 장기화 우려
IEA, 전략 비축유 25%만 남아
민간 재고도 대부분 소진
IMF "장기 봉쇄 땐 더 큰 충격"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자 세계 원유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재봉쇄가 장기화하면 휴전 양해각서(MOU) 체결 전보다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쟁 초기 공급 공백을 메운 전략비축유가 상당 부분 소진돼 시장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원유 재고 거의 없어"
15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은 닷새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전쟁 초기와 비교해 공격 강도는 약해졌지만 호르무즈해협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상황은 동일하다. 원유 공급과 관련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원유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차질이 전쟁 초기보다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16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IEA 회원국들은 전략비축유 상당 부분을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IEA 회원국들이 지난 3월 발표한 4억 배럴 규모 긴급비축유 방출 계획 가운데 약 75%를 시장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추가 방출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민간 재고도 크게 줄었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에너지애스펙트에 따르면 전쟁 직전까지 정부 전략비축유를 제외한 민간 시장의 초과 재고는 약 4억 배럴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재고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석유 트레이더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우리가 비축해둔 여유 물량을 다 써버렸다"고 말했다.
정제유 시장도 공급이 빠듯하다. 세계 2위 경유 수출국인 러시아에서는 정유 시설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아 자국 수요를 채우기조차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 전반의 심리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 초기만 해도 조기 종전될 것이라는 기대에 에너지 가격이 수급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이제는 미국·이란 간 협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과거와 같은 자유로운 해협 통항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재고가 보충되지 않으면 다음 에너지 위기가 닥쳤을 때 세계 경제가 더 큰 시장 충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1월까지 장기화할 수도
에너지업계에서는 해협이 완전히 재개방돼도 원유 수송이 정상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생산 중단이 장기화하면 유전 재가동이 지연돼 일부 지역에서 생산 능력이 영구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봉쇄를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조엘 행콕 선임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공급 흐름이 정상화된다는 시나리오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걸프만 수출 회복세가 계속 둔화하면 올 4분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주 미국이 이란 공습을 재개한 뒤 배럴당 84달러까지 상승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각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 또한 늦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촉발된 2022년과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초반에는 전쟁이 에너지 전환 기회로 여겨졌지만 각국 정부는 단기 공급 안정에 초점을 맞춰 결국 대체 화석연료 공급 경로를 모색했다.
제이미 브리토 다우존스 에너지 부문 총괄은 "지정학적 위기가 커질수록 정부와 기업의 한정된 예산이 에너지 전환보다 공급 안정에 우선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베트남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석탄화력 발전소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한경닷컴 뉴스룸
hankyung@bloomingbit.io한국경제 뉴스입니다.